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윤조의 수다수다]목소리

입력 2007-04-19 17:11:13

우리는 자신의 이미지 관리를 위해 외모에만 집착하지만 의사소통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는 것 중 하나가 '목소리'. 미국의 사회 심리학자 앨버트 메라이언은 인간의 의사 소통에서 목소리가 차지하는 비중을 연구해 '메라비언의 법칙'을 만들었다. 직접 만나서 의사전달을 할 때 사용되는 여러가지 요인 중 목소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38%. 다음으로 표정 35%, 태도 20%이며, 내용은 겨우 7%의 중요도를 차지했다. 무슨 말을 하든지 목소리가 좋으면 메시지 전달에 3분의 1 이상 성공한 것이다. 전화로 상담할 때는 목소리의 중요성은 압도적이다. 음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82%인데 비해 말의 내용은 고작 18%의 의미밖에 가지지 못한다고 한다.

#목소리도 이미지 메이킹 시대

어떤 사람을 만났을 때 왠지 모르게 끌림을 느낀다면 목소리에서 그 이유를 찾아보자. 많은 사람들이 외모에만 집착할 뿐 이미지 메이킹에서 목소리가 차지하는 중요성은 쉽게 간과해버린다. 목소리는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목소리 역시 부단한 자기 노력을 통해 매력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자연스러운 발성법과 정확한 발음을 연습하고 때와 장소에 맞는 목소리 톤의 변화를 통해 얼마든지 매혹적인 목소리로의 변신이 가능하다.

앵커들은 기본적으로 호감있고, 명료한 목소리를 가졌다. 지금은 저녁 9시 뉴스 자리를 내 줬지만 여전히 최고의 여성 앵커로 손꼽히는 MBC 김주하 앵커는 여성으로서는 상당히 낮은 목소리가 매력으로 작용했다. 중성적인 목소리가 지적인 느낌을 전달해주기 때문이다. 또 KBS 정세진 앵커는 220Hz로 단정하고 깔끔한 목소리이며, SBS 김소원 앵커는 230Hz 정도로 다소 높은 톤이라 명료도가 높다는 분석도 있다.

방송인들 중에도 특이한 목소리가 꽤나 많다. 목소리를 듣는 것 만으로도 자신의 존재감을 한껏 부각시키는 사람들. 방송인 박경림은 금속성의 쉰 듯한 목소리를 콤플렉스로 받아들이지 않고 개그의 소재로 만들어 성공한 사례다. 처음에는 듣기 싫다는 안티팬들도 많았지만 계속 방송을 통해 그녀의 목소리를 접하면서 이젠 '특이한 매력'으로 받아들이는 시청자들이 많다.

애교 섞인 콧소리가 트레이드 마크인 탤런트 현영. 그녀 역시 개성있는 목소리로 성공한 사례다. 처음에는 "쟤 왜 저래?"라고 곱지 않은 눈길을 보냈던 사람들도 이제는 "아, 현영의 목소리"라고 귀에 박혀버렸다.

#좋은 목소리란?

좋은 목소리는 어떤 것일까. 미성(美聲)이 좋은 목소리 일까? 말 그대로 풀이하자면 '아름다운 목소리'의 의미일 뿐이지만, 흔히 가녀린 목소리의 소유자인 소프라노 여성성악가나 카스트라토를 떠올리게 하는 미성. 하지만 누구나 이런 가느다랗고 감미로운 목소리를 가질 수는 없는 일이다.

또 일반적으로 남성은 부드러운 저음의 목소리, 여성은 비음이 살짝 섞인 애교목소리나 허스키한 듯 감겨드는 목소리가 매력적이라는 선입견도 있다. 그러나 이는 '선입견'일 뿐. 제대로 관리돼 말하는 사람의 목에 무리를 주지 않고 듣는 사람을 거북하지 않게해야 하며 때와 장소에 적합한 성량과 음색을 가졌다면 이것이야 말로 최상의 목소리다. 연설할 때는 악센트가 강하고 톤이 높은 목소리가, 상담을 할 때는 부드럽고 중성적인 목소리가, 프리젠테이션을 할 때는 중요한 부분에 악센트를 줘 가며, 다양한 톤을 구사해야 내용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자신의 성량을 풍부하게 하고, 자연스러운 목소리를 찾아 명료하게 발음하는 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기본기가 충분히 돼 있을 때, 목소리를 상황에 따라 자유자재로 변화시키는 것도 가능해 지는 것이다.

#어떻게 연습할까?

일단, 깨끗하고 명료하며 울림이 좋아 느낌이 풍부한 목소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복식호흡과 공명법을 연습하는 것이 좋다. 충분히 숨을 들여마신 뒤 소리를 내는 습관을 들여 성대를 편안하게 해 줘야 한다.

복식호흡은 충분한 폐활량을 확보하는데 효과적인 방법이다. 가슴으로 숨쉬는 것보다 30% 정도 많은 폐활량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 숨을 천천히 아랫배로 모은다는 느낌으로 들이 마신 뒤 잠시 숨을 참았다가 서서히 내뱉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소리를 낼 때는 들숨보다 날숨을 이용하기 때문에 내쉬는 시간을 길게 연습하는 것이 좋다.

충분한 공명을 통해 부드럽고 깊은 느낌을 줄 수 있도록 평소 입을 다문채 '음~', '흠~' 등 허밍을 반복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 과정에서 자신에게 가장 편안한 목소리를 찾을 수 있다.

좋은 목소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평소 생활 습관에도 주의해야 한다. 충분한 수분공급은 성대를 촉촉이 적셔 건강한 목소리를 유지하게 하는데 필수적이다. 건조한 공기는 성대 건강에 해롭기 때문에 가습기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또 평소에 늘 편안한 목소리로 말을 하는 습관을 들이고 무거운 짐, 과식은 피하는 것이 좋다. 화장실에서나 무거운 물건을 들 때 상승하는 복압은 위산을 역류시키는데 독한 위산이 성대를 건들이면 목소리가 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식사 후에 바로 눕는 것도 삼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 대선후보들의 목소리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여성으로서는 상당히 낮은 음역을 가졌다. 부드럽고 따스하면서도 당당한 느낌의 음성에다 잡음이 적은 목소리라 여성정치인에게 걸맞는 음색이라고. 하지만 말의 속도가 좀 느린 것이 단점이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목소리는 톤이 높고 바람 새는 듯한 소리가 나 청중에게 긴장감과 불안감을 준다. 고음역대의 잡음이 많아 목소리 자체가 명료하지 않다는 단점도 있다. 반면 카리스마가 있어 한번 들으면 잊혀지지 않는 목소리라는 점이 장점이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 역시 정치인으로는 불리한 목소리라는 분석이다. 울림이 적어 목소리가 약하게 들리고, 고음역대의 잡음도 많기 때문이라고. 비음을 고친다면 장점인 청아한 음색을 살려 대중들에게 훨씬 호소력있게 메세지 전달을 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목소리에서 가장 매력적이라는 평이다. 보통 남성보다 약간 낮은 중저음(108㎐)으로 호감을 주는 음역대를 지닌 것. 발음도 정확해 편안하면서도 확실한 의사전달을 할 수 있다. 반면, 너무 중후하면서도 풍부한 성량이 귀족같은 분위기가 나 서민들에게 쉽게 다가가기 힘들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올 초 서울에 있는 음성치료 전문병원 프라나 이비인후과에서 대선후보 4명의 목소리를 분석·발표한 자료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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