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는 오래된 도시다. 1천 200년 전에는 세계에서 가장 화려한 도시였을 것이다. 그러니 볼거리 많고 찾는 사람도 많다. 그런데 경주에 가면 무슨 음식을 먹을지 모르겠다는 사람들이 많다. 경주에 갈 때마다 쌈 밥만 먹고 온다는 사람들도 있다. 경주 쌈 밥이야 따로 설명이 필요 없을 만큼 유명하다. 그러나 경주에는 쌈 밥 말고도 맛있는 음식이 많다.
'경주음식은 일품이지요.'
경주세계문화 엑스포 홍보부원 9명이 여러 차례 직접 맛을 본 경험을 바탕으로 '맛집'을 추천했다. 여러 사람이 공통적으로 추천하는 음식점을 위주로 둘러보았다. 맛에 둔한 취재진 입에서도 '맛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 동주복어
허름한 입구와 달리 안은 손님들로 북적댄다. 밀복'은복'생아구를 재료로 15가지 요리를 만들어낸다. 하루 평균 점심 손님 70여명, 저녁 손님 60여명이다. 먼저 식사를 마친 손님이 떠나기 바쁘게 다음 손님이 자리를 차지한다. 맛 집으로 소문난 비결을 물었지만, 그저 좋은 복어를 쓰고, 손질을 깨끗이 한다고, 원론적인 대답만 들었다. 국물 맛이 유난히 시원했다.
특히 복어 샤브샤브 요리를 찾는 사람들이 많고, 어린 자녀를 동반한 가족들은 복 튀김을 좋아한다고 한다. 음식 맛을 어떻게 설명하겠는가. 경주 세계문화 엑스포 오수동 사무총장은 "지금껏 먹어본 복어요리 중에 가장 맛있다."고 극찬한 바 있다. 가격에 비해 양을 많이 주는 집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 Infomation
054-773-8972 | 복어 샤브샤브 5만원(4인), 3인분 4만원 | 밀복 1인분 1만원 | 경주한국전력 후문 앞.
□ 놋전분식(식당)
옛날에 놋그릇 만드는 집들이 많았던 동네라 놋전이라 불린다. 놋전분식은 물국수(잔치국수)로 유명하다. 문어, 소라, 가오리 회도 일품이다. 가게 입구는 허름해서 공사장의 간이 밥집을 연상케 한다. 김밥, 국수, 우동이라고 써 붙인 유리문은 낡아서 서글픈데, 그 앞 공터에는 승용차들이 즐비하다. 경주 사람뿐만 아니라 멀리 서울과 경기도 손님들도 찾아온다. 외제차를 끌고 이 허름한 집을 찾아오는 손님들도 흔히 볼 수 있다고 한다.
경주 토박이 공재경씨는 "막걸리 한잔할까 싶으면 금방 생각나는 집"이라며 부담 없이 한잔하거나, 국수 한 그릇, 가오리 회 한 접시 먹기에 제격이라고 했다. 식당엔 식사 때와 상관없이 손님의 발길이 끊어지지 않는다. 주인 엄말례씨는 "작년에 입원하느라 두 달 동안 문을 닫았는데, 멀리서 찾아오셨다가 허탕친 손님들께 죄송하다."고 했다.
▒ Infomation
054-749-2162 | 물국수 3천원(1인) | 가오리 회 1만 5천원(4-5인) | 요석궁에서 황남방향 150 미터.
□ 국시집
면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딱 맞는 집이다. 칼국수와 물국수(잔치국수)를 파는데, 면에 검은 콩가루가 섞여 군데군데 검은 빛이 돈다. 맛국물(다시물) 맛이 아주 특별하다. 한 숟가락 떠먹었는데, 깜짝 놀랄 정도였다. 맛국물을 어떻게 만드느냐고 물었지만 종업원들은 묵묵부답이다. 주인이 아침 일찍 나와 멸치, 파뿌리, 양파, 다시, 무 등을 넣어 끓이는데 그 비법을 종업원들도 모른다고 했다. 국수 담아내는 그릇도 크고, 양도 푸짐하다. 웬만큼 면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곱빼기'를 다 먹기는 힘들 정도란다.
매일 아침 담는 김치도 일품이다. 뻑뻑한 맛국물 쫄깃한 면과 어울려 제대로 맛을 낸다. 주인은 좋은 배추, 좋은 고춧가루, 좋은 콩 등 좋은 재료가 '맛의 비결'이라고 했다. 점심 때 예약 않고 찾아왔다가는 30분, 40분을 기다려야 한다. 금방 먹을 수 있다면 운이 아주 좋은 편이다. 끼니때가 지난 오후 4시에도 손님 발길이 이어지고 있었다.
▒ Infomation
054-773-3050 | 칼국시 3천 500원(1인), 검정콩 냉국시 4천원(1인) | 동국대 네거리에서 중앙시장 방면 100미터.
