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4년 연임제 개헌안 발의를 않기로 했다. 한나라당이 자신의 요구대로 '18대 국회 개헌 추진'을 당론화하자 내린 결정이라고 한다. 모처럼 정면 충돌을 피해나간 정치적 타협처럼 보이지만 뒷맛은 개운치 않다. 96일 만에 막을 내린 '개헌 정국'이 과연 국민에게 무엇을 안겨 주었는가. 청와대는 애초부터 '되지도 않을 개헌'에 헛심만 쓰다 만 꼴이고, 17대 막바지 정치권은 개헌 카드에 발목잡혀 아까운 시간들을 날려보냈다.
청와대는 대통령의 대선 공약 이행 의지를 국민에게 확인시키고 차기 국회의 개헌 약속을 얻어냈다고 반기는 모양이다. 국민은 없고 대통령만 챙기는 협소한 생각들이다. 지난 4년 가만있다가 대통령 선거가 있는 임기 말에 '개헌 소동'으로 나라를 시끄럽게 했던데 대해 유감 표명이라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임기 내 개헌을 반대한 국민 의사를 무시했다가 대통령 체면만 살렸으면 그만인가. 이런 식이니 처음부터 국민의 시선이 개헌의 진정성보다 정치적 노림수에 더 쏠렸지 않나 싶다.
한국정치 특유의 예측 不可性(불가성)을 고려한다면, '18대 개헌 약속'도 무의미한 얘기다. 지금 정치세력들이 새로운 질서 재편을 향해 요동치고 있어 앞을 알 수 없고, 17대가 18대 국회에 구속력을 갖는 것도 아니다. 그 때 가면 또 딴 소리들이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노 대통령도 결과적으로 개헌 공약을 지키지 않은 셈 아닌가.
임기 말 대통령에게 있어 개헌 카드처럼 정치권 이슈를 장악하려고 달려들 정도로 餘力(여력)이 많지 않다. 국회 비준을 앞두고 한'미FTA를 국민에게 설득하는 일만 해도 엄청난 과제일 것이다. 대통령으로서 국민 동의는 국회 비준의 선행 조건이다. 공정한 대선 관리뿐 아니라 벌여놓은 현안의 마무리에도 국민의 협조가 절대적이다. 남은 10개월 국정에 전념하는 것만이 국민을 움직이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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