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글로벌기업 유치와 일류도시 건설

입력 2007-06-20 09:02:49

오늘날 국내·외를 불문하고 모든 도시는 글로벌 기업을 유치하고 육성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왜냐하면 세계 유수의 글로벌 기업을 가진 도시는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며, 도시경쟁력까지 높아져 일류 도시로 재탄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기업의 유치를 통해 세계적인 도시로 탈바꿈한 몇몇 사례를 살펴보자.

우선, 일본 도요타시는 기업도시의 전형적인 모델로 일본에서도 살기 좋은 도시, 기업하기 좋은 도시로 정평이 나 있다. 지금은 도요타시로 이름이 바뀌었으나, 1930년대 말까지만 해도 고로모라는 인구 5만 명의 양잠도시에 불과했다. 하지만 도요타라는 자동차회사가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하여 도시 개발에 힘을 쏟아 부은 결과, 인구 35만 명, 일본 내 제조업 출하액 2위의 산업도시, 45개 대학과 30개 연구기관 그리고 5만여 제조업체가 집적화된 세계 최고의 자동차 클러스터로 재탄생되었다.

대만의 신주(新竹)도 한 평범한 농촌에 불과했으나 대만 최초의 과학산업단지인 신주사이언스파크를 유치함으로써 아시아의 실리콘밸리로 성공했다. 신주사이언스파크는 중앙정부 주도하에 긴밀한 산·학·연 협력을 통해 단기간에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첨단산업 육성에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다. 2005년에 이미 대만의 유수기업과 세계적인 IT기업들의 연구개발시설에 12만 명의 인력이 종사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또한 중국 상하이 푸둥신구도 1990년 60억 위안(약 7천800억 원)에 불과했던 GDP가 지난해에는 무려 30여 배인 1천790억 위안(약 21조 4천800억 원)으로 늘어났다. 그 이유는 GM, 인텔 등 포천지 선정 세계 500대 기업 중 180개 기업이 이곳에 투자했으며, 다국적 기업의 본부 및 지역본부도 180여 개가 입주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조선업계의 매출액 세계 2, 3위인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을 가진 거제시가 가장 잘사는 지역 중의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거제시의 올해 예상 1인당 주민소득은 3만 달러를 넘을 것으로 보이며, 다른 지방과 달리 인구는 늘고 있다. 또한 청년 실업도 먼 나라 이야기이고 지역경제는 불황을 모른다.

이처럼 튼튼하고 강한 기업이 많아야 지역경제가 살아날 수 있으며, 나아가 지역균형 발전이 이루어져 한국 경제의 고질적 문제인 수도권 집중화도 해결될 수 있다. 그래서 모든 도시는 세계적인 기업의 유치와 육성에 도시의 미래를 걸고 있다.

지난해 포천지가 선정한 세계 500대 기업을 보면, 미국 170개, 일본 70개, 영국과 프랑스 각각 38개, 독일이 35개를 갖고 있으며, 1996년 3개에 불과했던 중국 기업은 무려 20개가 500대 기업에 진입했다. 반면 한국은 12개에 머물러 있다. 한마디로 말해 대표기업이 너무 적다. 게다가 11개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으며, 대구·경북에는 포스코 1개밖에 없다.

이제 대표기업의 육성과 유치는 단순한 일자리 창출을 넘어 지역의 생존을 위해 정말 필요하다. 우리 지역에도 세계 500대 기업에 속하는 글로벌 기업이 앞으로 2, 3개가 더 탄생할 수 있도록 지방정부뿐만 아니라 중앙정부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때마침 대구에는 동남권 과학기술의 미래가 달려 있는 대구테크노폴리스가 추진 중에 있다. 얼마 전 이곳에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기업인 오라클의 '임베디드연구소 분원' 설치가 적극 검토되고 있고, 오라클이 관련 기술과 서비스 개발에 참여하기로 대구시와 합의했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린다.

게다가 2011년 대구가 유치한 세계육상선수권대회도 지역의 도시 브랜드 가치를 높여 글로벌 기업의 유치에 청신호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대구가 세계를 대표하는 일류도시로 성장·발전하기 위해서는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의 역할이 조화롭게 이루어져야 한다. 저렴한 가격에 토지를 제공하는 등 각종 인센티브를 통해 세계적인 기업의 본사, 연구소, 공장 등을 많이 유치해야 하며, 또 이 과정에서 발생한 개발 이익은 도시의 인프라 확충에 재투자되어야 한다. 그리고 향토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정책적인 지원과 배려도 필요하다.

국가 균형발전과 지역 발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는 지역민의 기업 사랑이 실천될 때 가능하며, 대구·경북이 도요타시처럼 기업과 도시가 상생하는 세계적인 일류도시로 거듭나는 지름길이다.

이인중 대구상공회의소 회장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