□ 도솔마을
음식을 맛과 더불어 눈으로도 먹는다면 이 집이 제격이다. 140년 된 옛날 경주 서민의 집을 약간 손질해서 음식점을 만들었다. 기와지붕과 비좁은 방, 허리를 굽혀야 출입할 수 있는 방문과 마당도 옛 모습 그대로다. 경주지역 문인들이 즐겨 찾는 곳이기도 하다. 비 내리는 날 이 옛집에서 방문을 열고 마당을 내다보며 마시는 막걸리 맛은 비할 데가 없다고 한다. 경상도 시골지역 토종 밥상이 올라오는데, 장맛이 일품이다. 이 장을 이 곳 사람들은 '빡빡장'으로 부르는데, 밥을 비며 먹으면 그 맛이 꿀맛이란다. 수라상 정식에 13가지 반찬이 올라온다. 중'장년층이 어린 시절 고향집 맛을 되새기려 자주 찾는다. 이 집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왔다가 음식 맛을 보고 반해버리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 Infomation
054-748-9232 | 수라상 정식 7천원(1인), 모둠전 1만 5천원(3,4인) | 천마총 정문 옆 골목 300미터.
□ 다유(茶由)
이 집 음식은 모두 식물성이다. 콩으로 고기 맛과 모양을 내는 콩고기밥. 야채와 견과류, 과일 등 28가지를 계절에 맞게 섞어 만든 채과밥이 주 요리이다. 콩고기밥은 콩으로 만들었는데, 씹는 느낌이나 맛이 고기와 흡사하다. 돼지고기 맛, 쇠고기 맛, 닭고기 맛 스테이크 등 3가지 맛과 모양이 있다.
채과밥은 한 한의사가 암치료를 목적으로 개발한 음식을 응용해 만들어낸 것이다. 그래서 짜지도 맵지도 않다. 다만 '사각사각' 생생한 느낌을 준다. 주인 장미옥씨는 "우리집 음식은 천천히 드셔야 합니다. 채과를 먼저 드시고, 밥은 뒤에 먹는 게 좋습니다."라며 빨리빨리 먹는 습관을 '다유'에서만큼은 잊어달라고 했다. 밥은 오곡으로 짓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데, 요즘은 흰쌀을 조금 보탠다. 오곡으로만 지은 밥은 입맛이 덜하기 때문이다. 음식점 이름에서 보듯 이 집은 차(茶)에서 시작됐다. 그래서 내부는 찻집인지 식당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다. 사실은 찻집이기도 하고, 식당이기도 하다. 식사 전 후, 창 밖의 너른 들을 바라보는 것도 즐겁다.
▒ Infomation
054-773-8866 | 콩고기밥 1만원(1인), 채과밥 1만원(1인) | 하일라 콘도 뒷길, 경주 CC 인근
□ 추천 맛 집은 더 있다
△ 시청 부근에는 가자미 횟집이 많다. 경주 가자미 회는 동해안에서만 나는 참가자미를 쓰는데, 살이 두껍고 맛이 좋다. 양식은 안되고 지금부터가 제철이다. 값이 싸고, 양이 푸짐하다. 경주사람들은 "6,7만 원짜리 큰 접시 하나를 주문하면 어른 4사람이 실컷 먹는다."고 한다. 참가자미 물회 1만원선, 참가자미 횟밥 8천원 안팎.
△ 복천숯불(쇠고기)=가게 주인이 직접 고기를 골라 온다. 조선된장으로 된장찌개를 끓여내는데, 40, 50대 손님들이 특별히 좋아한다고 한다. 경주시내 축산농가에서 사육하는 소는 5만두. 전국 시'군중 최고 규모다. 그만큼 좋은 쇠고기가 많다고 한다. 054-773-4858
△ 동산 한방오리(오리)=오리찜과 수육이 주 요리다. 대추 밤 은행 등 한약재를 넣은 밥을 오리 배속에 넣어 오리찜을 만드는데, 그 맛이 특별하다고 한다. 한방 영양찜 3만 5천원, 한방 수육 3만원. 054-774-1351
△ 의성 회센터=주인이 직접 배를 타고 나가 고기를 잡는다. 잡히는 대로 파니 특별히 어떤 횟감이 많다고 말하기 어렵다. 도다리, 농어, 게르치 등이 많다. 그 날 잡아서 그 날 판다. 가자미 값 정도로 이시가리를 맛볼 수 있는 집이기도 하다. 후식으로 전복죽을 내는데, 그 맛이 일품이다. 054-771-7457
△ 석거돈(돼지'낙지)=돼지고기와 낙지를 섞은 짬뽕, 낙지찌개, 돼지찌개가 주요 음식이다. 붉은 빛깔이 맛깔스러운데, 매운 맛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식당 앞은 기사식당을 방불케 할 만큼 분주하다. 괴릉 입구에 자리하고 있다. 054-746-6308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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