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향숙의 고민 지우개] 유치원 다니는 딸에게 자주 화 내 걱정

입력 2007-06-21 16:39:26

*고민있어요

유치원에 다니는 딸 아이를 둔 엄마입니다. 아이에게 자꾸 엄격한 엄마가 되는 것 같아요. 아이가 떼를 쓰고 고집을 피우거나 실수를 하면 무척 화가 나고 용납되지 않아 아이에게 감정적으로 대하곤 합니다. 저도 모르게 맘에 없는 소리로 화를 낸 후에는 곧바로 후회하게 되지만 그 파장은 큰 것 같습니다. 제가 부족한 엄마같아 속상하고 아이가 상처 받았을까 걱정됩니다.

*이렇게 해보세요

'어머니'라는 자리는 자식들에게 늘 좋고 부드러움으로 대할 수 있는 것만은 아니지 싶어요. 속마음과는 다르게 아이에게 화를 내고, 소릴 지르고, 더러는 회초리를 들기도 하고 말이죠. 잘 되라는 격려와 사랑의 마음이지만 혹시 그 엄격함 중에는 아이를 통한 보상심리나 혹은 어른의 눈높이가 적용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점검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사람은 누군가에게 기대를 하고, 기대를 함으로써 실망 또한 하게 됩니다. 타인에 대한 기대는 줄이거나 조절할 수도 있겠지만 가족이거나 사랑하는 누군가라면 당연히 기대치는 높아질 수밖에 없고 바라는 바도 늘어날 것입니다. 더욱이 자녀일 경우는 더 말할 나위없지요.

하지만 그 기대 속에 숨은 속마음은 누구보다 아끼고 더 많이 좋아하고 더 믿음의 다른 표현이랍니다. 님의 경우도 당연히 그러하리라 생각됩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런 행동이 되풀이 된다면 아이에게 미칠 영향은 적지 않을 것입니다. 자신의 실수가 발각될까봐 전전긍긍하며 눈치를 볼 것이고 어머니의 질책 앞에서 자신의 잘못이 무엇인지 판단하고 행동을 수정하려하기 보다는 변명꺼리만 찾든가 아니면 변명의 여지없이 기가 죽어버릴 수도 있겠지요. 거기에다 공격성향의 체벌이 더해지면 아이는 공격적이거나 반대로 위축될 수도 있고,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하고 배려하기보다는 남에게 요구하고 강요하고 자기 식으로 따라주기만을 바라는 다소 이기적인 인격의 소유자가 되거나, 반대로 의존적인 성향으로 소심해 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셔야 할 것 같습니다.

"네가 군인이 된다면 넌 장군이 되어라. 네가 성직자가 된다면 넌 교황이 되어라." 이 말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화가인 파블로 피카소의 어머니가 어린 피카소에게 했던 말입니다. 이에 대해, 훗날 피카소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어머니, 그래서 저는 화가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피카소가 되었습니다" 그 아들은 마침내 20세기 현대미술의 거장으로 거듭나게 되지요.

'뛰어난 인재 뒤엔 훌륭한 어머니가 있다'고 합니다. 아이가 지닌 잠재능력을 쉽사리 가늠하지 못할 때, 지혜로운 부모는 자녀가 지니고 있는 능력을 극대화해 주는 역할을 합니다.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 있는 존재가 되라고 아들에게 격려하신 피카소의 어머니처럼. 또 어느 학자는 자녀를 깍듯이 예우하고, 고집이 센 자녀를 지원하라고 당부합니다. 그럼으로써 아이는 자신감과 자부심을 갖게 되고 남을 대할 때도 당당하게 처신하며, 주관이 뚜렷한 인물로 자라니까요. 아이를 향한 어른의 말, 특히 어머니의 말 한마디는 아이의 미래를 바꿀 수도 있지요. 길가던 나그네의 외투를 벗긴 것은 강하고 힘쎈 폭풍이 아니라 부드럽고 따사로운 햇빛이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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