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속선 3시간 거리…다자이후·쿠마모토성도 볼거리
일본이 가까워졌다. 비자도 필요 없어졌고 엔화 하락으로 인해 일본에서의 씀씀이도 부담스럽지 않아졌다. 서울-도쿄 간 셔틀비행기는 물론 부산에서 시모노세키와 후쿠오카, 오사카 등 일본 각지로 이어지는 뱃길도 다양하게 열렸다. 대구경북지역에서는 부산을 통해 싸게 일본을 다녀올 수 있다는 것도 큰 이점이다. 이에 따라 '배 타고 가는 일본여행'을 3회에 걸쳐 나눠 싣는다. 가족과 함께, 부모님을 모시고, 때론 부담 없는 자유여행을 테마로 가볍게 일본으로 떠나보자.
일본 규슈(九州)는 한반도와 가장 가까운 지방이다. 부산에서 대마도까지 50km가 채 되지않고 후쿠오카(福岡)의 하카타(博多) 항까지도 207㎞밖에 되지않는다. '비틀' 등 쾌속페리로 2시간50분, 뉴카멜리아호 등 일반 훼리로도 6시간 남짓밖에 걸리지 않는다.
오후 10시 부산항을 출항한 뉴카멜리아호는 다음날 오전 6시 하카타항에 도착했다. 후쿠오카를 비롯한 규슈 곳곳에는 한반도와의 문화교류 흔적이 남아있다. 첫 번째 목적지는 다자이후(太宰府) 텐만구(天滿宮). 다자이후는 백제멸망 후 백제유민들이 일본으로 건너가서 세운 행정기관이다. 1천300여년 전 이곳 규슈지방을 백제도래인들이 지배했다는 유적인 셈이다. 다자이후는 유적만 남아있지만 500여년 전에 세워진 텐만구 신사는 남아있다.
일본은 메이지유신 이전까지 사무라이들의 나라였다. 마지막 사무라이들이 메이지유신에 저항했던 역사가 구마모토성(熊本城)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그래서 일본을 칼의 문화, 사무라이의 문화, 성의 문화라고 하는 것일 게다. 임진왜란 때 부산으로 쳐들어온 가등청정이 7년간의 전쟁을 끝내고 돌아가서 쌓은 성이 구마모토성이다. 그러나 성은 마지막 사무라이들의 전쟁인 서남전쟁 때 불타버렸고 20세기 들어 재건했다. 성은 아기자기하고 자그마하다. 구마모토성의 기와나 축성방식은 조선식이다. 가등청정이 귀국할 때 데리고 간 울산지역의 기와공과 석공들을 동원해 쌓았기 때문이다. 그래선가 구마모토 시에는 부여의 백마강과 같은 백강이 흐르고 있고 신정목으로 이름이 바뀌었지만 울산목도 있었다. 이곳에 와서는 한반도와의 문화교류의 역사를 다시 생각해보기에 좋다.
일본열도가 여전히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려면 화산지대로 가봐야 한다.
구마모토에서 1시간 남짓 달리면 아소(阿蘇)화산이 나온다. 대부분의 일본 화산은 활화산이다. 분화구 아래쪽에 도착하니 유황냄새가 진동한다. 관리사무소에서는 경보를 울렸다. 바람의 방향이 바뀌기 전까지는 관광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20여분 만에 풍향이 바뀌면서 겨우 끓어오르는 용암을 볼 수 있었다. 1,000℃가 넘는 온도 때문에 용암은 아름다운 비취빛이다.
다음날 다시 사방에서 가스가 솟아나고 있는 운젠(雲仙)지옥을 찾았다. 19세기 일본에서도 천주교에 대한 박해가 시작되면서 수많은 순교자가 희생된 곳이 이곳이라고 한다. 산 채로 용암에 밀어넣었다는 박해의 현장이다.
운젠화산은 여전히 뜨겁게 타오르고 있다. 아래쪽에서는 지난 1995년 화산폭발 때 피해를 입은 미즈나시 혼진마을을 둘러볼 수 있다. 2층짜리 집꼭대기까지 용암이 흘러내렸다.
아소산 분화구 아래쪽에는 '아소팜랜드'가 있다. 루이암스트롱이 아폴로11호를 타고 달탐사에 나서자 일본에서는 우주에 대한 신비를 관광으로 연결시키고자 이곳에 달탐사마을을 조성했다. '스머프마을'로도 불리는 이곳 아소팜랜드는 일본 최대의 노천온천을 갖춘 대규모 위락단지다. 스머프집에서는 별을 볼 수 있다.
이곳 여행의 백미는 '하우스텐보스'(HUIS TEN BOSCH)다. 하우스텐보스는 '숲속의 집'이라는 뜻이다. 1992년 개장한 이곳은 네덜란드의 도시를 재현한 테마공원이다. 5개의 특급호텔과 박물관 극장, 놀이시설과 풍차 등을 갖추고 있는 일본 속 네덜란드다. 이곳에 네덜란드식 테마공원이 들어선 것은 에도시대 때부터 유일하게 네덜란드와 교류해 온 나가사키 항의 역사와 관련이 깊다. 네덜란드의 대홍수를 체험해 볼 수 있는 '호라이존 어드벤처'와 네덜란드의 판화가 에셔(Escher)의 세계를 입체영상으로 표현한 '미스테리어스 엣셔' 'iFX관 키라라' 등이 인기를 끌고 있는 주제관이다.
글·사진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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