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기자'] 자원봉사

입력 2007-04-19 17:07:49

이번 주 '나도 기자-자원봉사' 코너의 시민기자는 대한적십자사경북지사에 근무하는 이영애(38'홍보담당) 씨입니다. 10년 경력의 이 씨는 회계업무를 오랫동안 보다가 홍보를 맡은 지는 2년째입니다. 적십자운동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대중에게 알리고 지역민들에게 기부문화 참여와 자원봉사자의 활동을 돕는 것이 그녀의 주된 임무입니다.

봉사란 그저 현재 내가 가진 것을 조금 나눌 줄 아는 여유이자 실천입니다. 어쩌면 누구나 어려운 사람을 보면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들지만 선뜻 행동으로 옮기기란 그리 쉽지 않습니다. 한 번쯤 주변을 돌아보면 우리 사회 그늘진 곳에서는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봉사'라는 단어가 명사(名詞)가 아닌 동사(動詞)가 되어야 하는 이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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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적십자사경북지사 산하 '경산사랑봉사회' 5명의 회원들이 각자 집에서 준비한 반찬을 들고 총무인 이경숙(55) 씨 집에 모여 거동이 불편한 독거할머니 집 5곳을 방문하기로 한 날. 이 총무 집에 오전 10시 30분에 집결, 11시부터 경산시 인근 다섯 할머니 집을 방문할 예정.

오늘 회원들은 결연을 맺은 독거 할머니들을 밑반찬을 들고 찾아가 사는 모습과 혹 불편한 곳을 없는가를 살피는 날이다.

오늘 밑반찬 메뉴는 전날 회의를 거쳐 이미 결정해 놓았다. 연세 높은 할머니들의 건강을 고려해 드시기 좋은 음식으로 선택하고 간혹 할머니들이 해달라는 음식도 있으면 이것 또한 빠짐없이 챙긴다.

아파트 문을 열며 반갑게 맞는 이 총무의 얼굴은 불그스레 하다. 아침 일찍 가족들의 식사와 출근을 챙긴 후 할머니들 댁에 가져갈 음식을 장만하느라 족히 3시간은 가스레인지 불 앞에 있었던 것이다. 준비한 찬은 동태전.

"어머, 이거 만들려면 손이 많이 갈텐데요?" "네, 다른 음식보다 정성이 많이 들죠. 그렇지만 할머니들이 대부분 치아가 좋지 않아 동태전 같은 부드러운 음식을 즐기기에 자주 해 드리는 편입니다."

올해로 봉사활동 6년째인 이 씨는 봉사를 하면서 얻는 게 더 많다고 자랑이다. 봉사 현장에서 가슴 아파하고 눈물 흘리며 아린 마음은 집에 돌아왔을 때 가족의 소중함으로 바뀐다고.

이 씨는 "처음엔 무덤덤하던 경상도 남편도 이젠 친구들 모임에서 아내 자랑을 서슴치 않을 정도가 됐으며 엄마와 아빠의 다정한 모습이 아이들에게도 정서적인 안정감을 줘 학창시절을 무난히 보내게 됐다는 점이 봉사의 가장 큰 선물"이라고 말했다.

10시가 넘자 노란색 봉사자 조끼를 입은 회원들이 하나 둘씩 도착했다. 그들의 손에는 어김없이 음식이 들려 있다.

우거지국, 무나물, 두부조림에서 간식거리로 준비한 야쿠르트, 바나나, 빵 등 할머니들이 족히 사나흘은 먹을 양이다.

회원들이 이런 저런 이야기꽃을 피우며 찾은 곳은 백수이 할머니(77'경산시 사정동) 집. 낮은 판자지붕에 부엌이 붙은 방은 서너 명이 앉기엔 너무 좁았다.

매주 회원들이 찾는 날이면 할머니는 미리 집 앞에 나와 기다리신다. 간혹 할머니들이 집을 비우는 경우가 있어 사전에 전화로 연락을 하고 찾기 때문이다.

이 날도 집 앞에서 한참을 기다린 백 할머니는 "하루 종일 적적하다가 노란 조끼 입은 아줌마들이 오면 너무 좋아. 딸 같아. 맛있는 반찬도 내놓고 이것저것 챙겨주니 고맙기 한량없지."

혼자 기거하는 좁은 방안에 오밀조밀 들어앉았다. 회원들은 준비한 밑반찬을 펼쳐 할머니에게 먹여 드리기도 했다. "꼭꼭 씹어 드세요." 당부의 말도 건넸다.

건강이 나쁜 백 할머니는 생활보조금으로 방값과 병원비를 치른다. 딱한 처지의 백 할머니와 경산사랑봉사회가 인연을 맺은 지는 3년째. 방문할 때마다 쌀독이 비었는지 살피고 빨래가 쌓였으면 팔을 걷어 부치고 빨래도 한다.

"천사가 따로 없제. 복들 많이 받으세요." 배웅하는 할머니 눈에 눈물이 글썽인다.

"다음엔 어떤 반찬 해 올까요. 약 잘 챙겨 드시고 감기 조심하세요." 회원들도 못내 아쉬운 듯 당부의 말이 이어진다. 또 다른 할머니들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독거노인, 취약계층, 장애가정, 조손가정 등 회원들은 오늘 하루에 4곳을 더 들러야 한다.

김영현(54'회장), 이경숙(55'총무), 강선옥(54), 전남순(58), 정임순(55) 씨 5명의 사랑봉사회 회원들의 아름다운 동행은 계속 되었다.

할머니들의 말벗이 되고 반찬을 드리며 집을 나설 때면 이웃에서 얻은 것이라면 야쿠르트나 애호박을 건네기도 하며 어떨 때는 묵 한 덩이를 내밀며 고맙다고 웃는 할머니들의 얼굴에서 지금까지 봉사란 이름으로 누군가를 도운다는 생각은 착각이었다.

오히려 그들로부터 위안과 기쁨을 듬뿍 얻어 마음의 큰 부자가 된 사람은 나 자신이었다.

▩대한적십자사경북지사의 자원봉사자는 22개 시'군지구 협의회로 구성돼 있으며 지구 협의회 소속으로 222개 단위봉사회가 조직돼 산하 5천 여명이 나눔의 실천을 하고 있다. 단위봉사회의 자격요건은 없다. 참된 자원봉사자로서 의지와 각오가 있다면 누구나 활동할 수 있다.

문의:053)252-9846

이영애 시민기자(대한적십자사 경북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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