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선 불패신화 왜 무너졌나?
한나라당 텃밭으로 대표되던 대구·경북의 민심이 한나라당에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전국적으로도 한나라당 참패와 무소속 돌풍으로 끝났다. 한나라당은 선거 때마다 누려온 반노(反盧)의 반사이익을 챙기지 못한 데다 돈 공천 잡음 등이 참패의 원인이었다.
한나라당은 4·25 재보궐선거에서 무소속 후보들에게 무더기로 무너졌다. 소위 텃밭 신화가 깨진 것. 선거결과는 '오만한' 한나라당엔 처참했다. 대구·경북 10개 재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이 투표로 이긴 곳은 1곳에 불과했다. 2곳은 무투표 당선지역이다.
특히 이번 재보궐선거의 관심이 집중된 대구 서구 시의원의 경우,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가 지역구 국회의원이어서 당력이 총동원됐지만 결과는 한나라당에게 충격을 줬다. 접전이라는 예상을 깨고 무소속의 서중현 후보가 한나라당 박주영 후보를 배 이상의 표차로 압승했다.
이번 재보궐에서 민심은 공천 헌금, 후보 매수, 선거법 위반 과태료 대납, 공천 잡음 등 한나라당의'부패정당' 망령이 되살아난 것에 대해 엄중히 경고하고 있다. '진흙탕'엔 다시는 표를 주지않겠다는 것.
대구 서구의 경우 선거 막판에 터진 한나라당 당원 간의 선거법 위반 과태료 대납 사건이 민심이반 결정타였다. 도덕성에 문제점을 드러낸 상황에서 이 지역 5선 국회의원인 강 대표가 사과 한마디도 하지 않아 민심 이반을 더욱 키웠다.
봉화군수 선거에서는 이전투구식 공천잡음과 지역 민심과는 동떨어진 낙하산식 공천에 민심이 철퇴를 가했다는 정가 분석이다.
강 대표와 이 지역 3선 국회의원인 김광원 한나라당 경북도당 위원장이 후보공천을 두고 힘겨루기를 벌였고, 결국 강 대표의 특보를 지낸 우종철 씨가 한나라당 후보로 결정됐다. 이후 선거 기간 내내 김 위원장은 우 후보와 등을 돌렸고 한나라당 지역 조직도 상당수 이탈했다. 민심도 우 후보의'새인물론'보다는 한나라당의 고질병인 낙하산 공천에 식상했다.
또 이명박·박근혜 두 한나라당 대선주자들의 바람몰이도 이번 선거에서 통하지 않은 것도 한나라당은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여론조사전문기관인 에이스리서치의 조재목 대표는 "이번 재보궐선거 참패는 민심이 한나라당에 언제든 등을 돌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며 "한나라당은 되살아난 부패이미지를 어떻게 씻어 낼지가 향후 과제"라고 했다.
이번 선거참패로 한나라당은 지도부 책임론 등 후폭풍에 시달릴 전망이다. 황우여 사무총장 등 한나라당 임명직 당직자들은 이번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26일 일괄 사퇴키로 했다.
강창희 최고위원이 26일 대전서구을 재보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최고위원직을 전격 사퇴했다.
강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선거는 전형적인 한나라당 대 반(反) 한나라당의 대결구도로 치러진 선거였고 우리는 참패하고 말았다." 며 "당연히 책임질 사람은 책임을 지는 것이 공당의 도리"라고 밝혔다.
지난 7·11 전대에서 3위로 선출된 강 최고위원의 사퇴로 당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지도부 총사퇴론'이 확산될지 주목된다. 이와 관련, 전여옥 최고위원도 사퇴 여부를 심각하게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열린우리당도 국회의원 1곳, 광역의원 3곳, 기초의원 12곳 등 16개 지역에 후보를 냈지만 전북 정읍시 기초의원 1곳에서만 당선자를 내는 데 그쳐 추가탈당 움직임 등 후폭풍이 예상된다.
이종규기자 jongku@msnet.co.kr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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