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 있는 기록을 근거로 상황을 전할 수밖에 없는 역사 교과서는 얼마나 빈약한가. 역사 속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수많은 사연을 품은 채 살고 죽었다. 그러나 기록이 남아있지 않는 한 이들의 존재와 삶을 증명할 방법은 없다. 이 땅에 존재했으되 그 흔적을 찾을 수 없어 '존재하지 않았던' 것으로 규정될 수밖에 없었던 인물과 사연은 많다.
소설 '목만치'는 역사에 뚜렷한 획을 그었으나 그 흔적이 거의 남아있지 않은 백제 장수 '목만치'에 관한 이야기다. 그는 일본 천황가의 뿌리인 소아 가문을 세우고, 150년 간 일본열도를 지배한 한민족의 영광을 상징한다. 백제장군 목만치는 475년, 고구려 장수왕의 남정으로 백제가 한성을 잃고 개로왕이 죽음을 당한 뒤에 활약한 실존 인물이다. 목만치는 웅진 천도를 성공시키고 백제 제22대 문주왕을 옹립했다.
목만치의 실존 여부는 그의 후손 소아마자의 무덤인 석무대를 비롯한 몇몇 유적과 학자들의 연구를 통해 밝혀지고 있다. 또한 중국대륙에 백제령이 존재했다는 증거 역시 '삼국사기' '백제본기' 뿐만 아니라 중국의 여러 사서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소설 '목만치'는 이런 단편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5세기 중반부터 6세기 초반까지 백제, 고구려, 신라 등 삼한의 정황을 흥미진진하게 재현해낸 작품이다. 소설 속 목만치의 행적을 쫓아가다 보면 우리 역사가 변방의 역사가 아니라 중심의 역사임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이 소설을 읽은 독자들은 우선 빠른 전개와 흥미진진한 이야기, 작가의 분방한 상상력에 후한 점수를 준다. 특히 우리가 교과서에서 배웠던 삼국의 역사, 특히 백제의 역사가 너무 간략했다는 점을 확인하는 계기가 된 소설이라고 평가한다. 또한 맹목적 거부감만 갖고 있던 일본에 대해 더 많은 사실을 이해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한다. 고대 이야기를 통해 근대 이후 일본을 더 많이 이해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특히 고대 일본황실의 피가 백제인이라는 점은 이미 나와 있는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흥미를 자극한다.
전 3권이라는 꽤 긴 소설이지만 마치 무협지를 읽는 듯한 속도감 덕분에 일단 책을 잡으면 옆으로 밀쳐 놓기 힘들다는 점은 이 책이 가지는 또 하나의 장점이다.
작가 이익준은 오랫동안 드라마 작가생활을 한 경험이 있다. 그래서 그런지 책을 읽고 있노라면 여러 가지 장면들이 드라마처럼 눈앞에 펼쳐진다. 역사서에 단 두 문장만 등장하는 인물 목만치가 생동감 있게 복원될 수 있었던 배경이기도 하다.
조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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