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1학년 학생에게 교사가 글짓기 숙제를 냈다. 제목은 "친구를 配慮(배려)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까"였다. 이렇게 적은 글이 있었다. "나는 친구를 베려는 마음이 없습니다. 친구를 베면 경찰서에 잡혀 갈 수도 있고 병원비도 내야 하니까요. 나는 친구를 베기 싫습니다."
'배려'와 '베다'를 구분하지 못한 어린 학생의 순진한 글이지만 일단 교사와 학생의 소통은 막힌 것이다. 그러나 나이가 들었다고, 배운 것이 많다고 사람과 사람의 소통이 제대로 되지는 않는 게 세상사다. 제각각 생김새가 다른 만큼 '아 다르고 어 다른' 일상이 이어진다. 좋게 한 말이 비수로 변하기도 하고 충고로 원수가 되기도 한다.
구설의 대상은 대통령에서부터 사법수장과 장관, 국회의원에 이르기까지 예외가 없다. 따져보면 이해가 되는 말이 대부분이었지만 솔직한 표현은 거두절미하면 오해를 사기 십상인 때문이었다. 말을 한 당사자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반응이 쏟아져 나오기도 해 옳다는 반응과 격렬한 비난으로 사회를 편가름한다. 게다가 논란이 일면 한번 내려진 평가는 좀체 이해의 폭을 넓혀 주지 않는다.
어제오늘 신문지상에도 이런 논란의 현장이 빠지지 않는다. 딸 결혼식을 시청 회의실에서 치른 현직 시장의 결정을 두고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찬반 양론이 격렬하게 맞섰다. 국회에서는 케이크 구입비로 청와대와 야당 의원의 설전이 벌어졌고 유명 연예인은 지지하는 특정 후보에게 '각하'라는 호칭을 썼다가 핀잔을 받기도 했다. 동전의 양면처럼 이렇게도 저렇게도 볼 수 있는 대목이지만 아무래도 서로 소통이 부족한 모습들이다.
이솝 우화에 나오는 이야기다. 먼길 장사를 나선 상인이 당나귀와 말에 똑같은 짐을 지게 했다. 짐을 이기지 못한 당나귀는 힘센 말에게 자기 짐을 조금 더 져 달라고 부탁했지만 거절당했다. 힘에 부친 당나귀가 죽고 말자 상인은 당나귀의 짐을 모두 말에게 맡겼다. 뒤늦게 후회했지만 말은 이미 기회를 잃어버렸다. 사회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로 이어진다. 그렇다면 나와 너의 통로가 막혀 우리가 잃을 수도 있는 소중한 기회는 무엇일까.
서영관 북부본부장 seo123@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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