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국민주'였던 막걸리가 다시 부활하고 있다. 소주와 맥주에게 자리를 빼앗겼던 막걸리가 최근 20대 젊은 주당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으면서 과거 '서민주'의 영광을 되찾고 있다. 젊은 여성들 또한 막걸리의 매력에 푹 빠지기 시작했다.
지난 23일 오후 8시, 대구시 중구 동성로 '호프골목'에 위치한 한 막걸리 체인점. 고단한 하루를 끝낸 넥타이 부대와 대학생들로 보이는 젊은이, 여성들이 많았다. 왁자지껄한 분위기가 흥을 돋운다. 사람들은 각자의 잔에 뽀얀 막걸리를 가득 채워 건배를 한다.
서유진(22·여·대구시 달성군 가창면) 씨는 "막걸리는 부드럽게 마실 수 있는 맛이 일품"이라면서 "막걸리에 사이다를 타서 마시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김신영(22·여·대구시 남구 봉덕동) 씨는 "한달에 한두번 친구들과 막걸리를 마신다."면서 "맥주와 소주보다 막걸리를 더 좋아한다."고 했다.
중장년층들은 막걸리를 마시면서 어린 시절의 향수를 되새긴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와인은 고급스럽지만 불편하다. 지켜야 할 것이 너무 많아 술 마시는 재미를 느낄 수 없다는 사람들도 많다. 특히 주인의 구수한 인심을 와인바에서 느끼기 어렵다는 것이다. 소주, 맥주 등 다른 주류에 비해 부담없는 가격은 빼놓을 수 없는 막걸리의 매력이다.
1만 원 조금 넘는 돈으로 2, 3명이 푸짐한 안주를 곁들여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주머니 사정이 어려운 서민들에게는 안성맞춤이다. 대부분 막걸리 한 주전자의 가격은 3천 원이고 안주의 가격도 3천 원부터 1만 원선으로 저렴하다.
주인 박재진(45) 씨는 "손님들 가운데 20대 젊은층이 70~80%를 차지한다."며 "4년 전 개업했을 때보다 손님이 줄었지만 이는 동네 주변 등 곳곳에 막걸리집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학가에서도 막걸리 열풍이 불고 있다. 대학생들의 기호에 맞게 꾸며진 실내 인테리어와 비싸지 않은 가격은 막걸리의 가장 큰 미덕이다.
대구시 달서구 성서 계명대 동문 쪽 대학로의 경우 올해들어 3개의 막걸리 주점이 새로 개업했다. 최근 날씨가 더워지면서 막걸리를 찾는 손님이 부쩍 늘고 있다. 신옥현(24·대구시 서구 평리동) 씨는 "마실 때 소주처럼 쓰지 않고 시원하면서 맥주에 비해 가격부담이 적기 때문에 일주일에 세번 정도 친구들과 함께 막걸리를 마신다."고 말했다.
성서 계명대 동문에 있는 '깡통로보트' 주인 이혜진(34·여) 씨는 "지난해보다 손님이 15% 정도 증가했다."면서 "막걸리 열풍은 당분간 식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방천시장 입구 놋그릇 막걸릿집
"주모, 시원한 막걸리 한잔 퍼뜩 주이소."
대구 수성교 부근 방천시장 입구에 위치한 '청도 동곡 막걸리'는 중·장년층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독특하게 놋그릇에 담긴 막걸리를 맛볼 수 있다. 기본 안주도 푸짐하다. 해바라기씨, 들깨, 무, 당근, 양배추 등 기본 안주가 술 안주로 손색이 없다. 무와 당근을 막걸리에 적신 뒤 들깨에 찍어서 먹는다. 아삭아삭 씹히는 들깨와 무가 막걸리 맛을 돋운다. 막걸리 마니아들에게는 이미 입소문이 난 곳이다. 벽에는 한 주당이 쓴 '막걸리의 5덕'이라는 낙서가 눈에 띈다.
'허기를 면한다. 추위를 면한다. 힘을 솟게 한다. 어지간히 먹어도 취하지 않는다. 말문을 열어 의사를 소통하게 한다.'
김용호(52·대구시 수성구 범어동) 씨는 "편안하고 가격 부담이 없기 때문에 자주 찾는다."면서 "맛이 상쾌하고 깨끗하다."고 말했다.
놋그릇 한잔에 가득 담긴 막걸리와 동동주는 각각 1천 원. 한 주전자의 가격은 5천 원이다.
주인 김혜춘(60·여) 씨는 "매일 청도군 동곡리 양조장에서 직접 가져오는 막걸리"라면서 "좋은 물로 만든 막걸리이기 때문에 맛이 좋아 먼 곳에서도 손님들이 찾아온다."고 말했다.
글·모현철기자
사진·정운철기자
글·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사진·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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