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주식과 '쩐의 전쟁'중

입력 2007-06-01 10:17:21

"'조정이 언제 올 것이냐, 조정이 온다면 얼마만큼 떨어질 것이냐'라는 논쟁은 이제 무의미해졌다고 봅니다. 엄청나게 거대한 파도가 이미 몰려왔습니다. 파도의 힘을 인정하고, 그 힘을 느끼며 투자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일 것 같습니다."(김병영 현대증권 대구경북강원 본부장)

코스피지수가 31일 1,700을 쏘아올린 데 이어 1일에도 장이 열리자마자 단숨에 12포인트 수직상승, 1,713으로 지수가 올라가면서 전 국민들의 관심이 주식시장으로 집중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더 좋아질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쏟아내고 있으며, '저축의 시대'가 사실상 종지부를 찍고, '투자의 시대'가 화려한 막을 올렸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돈이 쏟아져 내린다

올 들어 환매가 이어졌던 국내 주식형펀드에 최근 다시 자금이 쏠리고 있다.

31일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주식형펀드 설정잔고는 30일 기준으로 55조 1천235억 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55조 원을 돌파했다. 국내 주식형이 38조 4천289억 원으로 최근 사흘 연속 하루 평균 1천억 원 이상씩 순유입되고 있다. 국내 주식형펀드로 사흘 연속 1천억 원 이상의 돈이 들어온 것은 올 들어 처음 있는 일이다.

국내 주식형펀드는 지수가 1,500선으로 올라서자 3년 전 주식형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들이 한동안 환매를 계속, 자금 이탈 현상이 지속됐었다. 국내주식형 펀드를 환매한 투자자들은 더 많은 수익을 쫓아 해외펀드 쪽으로 갔었다.

하지만 조정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완전히 뒤집어지고, 끝을 모르는 랠리가 계속되면서 망설이던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형펀드로 다시 몰리고 있다.

◆빨간색 이어진다

증시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빨간침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파도론'을 얘기한 김병영 본부장은 "국내 주식형 펀드 환매에 나섰던 개인들이 다시 재매수에 나서고 있는 현상에다, 외국인들도 최근 선물을 다시 사들이고 있는 경향을 고려할 때 주식시장의 대세는 완전한 오름세"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이 상승세의 근거로 내세우는 것은 경기 호전 국면이 나타나는데다, 부동산 자금이 증시로 들어온다는 점, 기업 실적 호전 조짐 등. 때문에 우상향 곡선이 계속 이어진다는 것이다.

박영석 교보증권 동부본부장은 "급등을 경계한 매물이 나올 수도 있겠지만 급격한 조정이 나타날 가능성이 희박하다."며 "조정이 온다해도 1,650선이 지지선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부동산 억제 정책 등으로 시중에 유동성이 너무 많아 증시의 바닥이 튼튼하다."며 "5만 원 안팎의 우량주를 놓고 투자한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각 증권사들은 지난달 말 일제히 올해 전망치를 수정, 일부 증권사들은 연내 '코스피지수 2000'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지금 개미들은

회사원 이모(40) 씨는 3천만 원을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에 넣어두고 있다. 이 씨가 여기에 목돈을 넣고 있는 이유는 주식이나 펀드에 투자하기 위해.

하지만 그는 때를 놓쳐버렸다. '과열장이어서 조정이 온다.'는 의견이 많아 조정을 기다려왔는데 주가는 조정 논의를 비웃으며 급등해 버렸던 것.

이 씨의 사례처럼 지금 상당수 개인들은 '대기 중'이다. 증시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지만 '언제 들어갈까'를 몰라 머뭇거리고 있는 것이다.

박의환 우리투자증권 대구 범어지점장은 "겁이 나서 못 들어오는 개인이 상당수"라며 "망설였던 이들은 판단 미스를 했으며, 수도권보다 보수적인 대구경북지역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머뭇거리다 땅을 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현재 증시 대기자금으로 분류되는 CMA 잔액은 지난달 말 현재 16조 2천649억 원으로 지난해 말(8조 5천482억 원)에 비해 2배나 불어났다.

한편 증시가 폭등세를 나타내면서 채권에 투자했던 사람들은 한숨을 쉬고 있다. 양진모 SK증권 애널리스트는 채권시장 전망을 잘못했다는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양 애널리스트는 "1개월 전만 해도 시장금리가 펀더멘털과 주식시장을 반영해 충분히 상승했고 정책당국의 외화차입 규제 등의 조치는 단발성에 그칠 것으로 보고 채권가격 이점이 있다고 봤다."며 "그러나 정책리스크의 지속성 부분을 과소 평가한데다, 펀더멘털 개선 속도는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됐고 주식시장의 강세는 전망을 뛰어넘었으며, 시중유동성은 유지되고 있고 미국의 정책금리 변경 가능성은 낮아지면서 국고채 5년물 수익률이 5.04%에서 5.22%로 급등하는 등 결과적으로 예상이 틀렸다."고 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