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 얇은 날이면 코털 휘날리며 달려가리
싼 게 비지떡? 터무니없는 말이다. 식사 한 끼에 가격은 1천~2천500원이지만 맛도 그러려니 했다간 곧바로 미안함을 느낀다. 음식에 사용하는 재료도 마찬가지다.
서민들과 함께하는 싼 식당들을 찾았다. 대표적으로 싸면서도 맛있다고 정평이 난 집들이다.
▲ 앞산 입구 선미식당…국밥 1천원
대구시 남구 봉덕동 앞산 고산골 등산로 입구에 위치한 선미식당을 찾는 사람들은 두 번 놀란다. 이 식당의 인기메뉴인 콩나물국밥은 단돈 1천 원이다. 1천 원이 적힌 메뉴판을 보고 한번 놀라고 시원한 국물 맛과 푸짐한 양을 보고 또 한번 놀란다. 멸치다시국물에 콩나물이 수북이 들어간 뜨근뜨근한 국밥에 고춧가루를 넣어 먹으면 한끼 식사로 손색이 없다. 함께 나오는 반찬인 깍두기와 고추장아찌도 별미다. 적당하게 잘 익은 고추장아찌는 매콤한 맛으로 손님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다. 하루에 판매되는 국밥은 평균 300그릇.
주인 최금옥(63) 씨는 "3년 전 값싸고 맛있는 메뉴를 생각하다가 1천 원 국밥을 개발했다."면서 "마진이 적게 남더라도 봉사한다는 마음으로 정성을 들여 만든다."고 웃었다.
등산로 입구이기 때문에 손님 대부분은 등산객들이다. 특히 식당은 토·일요일 등산객이 몰리는 오전에는 북새통을 이룬다. 싸고 맛있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등산객뿐만 아니라 대구시내에서도 단골이 많다.
김정호(53·대구시 수성구 상동) 씨는 "싸고 맛이 좋아서 1주일에 두세 번 정도 찾는다."면서 "산행을 끝내고 먹으면 피로를 풀어주고 속까지 든든하게 채워준다."고 말했다.
이 식당의 또 다른 메뉴인 고등어구이는 2천 원이고 고등어정식은 3천 원에 불과하다. 국밥 한그릇에 고등어구이를 추가해 먹으면 더 좋다. 밥집이기 때문에 술은 1인당 한 병만 판매하는 것도 이 식당의 특징.
싼 가격의 비결은 부부와 아들·며느리와 함께 식당을 운영하면서 인건비를 줄였기 때문이다. 이 식당은 조만간 이전할 계획이다. 주인 최금옥 씨는 "가격에 비해 맛있다는 손님들의 칭찬을 들을 때마다 보람을 느낀다."면서 "식당을 옮기더라도 가격은 1천 원을 끝까지 고수하겠다."고 말했다.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 대명시장 진미식당…뚝배기 2천5백원
지난해까지 2천 원하던 밥값이 2천500원으로 올랐다. 이제 대구시내에서는 2천 원짜리 밥을 찾기는 어렵다. 물론 싸기만 해서는 안 된다. 맛있고 푸짐해야 한다.
대구시 남구 대명시장 안에 있는 밥집을 찾았다. 한 끼를 때우기 위해 들렀다가 의외로 싸고 푸짐해서 놀랐다.
시장 안 식당골목에는 10여 곳의 식당이 길 양쪽에 포진해 있다. 그 중 진미식당은 된장찌개가 맛있기로 소문난 곳이다. 이 식당에서도 경상도식 진한 된장찌개에 갖은 나물을 곁들인 비빔밥이 가장 인기 있는 메뉴다. 대접 가득 담겨나온 나물에 밥 한 공기를 넣고 고추장에 비벼 된장찌개와 먹는다. 반찬도 5, 6가지나 곁들여 나온다.
