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연과 '밀양' 칸을 품다…여우주연상 만든 '삼박자'

입력 2007-05-28 10:56:23

▲ 칸 영화제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영화
▲ 칸 영화제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영화 '밀양'의 한 장면.

◇전도연

한국 최고의 연기력을 갖춘 여배우라는 평을 듣고 있는 전도연(34)이 제60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여배우로 부상했다.

칸 현지에서 '밀양' 시사회가 열린 이후부터 세계 언론과 영화인들로부터 특별한 논란의 여지 없이 '여우주연상감'이라는 평을 이끌어냈던 전도연이 마침내 '칸의 여왕'으로 등극하며 일생일대 최고의 순간을 맞은 것.

1990년 화장품 회사의 모델로 선정되며 연예계에 데뷔했던 전도연은 주로 TV 드라마에서 활동하면서 '귀여운 막내 여동생'의 이미지를 지녔다. '우리들의 천국' '종합병원' '별은 내 가슴에' '젊은이의 양지' 등이 그가 출연한 대표적인 초기 드라마이다.

전도연의 연기 인생에 전환점이 된 작품은 한석규와 공연했던 장윤현 감독의 1997년작 '접속'. 드라마에서는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단 한순간에 뿜어내기 시작했다. 이 작품으로 그는 백상예술대상, 청룡영화상,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등 여러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휩쓸었다.

전도연은 박신양과 주연을 맡았던 멜로 영화 '약속'(1998년)까지 흥행을 성공시키면서 배우로서 다시 한번 검증받았다. 이어 이병헌과 공연한 '내 마음의 풍금'(1999년)에서는 전작들과 달리 순박한 시골처녀를 연기하며 연기의 폭이 넓다는 것을 증명했다.

곧바로 선보인 '해피엔드'(1999년)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2000년) '피도 눈물도 없이'(2002년)에서는 여느 여배우와는 달리 파격적인 캐릭터를 연기하며 연기의 폭과 깊이를 짐작할 수 없는 배우로 인정받았다. 더구나 한석규 최민식 설경구 이병헌 등 당대 최고의 남자배우와 파트너를 이뤘음에도 전혀 밀리지 않는 연기력으로 자신의 가치를 높였다.

1인2역을 연기했던 '인어공주'(2004년)에 이어 선보인 박진표 감독의 '너는 내 운명'(2005년)은 전도연의 가치를 새삼 드러낸 영화. 에이즈에 걸린 다방 레지 역할을 폭발적인 연기력으로 표현했다. 전도연에게 여우주연상을 안겨준 '밀양'은 전도연이 영화배우로 접어든 지 만 10년, 10번째로 선보이는 작품이다.

◇이창동

영화 '밀양'의 이창동(53) 감독은 참여정부의 첫 문화관광부 장관을 지낸 인물이다. 2004년 6월 장관직에서 물러나 영화계에 복귀한 그는 2002년 '오아시스' 이후 4년 만에 메가폰을 잡은 네 번째 작품 '밀양'으로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탄생시키면서 '역시 이창동'이라는 찬사를 이끌어냈다.

1954년 대구에서 태어난 이 감독은 영화감독 이전에 교사와 소설가 경력을 지니고 있다. 경북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한 그는 교사 시절인 198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중편부문에 소설 '전리'가 당선돼 작가로 등단했다. 그가 영화계로 진출한 것은 1993년 박광수 감독의 '그 섬에 가고 싶다'에서 각본과 조감독을 맡으면서부터.

1995년에는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의 각본을 써 백상예술대상 각본상을 수상했다. 이어 1996년 영화배우 문성근 명계남 씨 등과 함께 영화사 이스트필름을 설립한 그는 창립작 '초록물고기'의 메가폰을 잡으면서 감독으로 데뷔했다.

이 감독은 2002년 발표한 세 번째 영화 '오아시스'로 세계 3대 영화제인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과 신인배우상(문소리)을 수상, 한국을 대표하는 영화감독으로 자리잡았다. 그리고 문화부 장관 퇴임 후 처음으로 메가폰을 잡은 '밀양'으로 칸 국제영화제에서 세계적인 감독으로 인정받게 된 것이다.

◇밀양

영화 '밀양'은 '인간의 삶이란 과연 어떠한가'에 대해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여주인공 신애(전도연)는 극단의 상황에 맞닥뜨린다. 그리고 종찬(송강호)은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그를 묵묵히 지켜본다.

신애가 부딪힌 상황은 평범한 인간의 삶에서 가장 힘든 장면들이다. 남편이 죽은 뒤 세상의 전부인 아들과 남편의 고향 밀양에 찾아온다. 그곳에서 신애는 하나밖에 없는 아들마저 유괴당해 죽는 모진 고통을 당한다.

카센터 사장 종찬은 신애가 밀양으로 온 첫날부터 신애 곁을 맴돈다. 그 흔한 "사랑한다."는 말조차 하지 못한 채. 쓰러져가는 신애가 어느 날 갑자기 신에 의지해 교회를 찾을 때도 종찬은 그와 함께한다.

신애가 신에게 구원을 받았다고 자신하며 아들의 살해범을 만난 순간, 신애는 자신이 생각했던 신의 구원이 얼마나 부질없었던 것인지 깨닫는다. 신에게 이미 용서를 받았다는 살해범으로 인해 신애는 인간과 신에게 절망하고 만다.

'밀양'은 그럼에도 신애가 살아갈 수밖에 없으며, 그것이 또한 삶이라고 말한다. 고통도, 용서도, 분노도 생이 지속되는 한 안고 가야 할 삶의 편린일 뿐이다. '과연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라는 해묵은 과제를 두고두고 생각하게 하는 영화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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