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 등장한 '황금 욕조'…욕망의 끝 치닫는 고급화

입력 2007-04-27 09:29:09

'3천600만 원의 황금 욕조, 8천만 원짜리 독일산 포겐폴 주방가구….'

내달 대구에서 분양하는 주상복합 아파트인 대우 월드마크 펜트하우스에 들어가는 용품들이다.

아직 분양가격이 나오지 않았지만 펜트하우스는 물론 이 단지는 60평형대 이상 가구에서 눈에 스치는 제품은 웬만하면 최고가의 외산들이다.

"대형 평형 포인트 벽지로 들어가는 순금 벽지는 평당 15만 원입니다. 또 프랑스산 솔테스 와인 냉장고는 490만 원이고요…." 시공사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으면 중동 부호들의 저택에 들어가는 마감재와 빌트인 가구 견적서로 착각을 일으킬 정도다.

아파트 고급화 경쟁이 '도'를 더하고 있다.

2005년, 대구에서도 고급 문화를 내세운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들이 들어서면서 시작된 고급화 경쟁은 아직 '사치 문화'에 익숙하지 못한 대구 사람들에게는 이질감까지 느껴질 정도다.

고급 외산 제품들이 등장한 것은 2005년 12월 두산건설이 범어동 '위브더 제니스'를 분양할 때부터다. 펜트하우스 욕실에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1천만 원 정도의 히노키 욕조를 비롯해 주방에는 독일 및 이탈리아 산 빌트인 가구들이 등장했다. 또 지난해에는 동일이 상동하이빌을 분양하면서 외국산 마감재를 대거 들여놨다. 69평형 욕실 벽면을 순금이 들어간 타일로 마감했으며 천장 몰딩은 러시아산 양각 원목을, 벽면은 수입산 실크와 가죽 벽지로 마감했다.

그러나 '최고를 향한 욕망'은 이쯤에서 쉽게 끝나지 않는다.

아무리 고급 원자재로 분양을 하더라도 입주 때는 다시 뜯어내고 더 비싼 제품으로 교체하는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조금 고급으로 하면 리모델링 비용이 평당 400만~500만 원, 최고급으로 가면 평당 1천만 원 정도 합니다."

인테리어 업체인 탑 디자인 장세인 대표는 "평당 1천만 원짜리 리모델링 집은 대구에서는 많지 않지만 서울 강남에서는 평범한 수준(?)"이라고 부연 설명을 덧붙였다. 새집을 뜯고 고치는데 평당 1천만 원이 들면 수성구를 기준으로 분양 가격이 6억 원인 60평짜리 아파트 가격은 12억이 된다. 분양 가격만 10억 원으로 지난해 화제를 모았던 수성구 모 빌라의 경우 고급 마감재를 사용했지만 일부 가구는 입주를 앞두고 다시 이 같은 리모델링 공사를 했을 정도.

평당 1천만 원짜리 마감재 리모델링에는 어떤 제품이 들어갈까.

바닥은 한 평에 80만 원쯤 하는 독일이나 오스트리아산 원목 마루가 사용되며 주방은 최소 4천~5천만 원을 넘나드는 외국산 빌트인 제품이 들어간다. 또 변기는 200만~300만 원, 욕조는 800만 원 이상의 수입산 월풀이 국내산을 대체해 자리하게 된다.

벽면은 친환경 고가품으로 칠을 하거나 이탈리아 산 최고급 대리석이나 유럽산 원목이 들어가며 수작업으로 공사를 하는 탓에 리모델링 공사지만 공기는 4~6개월 정도가 필요하다는 것이 업체들의 설명.

그럼, 일부 부유층들은 왜 이렇게 고가 리모델링에 공을 들일까.

리모델링 업체 관계자들은 "과시욕을 드러낼 수 있는 명품이나 최고급 외제차와는 달리 집 실내는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 만큼 인테리어에 수억 원을 쏟아붓는 이유는 대부분 자기 만족"이라며 "몇 년에 한 번씩 주기적으로 실내를 최신 트렌드로 교체하는 집들도 있다."고 밝혔다.

이재협기자 ljh2000@msnet.co.kr

▲ 펜트하우스란

'Penthouse'의 사전적 의미는 '옥상 가옥'으로 주택이나 고층 빌딩의 옥상에 따로 설치되어 있는 살림집 또는 장식탑 등을 의미한다.

중세에는 메인 건물 꼭대기의 벽에 붙여 비스듬히 내어 단 지붕이 있는 종속 건물을 지칭했다. 요즘은 숙박시설 내에 최고급 룸을 말하거나 아파트와 호텔의 장점을 살린 최고급 주거건물 또는 장기 투숙자들이 원하는 기간만큼 머물 수 있는 고급 주거형태를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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