퓰리처상과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미국의 소설가 펄벅은 한국을 소재로 1963년에 쓴 소설 '살아있는 갈대'에서 '한국은 고상한 국민이 살고 있는 보석 같은 나라다.'라는 표현으로 또 한번 우리나라에 대한 애정을 나타냈다.
그의 우리나라에 대한 관심은 1950년 '한국에서 온 두 처녀'라는 소설로 이미 잘 알려져 있었지만 전쟁의 폐허를 딛고 겨우 일어서기 시작한 한국에 대한 미국인들의 이해를 넓히는 데 기여한 바가 적지 않았다.
펄벅의 한국에 대한 애정은 그러나 결코 피상적인 것이 아니라 직접 피부로 느낀 체험으로 이루어진 것이었다. 1960년 10월 그는 한국을 방문했다. 덜컹거리는 차를 타고 안동으로 가는 시골길을 달리고 있는데 갑자기 펄벅이 소리치며 차를 세웠다.
일행이 놀라 차를 세우며 밖을 내다보았지만 지게에 볏단을 짊어진 농부가 소달구지를 끌고 가는 모습 외에는 별다른 것이 없었다. "농부도 볏단을 지고 걸어가다니…!" 펄벅은 몹시 놀란 표정으로 좀처럼 흥분을 가라앉히질 못했다. "미국이라면 아마도 지게의 짐도 달구지에 싣고 농부도 올라탔을 거야. 소의 짐마저 덜어 주려는 저 마음의 배려. 내가 한국에 와서 보고 싶었던 모습이 바로 저것이었어!"
펄벅을 매료시킨 한국의 모습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경주 여행 중에도 차 안에서 바깥을 내다보던 펄벅이 감나무 끝에 달려있는 10여 개의 따지 않은 감을 보고 일행에게 물었다. "저 꼭대기의 열매들은 따기 힘들어 그냥 두는 거냐?"고. 일행이 "까치 밥이라고 해서 먹을 것이 부족한 겨울새들을 위해 남겨둔 것"이라고 설명하자, 또 한번 탄성을 질렀다. "바로 저것이야, 이것 하나만으로도 나는 한국에 잘 왔다고 생각해요."
그렇다. 펄벅이 본 것은 지금은 사라져버린 고향의 풍경, 바로 한국의 마음이었는지 모른다. 당시 세계적인 명성의 펄벅이 1964년에는 아예 펄벅 재단을 세워 한국지원에 나서고 1968년에 다시 세 번째 한국관련 소설인 '새해'를 발표하는 등 진정한 한국사랑을 실천하도록 그를 감동시킨 이 '고상한 국민'의 마음을 지금 우리는 얼마나 잘 간직하고 있을까?
낡고 초라한 헌옷을 벗어버리듯 경쟁적으로 과거를 잘라내고자 한 것은 아닐까. 우리가 그토록 버리려고 한 유산들이 저들에게는 왜 아름답게 비쳐졌을까. 다시 '한국의 마음'으로 돌아가야 한다. 가난을 떨쳐내면서 혹시 우리의 그 소중한 여유와 베풂마저도 함께 잘라버린 것은 아닌지 되살펴 볼 일이다.
민병도(화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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