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와의 전쟁이 시작됐다'.
미분양 아파트가 많아 곤욕을 치르고 있는 대구·경북의 부동산 시장에 올 봄부터 '입주와의 전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대구의 경우 내년까지의 아파트 입주 가구수는 사상 최대인 4만 3천 가구. 하지만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입주가 임박한 단지의 프리미엄마저 하락하는 상황이어서 상당수 단지들이 입주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건설사들은 올해 입주하는 아파트 중 상당수가 분양가 고공행진이 시작된 2003년 이후 분양된데다 기존 주택의 처분까지 어려워지면서 입주 포기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달 말부터 입주를 시작한 대구의 A 아파트 단지. 1천 가구에 이르는 이 단지는 입주 지정일이 다음달 7일까지로 입주 기간이 절반 정도 지났지만 현재까지 입주율은 2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업체 관계자는 "일부 가구는 시세가 분양가 수준이어서 대출 이자 등을 합치면 사실상 마이너스 프리미엄"이라며 "입주를 원하는 가구들도 살던 집 처분이 어려워 얼마나 입주할지 걱정"이라고 했다.
지난해 연말부터 입주를 시작한 B주상복합 아파트는 입주 4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입주율이 고작 40%를 맴돌고 있는 정도.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분양 당시 경쟁이 치열했지만 프리미엄이 형성되지 않아 입주율이 떨어지고 있다."며 "이곳뿐만 아니라 올해 입주를 앞둔 단지 중 상당수가 미입주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3년 당시 대구의 아파트 평균 분양 가격은 평당 657만 원 수준으로 지난해 평균 857만 원보다 200만 원 정도 낮은 수준.
부동산 114 이진우 대구 지사장은 "2003년 이후 분양된 아파트 중에서 상대적으로 분양 가격이 낮은 단지들은 입주가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분양가격이 높은 주상복합 아파트 단지는 입주율이 상대적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특히 건설사들은 이달부터 입주를 시작하는 수성구 두산동 대우트럼프와 중구 대봉동 센트로 팰리스, 동구 신천동 현대 하이페리온 입주율이 향후 부동산 경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주목하고 있다. 트럼프의 30평형대 평당 분양 가격이 830만 원대, 49평형은 1천30만 원으로 대구에서 처음으로 평당 1천만 원을 넘었으며, 센트로팰리스와 하이페리온 40평형대 가격은 800만 원대로 당시 지역 평균 분양 가격보다 높은 수준이었다.
이와 함께 일부 건설사들은 입주 지연에 대한 대책 마련에 나서 일부 단지는 잔금 납부 기일을 1, 2개월씩 연장하고 있으며 입주 예정자들에게 입주와 관련된 전문 상담 서비스 등도 하고 있다.
시행사 관계자들은 "이미 지난해부터 '불꺼진 아파트' 단지가 문제화됐던 부산은 미입주 가구를 전문으로 처리하는 입주 대행사까지 활동하고 있다."며 "대출 규제 완화와 투기 과열 지구 해제 등 지방 시장 활성화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입주나 분양 시장 모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했다.
이재협기자 ljh200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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