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들은 소값이 자꾸 떨어져 애를 태우는데 도시 소비자들은 천장에 붙어 내려올 줄 모르는 한우 소고기 가격에 아우성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 이후 산지 소값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데도 소고기의 소비자가격이나 시중 음식점 가격은 요지부동이다. 이 때문에 산지 소값이 오를 때에는 이를 소비자가격에 즉각 반영해왔던 유통업자나 음식점들이 가격을 내려야 할 때는 각종 이유를 내세우며 인색하다는 비판이 높다.
◆내리막길 산지 소값
한미 FTA가 타결된 지 한 달이 다된 요즘 경북도내에서 600㎏짜리 암소는 450만 원대이다. 지난달 말 490여만 원이었던 것에 비하면 한 달도 안돼 10%가량 하락한 셈. 특히 지난해 4월 평균 570만 원 가까이에 거래된 것에 비하면 정확히 1년 새 무려 114만 원(20%)이나 폭락했다.
암송아지도 지난달 268만 원에서 지난 24일 206만 원으로 무려 60만 원이나 떨어졌다. 농민단체들은 미국 소고기가 본격 수입되면 가격 인하폭은 지금보다 훨씬 클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산지에서는 암송아지 한 마리 시세가 100만 원까지 떨어질 것이란 말도 나돌고 있다. (표 참조)
◆한우 소고기 값은 요지부동
산지 소값 하락세에도 불구하고 소비자가격은 꿈쩍도 않고 있다.
25일 본지가 대구시내 대형 유통업체와 음식점들의 가격 추이를 알아본 결과 판매업소마다 조금씩의 차이는 있으나 최우수 등급인 1++ 등심의 경우 100g당 9천~1만 원선, 정육은 100g당 4천 원대 중반인 가격에 변동이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상북도가 한미 FTA 이후 조사한 도내 23개 시·군의 한우 등심 소비자가격(500g·2등급 기준)도 1만 7천 원으로 그 이전과 큰 변화가 없었다. 통계청 조사도 비슷한 상황.
100g에 2만 원, 최고 3만 원대인 대구시내 유명 한우전문식당들의 소고기 가격표도 그대로다. 4인 가족이 한우를 먹으러 가면 15만~20만 원을 줘야 하는 형편. 이는 최고급 레스토랑에서 판매하는 스테이크 가격보다 훨씬 비싼 것이다. 스테이크는 3만~4만 원대면 배불리 먹을 수 있지만 한우는 1인분 양이 적어 성인은 2인분가량을 먹어야 하기 때문이다.
◆왜 이럴까?
한우 산지 가격은 현지 소시장에서 형성된다. 하지만 소시장에서 거래된 소는 곧바로 도축장으로 가기보다는 다시 중간 수집상에게로 가서 시장 상황에 따라 도매시장으로 출하된다. 산지 소값이 도매시장 경락가격에 반영되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리는 것. 동아백화점 박병구 과장은 "산지 가격 하락분은 한 달 정도 지나야 일정 비율로 반영된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의 고기 선호가 특정 부위에 한정돼 있는 것도 가격을 높이는 요인. 도축장에서 생우를 도축할 때 먹을 수 있는 정육상태로 되는 비율(정육률)은 35% 정도에 불과한데다 그나마 소비자들은 등심, 갈비만 찾는다는 것.
대구 수성구 한 식당 주인은 "이 중에서도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등심과 갈비는 10%선에 불과하고, 여기서도 인기있는 부위는 다시 4분의 1 정도여서 100g에 2만~3만 원대 가격이 결코 높은 건 아니다."고 주장했다. ㎏당 8천 원선인 한우 산지 가격이 고급 식당에 오면 20만 원대 중반에서 30만 원대에 이르러 언뜻 30~40배 가격이 뛰는 것 같지만 이는 잘못된 계산이라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통 마진이 여전히 높은 것도 현실이다. 농수산물유통공사(aT) 분석 자료에 따르면 소고기 유통마진율은 상장수수료 5%, 중도매인 비용 4~10%, 하역비 2%, 기타 도축비용 등을 합쳐 전체 가격의 35~4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정암기자 jeongam@msnet.co.kr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대법원장 탄핵 절차 돌입"…민주 초선들 "사법 쿠데타"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
5·18묘지 참배 가로막힌 한덕수 "저도 호남 사람…서로 사랑해야" 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