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들 끼리 정보 교환" 생협사람들

입력 2007-06-21 16:36:09

두 자녀를 둔 주부 이 모(34) 씨는 생협에 가입한 지 두달 째다. 평소 먹을거리에 관심이 많아 친환경 제품을 눈여겨 보곤 했지만 가격이 부담스러워 쉽게 손이 가지 않았다. 특히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유기농, 무농약 등 친환경 제품은 일반 제품에 비해 가격이 2, 3배 비싸기 때문에 감히 엄두를 내지 못했다. 얼마 전 아는 사람의 소개로 생협에 가입한 이 씨는 매우 만족하고 있다.

"일주일치 식재료를 주문하는데 가급적 10만 원을 넘지 않으려고 애씁니다. 한달에 네 차례 주문을 하는 셈인데, 평소 대형마트에서 장보는 것에 비해 그다지 가계지출이 늘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불필요한 물건을 쌓아놓고 유통기한이 지나서 버리는 일이 없어졌기 때문에 훨씬 실용적인 소비를 하는 셈이죠. 두달 째 대형마트는 아예 가지 않고 있는데 전혀 불편함이 없습니다."

이 씨는 부식재료뿐 아니라 목욕세제, 간식거리까지 생협에서 구입한다. 처음엔 아이들이 생협에서 산 쿠키나 건빵을 입에 대지 않았다. 맛이 없다는 이유였다. 기존 제품에 비해 설탕을 훨씬 적게 쓰고 첨가물도 없다보니 생긴 일. 첫 한두 주는 간식 때문에 투정 부리는 일이 잦았지만 요즘은 달라졌다. 두 아이가 서로 먹으려고 다툴 정도다. 게다가 친환경 삶에 대한 공부도 새롭게 하고 있다. 무심코 버리는 쌀뜨물이 얼마나 환경오염에 치명적인지를 알게 됐고, 유용미생물(EM효소)로 쌀뜨물을 발효시켜 음식물 쓰레기 발효제, 유기비료, 세제 등으로 만들어 사용하는 법도 배웠다. 요즘 이 씨는 주위 사람들에게 생협 가입을 적극 권유하는 열성팬이 됐다.

조합원 150여 명인 성서생협을 운영하는 이선희(40) 이사장은 보다 많은 사람들이 생협의 혜택을 누렸으면 좋겠다고 했다. 지난 2003년 3월 대구생협 조합원으로 활동하던 이 씨는 지역별 조합을 만들기 위해 지난 2004년 3월 준비위원회를 만들었고 2년여간 준비한 끝에 지난해 4월 조합원 100여명 규모로 성서생협을 시작했다. 조합원이 너무 많으면 관리가 힘들고, 모임이나 행사 등을 열기도 어려워서 소규모 지역조합을 만들게 됐다고.

이 씨는 전업주부인 동시에 조합 이사장을 맡고 있다. 이사장이라는 직함이 거창해 보이지만 생협 조직내에서는 '활동가'로 불린다. 전국에 활동가는 600여명. 그렇다고 월급을 받으며 일을 하는 것도 아니다. 이 씨의 경우, 한달 활동비 30만 원이 수입(?)의 전부다. 사실 생협 활동을 하려면 어느 정도 '의식'이 필요하다. 학생운동, 노동운동에서 출발해서 환경운동까지. 단순히 조합원끼리만 잘 먹고 잘 살자는 모임이 아니기 때문에 '활동가'라면 어느 정도 사회참여가 필요하다.

"대학시절 학생운동을 별로 해본 기억도 없고, 이후에도 전업주부로 살다보니 생협을 이끌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운동가 출신들이 생협을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아무래도 환경이나 FTA 문제 등에 대해 관심이 많다면 그만큼 생협 활동의 의미를 이해하기 쉽다는 뜻이죠. 생협을 통해서 안전한 먹을거리를 찾고, 또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에도 많은 관심을 갖게 되면 좋겠습니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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