이곳 대명시장에서만 16년째인 진미식당 주인 문귀자(52) 씨는 된장맛의 비결을 묻자 "알려주면 안 되는데…"라면서 "집에서 끓여먹는 된장과는 다르죠?"라고 되묻는다. 직접 담근 된장을 쓰고 된장을 끓일 때는 반드시 뚝배기에 화력이 강한 불을 쓴다고만 말한다. "특별한 비법이 없다."고 손사래를 쳤다. 결국 맛있는 된장찌개 만드는 비법을 제대로 알아내지는 못했다.
콩나물해장국과 순두부찌개, 된장찌개 등 모든 메뉴가 2천500원이다. 손국수는 2천 원. 식당 손맛이 소문나자 학생들뿐 아니라 요즘은 일반인들도 많이 찾아온다. 저녁에는 주변의 자영업자들이 일을 끝내고 밥 한 그릇 시켜놓고 소주잔을 기울인다. 소주 한 병을 시켜도 야박하지 않은 국물인심이 소문났기 때문이다. 500원만 더 투자하면 고등어 자반 한 마리를 밥상에 올릴 수 있다. 동태찌개는 3천 원이다.
바로 옆 '주니네'도 시장상인들에게 인기 있는 식당으로 꼽힌다. 한 양푼 가득한 '양푼비빔밥'과 돼지김치찌개 등을 맛보려면 이곳이 좋다. 가격은 2천500원 균일이다. 학생 등 젊은사람들은 이곳을 찾는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 칠성시장 영천보리밥…양푼이 2천5백원
대구·경북 사람들의 정이 듬뿍 배어있는 칠성시장. 그곳에 가면 아주머니들의 훈훈한 정을 느낄 수 있는 보리밥 뷔페 식당들이 있다. 지하철 1호선 칠성역에서 내려 북편 야채, 양념을 파는 상가 건물로 들어서면 보리밥집 10여 곳이 몰려 있다.
그 가운데 하나인 영천 보리밥 뷔페. 2천500원을 내자 큰 양푼 그릇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보리밥을 가득 퍼준다. 이제부터는 각자 취향대로 보리 비빔밥을 만들면 된다. 나물 무침 등 반찬 수가 무려 25가지. 묵은 시래기 무침도 맛있어 보이고 냉이, 미나리, 달래, 부추 등 봄 향기가 가득한 나물 무침도 군침을 돌게 한다. 새송이 등 버섯류도 눈에 띈다. 먹고 싶은 나물과 반찬을 고르는 것은 정말 '즐거운' 고민거리다. 하나하나 얹다 보니 보리밥 위에 나물과 반찬이 수북하다.
이제부터는 쓱쓱 비빌 차례. 주인 정용자(61·여) 씨가 재래식으로 담근 고추장을 넣고 비비자 먹음직스런 비빔밥이 완성된다. 오늘의 국은 동태국. 시래기, 쑥, 냉이, 미역, 재첩 등 날마다 국 메뉴가 바뀐다. 22년간 칠성시장에서 보리밥 뷔페 식당을 운영해온 정 씨는 "제철에 나는 최상의 재료로 정성을 들여 음식을 만들고 있다."며 "손님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양껏 보리밥을 드시는 게 보람"이라고 웃음을 지었다.
칠성시장 보리밥 뷔페 식당들의 1인분 음식 값은 2천 원 또는 2천500원. 정 씨는 "예전에는 먹고 살기 힘들어 보리밥을 먹었지만 요즘에는 섬유질이 많고, 비만 해결에도 좋다는 이유로 보리밥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영천 보리밥 뷔페 경우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까지 장사를 하고 있다. 아침에는 시장 상인들이 많은 편이고 점심과 저녁에는 시장에 장을 보러온 손님들이 찾고 있다.
칠성시장 보리밥 뷔페는 유명세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과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등 유명 정치인들이 칠성시장을 찾을 때면 이곳에서 식사를 하기도 했다.
이대현기자 s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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