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사이렌

입력 2007-04-11 11:55:58

미국 LA 게티미술관의 아프로디테 조각상이 근래 臟物(장물) 의혹에 휘말렸다. 20여 년 전 중개상으로부터 1천800만 달러에 사들였다고 했으나 거짓임이 거의 확실하다고 했다. 미국 서부지역에서 최고 수준이라는 미술관, 그 소장품 중에서도 가장 뛰어나다는 고대 유물에서 이런 탈이 난 것이다. 게티미술관은 안 그래도 또 다른 밀매 의심을 받아 이미 26점의 문화재는 이탈리아에, 2점은 그리스에 돌려주기로 결정해 놓은 처지였다. 이렇게 자꾸 신뢰를 저버리다가는 이 미술관이 혼은 잃은 채 껍데기만 보전하는 꼴이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국내에서는 얼마 전 공중파 TV들이 시청자들을 속였다고 해서 말썽이 됐다. 한 출연자는 KBS에서 거짓 감동 가족 스토리로 상을 탔다가 들통났다. MBC에서는 실직한 40대 가장의 허위 사연이 불거져 공격받았다. 흔히 주부들이 감동을 기대하고 붙어앉는 게 아침 프로그램이라는데, 그렇게 눈물 보태주는 사연이 실제로는 자신을 속이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면 시청자들이 앞으로 어떤 태도를 보이게 될지 걱정스럽다.

의정부경찰서가 작년에 6개월간 시가지를 질주하는 앰뷸런스를 점검했더니 이상한 결과가 나오더라고 했다. 경광등을 번쩍이고 사이렌을 요란스레 울리는 것은 물론 교통신호나 중앙선까지 무시하며 달리기 일쑤였지만 63%가 거짓이더라는 것이다. 급한 환자를 태우거나 급히 달려 가야할 이유가 있는 게 아니라 개인 업무를 보거나 교통체증에서 列外(열외)가 되기 위해 얌체 짓을 하더라는 말이다. 이래서는 앞으로 누가 길을 양보해 주려 할까. 결국엔 남의 무덤까지 파게 될까봐 개탄스럽다.

평범한 우리 이웃 중에도 그때그때 입장에 따라 말을 바꾸거나 없던 일을 금방금방 말로 지어내는 경우가 있다. 남이 눈치채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는 모양이나 오판일 뿐이다. 그런 사람으로 한번 낙인찍히면 두고두고 신뢰 회복이 불가능한데도 그러는 게 안타깝다.

AP통신이 최근 미국 대통령 선거와 관련해 여론조사를 했더니 유권자들은 여전히 정직성을 가장 중요한 후보 평가 잣대로 삼고 있음이 확인됐다고 한다. 온갖 현란한 정책 얘기가 더 솔깃할 것 같지만 그렇잖더라는 얘기이다. 남의 나라 일만도 아닐 것이다.

박종봉 논설위원 paxkore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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