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미래 유산, 개방과 세계로의 도전

입력 2007-04-11 07:04:10

세계 최고의 투자 및 금융기관인 골드만 삭스(Goldman Sachs)는 2050년이 되면 한국이 1인당 GDP 8만 1천 달러의 세계 2위 경제부국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런 전망은 21세기 디지털 경제시대에 한민족이 보여준 역동성, 그리고 우리가 갖고 있는 경제지리학적 장점에 기인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장밋빛 전망을 현실화하기 위해 후손에게 어떤 유산을 넘겨주어야 하는가?

되돌아보면, 우리 민족의 삶에 대한 외형적인 형태변화와 내면 정신문화를 결정지은 획기적인 사건이 있었다. 신라가 광대한 북방영토를 가진 고구려, 그리고 일본에 지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백제를 멸망시키고 668년에 삼국을 통일한 것이다. 이는 이후 1천500여 년간 우리 민족 삶의 터전을 한반도로 제한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다음으로 태조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하면서 유교를 국가통치이념으로 삼아 정신적 세계의 틀을 바꾼 것이다. 유교를 바탕으로 충효, 철저한 신분제도를 강요하고 그리고 武(무)보다는 文(문)을 숭상하는 등 가치관을 변화시켜 장기 집권의 도구로 삼았다.

그 결과 조선의 탄생은 우리민족의 정신문화를 유교의 본래 정신과는 어긋나게 폐쇄적, 보수적이며 나약한 민족으로 바꾸어 놓았다. 물론 세종대왕 같은 위대한 지도자가 나왔지만, 대부분 조선왕조는 성리학, 주자학 등 실용적이지 못하고 비생산적인 학문의 논쟁에만 휩싸여 임진왜란, 병자호란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민생은 도탄에 빠졌고 정신문화도 더 이상 꽃피우지 못했다.

조선 이전의 우리 민족은 매우 개방적이고 진취적인 민족성향을 가지고 있었다. 탁상공론보다는 실천을 통해 국가를 건설하고 부흥시키는 등 매우 역동적인 민족이었다. 고구려는 중국 통일국가인 수, 당의 존망을 흔들었고 신라의 김춘추, 원효대사 등은 당나라, 일본, 인도 등을 드나들며 작은 것을 갖고 큰 것을 이룬 매우 진취적인 글로벌 리더였다. 또 고려도 몽고와의 항전을 통해 우리민족의 강인함을 보여주었고 문관보다는 무관이 국가경영을 주도해 형식에 얽매인 폐쇄적인 조선과는 매우 다른 모습을 보였다.

우리가 항상 비교하는 일본의 경우, 소위 글로벌화는 우리보다 400여 년이나 앞선 16세기 말 그리고 17세기 초에 시작되었다. 일본의 지배세력은 강력한 개화정신을 통해 천주교와 외국 선진문물을 받아들였으며, 중국과 인도에 대한 진출을 시도했고 남미까지 배를 보냈다. 이러한 것들이 오늘날 일본이 세계 제2의 경제 대국의 기틀을 만드는 데 중추역할을 한 것이다. 반면 우리는 문을 굳게 닫고 부질없는 정쟁에만 시간을 보냈다.

우리는 이를 극복하고 새로운 민족정기 정립을 위해 과거 청산 등 많은 노력해왔다. 이제 진정한 역사의 청산은 우리 민족의 피 속에 잠재되어 있는 진취적이고 호방한, 그리고 역동적인 개척 정신을 다시 복원하고 계승, 발전시켜 후손에게 넘겨주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미국과의 FTA는 단순히 두 국가 간의 자유무역협정이 아니라 우리 민족의 개척정신과 자신감의 표현이자, 現世(현세)와 後孫(후손)을 엮어내는 민족운명에 대한 신뢰의 가교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 폐쇄적인 조선의 잃어버린 600년, 그리고 400여 년 뒤떨어진 우리의 개방 시기를 극복함으로써 이제야말로 우리 민족이 아시아의 주역이 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할 것이다.

기마민족으로 무한한 광야에서 역동적으로 북방을 개척하였던, 그리고 어떠한 도전도 이겨온 우리 민족의 혼을 되찾을 필요가 있다. 우리 선조들이 광대한 땅을 누비고 개척하였듯이 우리 후손도 디지털 유목민의 본질을 유감없이 발휘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골드만 삭스의 예측과 같이 세계 제2의 부국이 되려면 수십 명의 빌게이츠와 같은 21세기 형 칭기즈칸이 나와야 할 것이다.

우리는 후손에게 보호 장막을 쳐 줄 것이 아니라 도전하면서 극복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주는 것이 진정으로 남겨 줄 유산이다. 16세기부터 바다를 누볐던 영국, 바이킹 후예인 네덜란드나 현대의 싱가포르를 우리의 미래 국가모델로 삼고 개방과 도전정신을 후손들의 정신과 몸에 각인시켜 줄 때만이 세계 제2의 경제부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

한미 FTA 체결을 우리의 각종 사회적 제도나 인프라를 글로벌스탠더드로 향상시키고 산업 중 취약부분을 집중 보강하는 계기로 만들어 수천 년간 지켜온 우리의 민족혼이 이 좁은 반도를 벗어나 세계를 활동무대로 삼는 기회가 되도록 해야 하겠다.

정규석(대구경북과학기술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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