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 맛있게 먹기

입력 2007-06-07 16:48:33

◇ 똑똑한 고기 조리법

구이요리는 고기 요리 중 가장 오래된 기본적 조리법. 하지만 제대로 굽지 않으면 오히려 좋은 고기의 맛을 버릴 수 있다. 일단 얇게 썬 고기는 센불에서 단시간에, 두터운 고기는 처음에 센불에서 굽다가 도중에 불을 적당히 줄여서 굽는다. 약한 불에서 천천히 구우면 육즙이 빠져나와 고기가 푸석하고 맛이 없어진다. 처음에 센불로 고기 표면에 막을 형성시켜 맛이 달아나지 않게 해야 한다. 등심이나 갈비살을 구울 때는 우선 불판을 예열해 충분히 달군다. 불판이 덜 달궈지면 고기가 들어붙고, 서서히 익으면서 육즙도 빠져나가 버린다. 고기를 얹은 뒤 표면에 육즙이 송글송글 배어나올 때 뒤집고, 다시 육즙이 살짝 보이는 상태가 되면 먹기 시작한다.

볶는 것도 굽기와 비슷하다. 강한 불에서 단숨에 익혀내는 것이 포인트.

재료를 미리 준비해둔 상태에서 충분히 기름을 둘르고 팬을 뜨겁게 달구어 둔다. 약불로 시간을 끌면서 볶으면 육즙이 빠져나가 질겨지고 색깔도 먹음직하지 않게 된다.

끓이기는 국물을 붓고 끓여서 고기를 부드럽게 익히고 수용성 단백질과 무기질을 우러나게 하는 방법. 단백질과 무기질이 최대한 우러나야 맛있는 국물이 된다. 이렇게 하려면 냉수에서부터 소금을 약간 넣고 은근한 불에서 끓이면 된다. 약간의 소금기는 단백질이 우러나는 것을 도와준다.

끓는 물에 고기를 넣으면 고기 표면이 굳어서 내부성분이 쉽게 우러날 수 없다. 맑은 국물을 얻고 싶다면, 끓는 물에 핏물을 뺀 고기를 넣어 표면을 살짝 굳게 한 뒤 은근한 불에 서서히 끓여서 면보에 거르면 된다. 조릴 때는 끓을 때까지 강불에서 하다가 중불, 약불로 조절한다. 고기를 삶을 때 불순물이 떠오르는데, 이것을 걷어주면 탕과 조림 등이 맛있어진다. 특히 찜이나 조림을 할 때 적당히 익힌 후에 양념을 넣어 익히는 것이 좋다. 처음부터 간장양념을 넣고 익히면 고기가 질겨진다.

◇ 좋은 고기를 유지하려면

고기는 도축 후 시간이 지나면 근육이 굳어지는 강직상태가 되는데, 질기고 풍미도 떨어진다. 따라서 저온(0~5℃)에서 짧게는 2~3일, 길게는 7~10일 정도 보관하는 숙성기간을 거쳐야 제 맛을 살릴 수 있다. 시중에 판매하는 고기는 숙성을 거쳤다. 숙성시간을 단축시키기 위해 고기 연화제나 파인애플, 키위, 배, 무 등을 사용하는데 이렇게 연화시킨 것을 숙성의 깊은 맛이 없다.

냉장육이 월등히 좋지만 보관상 어쩔 수 없이 냉동시킨 고기는 요리하기 하루 전에 냉장실로 옮겨놓고 천천히 녹여야 한다. 급히 해동시킬수록 육즙이 많이 손실되고 신선도도 떨어진다. 급하게 요리해야 할 경우, 랩에 꼭 싸서 흐르는 물에 담가 해동시키는 것이 좋다. 냉동과 해동이 반복될수록 육질이 떨어지고 쉽게 산패하기 때문에 한번 녹인 고기는 다시 얼리지 않는 것이 좋다.

등급이 높은 고급육은 육질도 부드럽고 향도 뛰어나다. 하지만 가격이 너무 부담스럽다. 조금 낮은 등급도 누린내만 제거한다면 고급육 못지않게 뛰어난 맛을 즐길 수 있다. 등급 낮은 쇠고기의 최대 약점이 바로 누린내이기 때문. 누린내와 천적이 되는 식재료들로는 양파, 마늘, 대파, 생강, 와인, 청주, 맛술 등이 있다. 고기를 재어둘 때 이들 재료를 쓰면 된다.

양파는 강판에 갈아서 사용하고, 마늘은 다지기 보다는 도톰하게 저며 사용하는 것이 좋다. 대파는 곱게 다져 밑양념에 쓰면 된다. 와인은 레드와인이 좋고, 맛술은 너무 많이 넣으면 고기 특유의 향을 해칠 수 있기 때문에 적당히 조절해야 한다. 설탕을 약간 넣으면 육질이 연해지고 누린내가 가신다. 데리야키 간장을 써보는 것도 좋다. 간장 특유의 향을 한 단계 올린 것으로 고기 맛을 높일 수 있는 재료다. 누린내가 심하다면 청양고추를 쓰는 것도 좋은 방법. 청양고추를 곱게 다져 양념에 섞으면 칼칼하고 매콤한 맛 때문에 고기의 누린내가 한꺼번에 사라지게 된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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