[한방의 창] 질병은 꼭 전조가 있다

입력 2007-07-05 15:54:23

각 지방의 농작물이 흉작인지 풍작인지를 알려고 집집마다 돌아다니면서 수확고를 묻지 않아도 목포. 김해. 대전 같은 곳의 각 방면에서 오는 곡식의 많고 적음만 보면 알 것이다. 이와 같이 우리의 건강 상태도 수술을 해서 장기가 고장난 것을 보거나 검사장비를 통한 사진을 찍지 않아도 인체의 표면에 나타나는 생리적 반응에 의해서 어느 장기에서 어떤 변동이 생겼는지를 짐작할 수가 있는 것이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우리의 감정의 변화는 반드시 얼굴에 나타나는데, 어떤 사람의 얼굴빛과 안면 근육의 긴장, 이완 상태를 보면 그 사람의 감정이 어떤지를 충분히 관찰할 수 있다. 심리적 변동과 생리적 변동이 둘이 아니므로 생리적 변동도 심리적 변동과 마찬가지로 인체의 표면에 반드시 나타나게 된다. 이를테면 대장에 탈이 있으면 엄지손가락과 둘째손가락 사이의 살이 깊은 손등 쪽에 울혈이 되고 신경과민 현상이 나타난다.

누구든지 변비가 심하거나 심하게 설사를 하거나 방귀가 많은 사람은 그 자리를 손가락으로 조금만 눌러 보아도 느낌이 다름을 알 수가 있다. 반대로 합곡혈(合谷穴)에 동통이나 신경과민 현상이 나타났을 때는 대장의 질병이 자각 증세로 나타나지 않더라도 대장에 이상이 생긴 것을 짐작할 수가 있는 것이다.

이렇듯 장기에 병적현상이 일어났을때 그 반응이 신체의 표면에 나타나는 곳은 그 장기에 소속된 경락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같은 경락에 나타난다 하더라도 모두 똑같은 정도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경락 중에서도 조직이 비교적 허하고 약하면서 반응이 예민한 곳이 있는데, 이 자리를 경혈(經穴)이라고 하며 한의학에서 침을 놓는 부위가 된다.

경락을 인체의 도로나 해안선에 비유한다면 경혈은 도로와 도로의 교차점, 정거장, 부두, 다리, 해안선의 하구 등에 해당한다. 그러므로 경혈이 있는 자리는 대개 근육과 근육사이, 뼈와 뼈사이가 많은 편이다. 여드름 하나라도 인체 내부와 상관없이 아무 데서나 아무 때나 나는 법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이 정 호(테마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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