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는커녕 휴일마저 반납해야 충성스런 일꾼인 듯 생각하는 게 우리의 보통 기업 풍토이다. 하지만 최근 몇몇 광고회사들이 잇따라 그 고정관념을 뒤집고 최장 두 달까지의 '장기 집중 휴가' 제도를 도입했다. 이들 기업에는 창의성이 생명이고, 그걸 극대화하자면 제대로 쉬게 하는 게 일 못잖게 중요하다고 인식을 바꾼 결과라 했다.
국내 한 여행사 사장은 30세 전후의 젊은 직원 2명을 일년씩 '사장 대행'으로 임명해 자신의 권한을 대폭 위임한다. 사원-팀장-이사 3단계의 승진자 또한 전 직원이 참가해 투표로 결정토록 했다. 사장 혼자 하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이라 믿기 때문이다. 단돈 250만 원으로 창업한 그 회사가 6년 만에 100억 원대 매출액을 기록하는 건 그 같은 창의적 경영의 열매라 했다.
한 민간 경제연구소가 지난 주 '이런 상사가 창의성을 죽인다'는 보고서를 냈다. 직원들 창의력이 기업의 경쟁력이라는 이야기가 맞다면, 이 보고서의 제목은 '이런 상사가 회사를 망친다'고 바꿔 무리가 없을 터이다. 부하에게 제 생각을 강요하는 유형, 일하는 재미를 박탈하는 스타일, 하루살이같이 눈 앞 성과에만 급급한 속물, 좋은 아이디어를 내 놔도 깔아뭉개는 데나 열심인 인간 등등이 그들이다.
주입식보다는 문제 해결 과정을 중시한다는 일본의 '유토리(餘裕) 교육'도 창의성 교육을 위한 선택이라고 했다. 선진국 수준을 따라 잡는 게 급한 시절에는 주입식이 효율적이지만, 그 단계를 지나 스스로 새 기술을 창출해가야 하는 시점에 도달하면 창의성 없이는 아무 것도 안 된다는 고민이 오랜 세월 일본 교육계를 지배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올 초 들자 그 유토리 교육을 놓고 난리가 났다는 소식이 들려 왔다. 요체는 학력 저하를 초래한다는 것. 마침 국내에서는 대학 본고사 부활 등을 주장하는 보수세력의 목소리가 높던 차라 그 입맛에 딱 맞는 재료이겠구나 싶은 생각까지 들게 했다.
하지만 결과는 "역시"였다. 2002년 본격화된 유토리 교육의 첫 세대인 현 고3생들 학력을 측정해 봤더니 종전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판명됐다는 뉴스가 지난 달 배달돼 온 것이다. 이번엔 한국의 진보세력이 기뻐했는지 모르지만, 아무튼 이 시대의 화두가 창의성인 것만은 다시 한번 확인된 셈일 터이다.
박종봉 논설위원 pax@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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