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 레미콘이 대구 건설현장 곳곳에서 사용되고 있다는 문제 제기(본지 16, 17일자 6면 보도)와 관련, '공사장 감리도 한몫 거들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반품된 기준 미달 레미콘이 현장으로 들어오는 것을 걸러내는 역할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는 '엉터리 감리'인데다 실제 업체에서 반품 레미콘 폐기 여부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있는 것.
17일 대구 달서구 한 대단지 아파트 공사장에서 레미콘 재활용 여부를 확인한 결과, 지난해 7월쯤 한 공사장에서 납품 거절당해 폐기처분되어야 할 레미콘 6루베(약 14.4t) 정도가 이 아파트 지하주차장 공사에 쓰인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가 된 레미콘 납품업체는 이날 다른 공사장에서 기준미달로 납품 거절당한 레미콘 강도를 낮춰 이 아파트 공사장에 납품했으며 폐기 확인 신고서를 일부 조작해 감리사에 제출한 것.
대구 수성구 한 아파트 공사장에서 만난 감리 관계자는 "레미콘 납품업체가 속이려고 하면 감리가 기준 미달 레미콘을 걸러낼 방법이 없다."며 "레미콘 폐기 확인서 등 서류상에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 믿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곳 공사장에서 사용된 폐기 확인 사진 역시 다른 공사장에서도 똑같이 사용됐고 서명도 날조된 것으로 확인됐다.
'반품된 레미콘을 재사용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도 아예 확인 자체를 거부한 공사장도 있었다. 대구 달서구 상인동의 한 대규모 아파트 공사장의 경우 시공사 관계자가 "레미콘 폐기 확인서는 '대외비'이기 때문에 확인시켜 줄 수 없다."며 거부, 본지가 입수한 레미콘 재활용 의혹과 관련된 서류를 확인할 수 없었다.
이처럼 저질 레미콘 사용에 대해 공사 감리가 힘을 쓰지 못하는 것은 레미콘이 굳기 전(90분 기준)에 납품량을 타설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쫓겨 레미콘 슬럼프(유연성), 강도, 공기량 조사를 첫 레미콘 차량이나 랜덤 형식으로 1, 2개 차량만 실시하기 때문이다. 이에 나머지 레미콘이 기준에 떨어져도 무사 통과가 가능하다는 것.
더 큰 문제는 관계법령에도 시공자가 레미콘 테스트를 150루베(1개 차량 6루베)당 1회로 명시하고 있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것. 한 업체 레미콘 차량기사는 "반품된 레미콘의 경우 감리가 조금만 관심을 갖고 확인하면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지만 걸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심지어 감리가 좀 까다로운 곳도 레미콘 업체에서 나서면 다음날부터 바로 느슨해지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한덕수 "24일 오후 9시, 한미 2+2 통상협의…초당적 협의 부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