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인가, 인기 스타 이동건'한지혜 주연 영화'B형 남자친구'가 나온 것을 계기로 혈액형 신드롬이 크게 유행했다. 이를테면 A형은 성실하고 꼼꼼하며, B형은 감성적이면서 예측할 수 없는 성격, O형은 외향적이면서 덤벙대는 성격, AB형은 독특하면서도 변덕스러운 성격 등으로 규정짓는 것이다.
혈액형별 성격에 대해서는 과학적 근거나 신빙성이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일부로 전체를 규정하려는 '일반화의 오류'라는 것이다. 그러나 젊은층에서는 여전히 혈액형을 통해 상대방의 성격을 파악하려는 것이 유행이다. 서점가에는 관련 책들이 쏟아지고, 마케팅 분야에서도 혈액형을 통한 심리적 접근법이 도입되고 있다.
단일 민족이라는 특수성 때문일까, 유난히도 우리 국민은 '민족'이라는 두 글자 앞에서는 엄청난 '단일화'의 위력을 발휘하곤 한다. 월드컵 때의 붉은 물결은 그 대표적 사례다. 박찬호와 이승엽, 마린보이 박태환과 피겨스케이팅의 신데렐라 김연아의 일거수일투족에 온 국민이 일희일비한다.
이런 집단주의적 단일화가 외국인들의 눈에는 좀 기이하게 비쳐지는가보다. 이번'버지니아 공대 총기 사건'을 둘러싸고 우리 온 국민이 제 자식, 제 형제가 저지른 일인양 마냥 미안해 하는 것이 딱하게 보였던 모양이다. 미국인과 미국 언론이 오히려 "이 사건은 한 개인이 저지른 문제일 뿐"이라며 위로하고 있는 판이다.
한 재미교포 청년의 광기에 찬 살륙에 말할 수 없는 비통함과 함께 국민적 책임감마저 느껴지는 것은 어쩌면 우리로서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단일 민족으로서의 호모지니어스(homogeneous:동종의, 동질의)적 관념이 어쩔 수 없이 우리 피 속에 녹아있는 탓이다. 개인의 선택과 책임이 강조되는 서구 사회와 종종 한 개인의 잘못을 그가 속한 단체나 사회로 일반화시키는 오류를 범하는 우리 사회의 큰 차이다.
전대미문 사건에 대한 끔찍한 충격으로 우리 온 국민이 자책감과 두려움으로 혼란스러워 하는 사이 지난 17일 실시된 미국 뉴저지 주 교육위원 선거에서 2명의 한인 후보가 당선됐다. 문제투성이처럼 보이던 미국 사회가 실상은 우리가 놀랄 정도로 의식이 성숙한 사회임을 보여주고 있다.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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