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중개사 강모(45) 씨는 요즘 머릿속이 복잡하다. 지난해 자격증을 따고 부동산 중개사무실을 열었지만 6개월 동안 성사시킨 거래라곤 고작 2건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 게다가 강 씨 사무실 근처에는 한 달 만에 중개업소 2곳이 더 문을 열었다. 강 씨는 "큰돈을 만질 생각은 없었지만 요즘은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든다."며 "괜히 사무실을 열었다가 손해만 보고 문을 닫을 처지"라고 한숨을 쉬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폐업하는 부동산중개업소가 늘고 있는 가운데 공인중개사 시험 지원자가 급증하고 있다. 이에 대해 기존 업계는 공인중개사가 과다 배출되고 있어 시험 난이도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공인중개사 자격 시험의 문턱을 높일 경우 생계를 위해 창업을 준비하는 30, 40대 여성들과 은퇴자들이 설 곳을 잃게 된다는 반박도 나오고 있다.
한국토지공사 대구경북본부에 따르면 중개사시험 지원자 수는 2004년 8천726명에서 지난해 1만 3천224명으로 3년 만에 34%나 늘었다.(도표 참조) 합격률이 15% 선임을 감안하면 매년 1천300~2천여 명의 중개사가 쏟아져 나오는 셈이다. 이에 따라 부동산중개업소 수도 해마다 늘고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공인중개사와 중개인, 법인을 포함한 부동산중개업소 수는 2004년 2천778곳에서 2006년에는 3천166곳으로 늘었으며 신규 등록 업소 수는 2004년 961곳에서 2006년 1천372곳으로 30%나 늘었다.
반면 폐업하는 곳도 적지 않다. 대구의 경우 지난 2004년 중개업소 857곳이 폐업했지만 2005년 934곳, 2006년 말 현재 1천194곳으로 29.3%나 늘어났다. 이는 부동산 경기 침체와 정부의 부동산 규제 정책이 맞물려 불황이 심화된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부동산중개업계는 공인중개사가 과다 배출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중개사무소 중에서 사무실 유지가 가능한 곳은 10% 정도로 보고 있다. 사무실을 유지하려면 매달 200만~300만 원이 들어가지만 한 달에 단 1건의 거래도 연결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상당수라는 것. 공인중개사협회 대구지부 관계자는 "정부의 1가구 2주택 양도소득세 중과세 정책 때문에 부동산 거래는 거의 마비된 것이나 다름없다."며 "상황이 이런데도 공인중개사 시험은 자격시험인지 선발시험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합격자를 양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공인중개사 자격 시험을 어렵게 하면 주부나 은퇴자, 직장인 등의 유용한 창업 수단을 막게 된다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공인중개사의 경우 다른 자영업에 비해 기반시설이나 유지 비용이 적고 진입장벽이 낮기 때문에 30, 40대 주부들의 도전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 공인중개사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는 박모(43·여) 씨는 "남편과 맞벌이를 하며 아이들 학원비라도 벌기 위해 시험을 준비 중"이라며 "시험을 어렵게 하라는 건 기존 중개업자들의 횡포나 다름없다."고 반발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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