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동에서] 참된 스승의 길

입력 2007-04-17 07:46:36

'참된 스승의 길을 간다.'

대구교대 정문에 들어서면 돌비석에 새겨진 글귀가 눈에 들어온다. 학생은 '예비 선생님'으로서, 교수는 그 예비 선생님을 가르치는 스승으로서 항상 새겨야 할 덕목이다.

미래를 열 내일의 동량의 스승을 양성하는 교육대학이 최근 시끄럽다. 총장이 조교로부터 상당한 도움(?)을 받아 논문을 두 편이나 냈고, 당시 조교는 올해 교수로 임용됐다. '대구교대 논문 대필 및 대필자 교수 임용 논란'은 최근 불거진 교수들의 논문 조작이나 표절사건에 이어 지역은 물론 전국 교수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 국립 교육대학의 수장인 총장이 있기 때문에 그 파장이 더하다.

올 초 경북대도 교수 임용과 관련해 홍역을 치렀다. 교수 신규채용 과정의 불공정 논란으로 3개 학과에서 교수 5명을 뽑을 계획이 전면 무산됐다. 대부분이 내 사람, 내 제자, 내 동문을 챙기려는 '사심'에서 불거진 문제였다. 논문 대필 논란에 휩싸인 대구교대 총장과 논문에 도움을 준 당시 조교도 같은 학교 출신 동문이다.

대구교대 사태에 대해 지역 일부 교수들은 총장이란 직책에 요구되는 엄격한 도덕성과 연구윤리를 내세워 '스스로 물러남'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반면 일부에서는 논문 대필이나 표절이 그동안 관례적으로 이뤄져 왔다는 점에서 '총장직 사퇴'는 지나치다는 말도 나온다.

지역 대학 한 교수는 "연구윤리의 한계를 벗어난 논문 대필이다. 표절 논란에 휩싸인 고려대 이필상 총장은 교내투표 결과 총장직을 유지할 수 있었는데도 사퇴한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교수는 "교수사회에서 조교의 도움을 받지 않고 논문을 내는 교수가 몇 명이나 되겠느냐? 표절 논란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교수는 많지 않다."며 "앞으로 이런 일이 계속 터질 것이다. 사건이 불거질 때마다 '목'을 칠 것이냐?"고 반문했다. 일면 일리 있는 말이다.

하지만, 학생이나 국민들이 교수의 논문 표절이나 대필을 결코 허용하거나 눈감아준 적은 없다. '관행'이란 이름으로 두둔한 적은 더더욱 없다. 교수사회 일부에서 스스로 만들어낸 자기방어의 거짓명분일 뿐이다.

또 잘못된 관행을 불가피한 것으로 받아들이거나 논란의 당사자로 지목되면 '운이 없을 뿐이다. 억울하다.'는 식의 인식은 결코 대학사회의 혁신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더욱이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립대에서 나라의 祿(녹)을 먹는 총장과 교수는 도덕성이나 책임감의 잣대가 더 엄격할 수밖에 없다.

참된 스승의 길을 걷기 위해서는 사사로운 인맥이나 학맥, 이를 통한 '도제식 교육'의 되풀이는 근절돼야 할 병폐다. 이를 바로잡는 것은 교수사회 스스로의 몫이다. 스승의 길은 뼈아픈 반성이나 대가없이 저절로 확보되는 것이 아닐 터다.

김병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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