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상한제 효과?…'애걔걔~ 그대로네 @.@'

입력 2007-04-10 10:11:57

지역에선 가격 효과 없어…땅값비싼 도심 공급만 ↓

'상한제 되면 분양 가격 얼마나 내릴까.'

주택법 개정안 통과로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 실시가 9월로 다가오면서 '값 내린 아파트'에 대한 수요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대구 지역에서 분양된 신규 아파트 전체 평균 평당가는 860만 원 정도. 지난 2003년의 657만 원과 비교하면 해마다 평균 10%씩 분양 가격이 높아진 셈. 분양가 상한제가 실시되면 건설사나 시행사의 사업성 악화에 따른 '공급 물량 축소'가 우려되고 있지만 분양 가격은 일정 부분 내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정부가 주장하는 '상한제' 이후 분양가는 현행보다 최소 20~25% 정도 내린 가격. 하지만 20% 인하는 수도권 지역을 대상으로 한 시뮬레이션 결과여서 대구 등 지방 대도시는 '기대 가격'에 대한 뚜렷한 정보가 아직 없는 상태.

단, 공공택지 내 아파트는 '분양가 상한제' 적용 대상인 만큼 이달부터 분양에 들어가는 공공택지 아파트 가격을 보면 '상한제 시행 이후' 가격을 짚어 볼 수 있는 정도다.

◆상한제 뚜껑 열어보니

이번 주 경남모직 건설부문이 분양에 들어가는 동구 율하동 택지지구 내 '안아주' 단지. 5개 동으로 이뤄진 이 단지의 분양 가구 수는 412가구로 전체가 25평형으로 구성돼 있다. 시공사가 공개한 분양 가격은 기준층 기준으로 1억 4천980만 원, 평당 분양 가격이 580만 원 정도다. 분양가에서 차지하는 항목별 비용을 따져보면 택지비가 평당 134만 원, 직접 공사비 276만 원, 가산비용 96만 원, 부대비용 34만 원 등으로 구성돼 있다. 공사비는 단지 시공에 들어가는 재료비와 노무비, 공사 경비, 이윤 등을 합친 것이며 가산비용은 지하층 건축비 등이다. 나머지는 설계비와 감리비, 영업비 등이 차지한다.

일단 가격면에서 보면 만만치 않다. 지난해 동구 지역에서 분양된 30평형 아파트의 평당 분양 가격은 649만 원. 가장 분양 가격이 높았던 단지는 신천동 두산 위브로 평당 760만 원이었으며 가장 낮은 곳은 신서동 영조 퀸덤으로 평당 가격이 546만 원 수준이었다.

공공택지가 민간택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땅값이 높지 않고 계약자가 발코니 확장 및 새시비로 600만 원의 비용을 부담할 경우 실질적인 분양 가격은 평당 600만 원으로 올라가 수요자들이 기대하는 '눈높이 금액'보다는 의외로 높은 가격.

분양대행사 장백의 박영곤 대표는 "25평 공공택지 분양 가격을 30평대로 환산하면 2억 원으로 지난해 인근 각산동이나 신서동 지역의 민간 택지에서 분양된 아파트와 같은 수준"이라며 "앞으로 분양되는 공공택지의 경우 택지 가격이 율하보다 2배 이상 높을 것을 감안하면 공공택지 분양 아파트 가격이 만만치 않은 수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상한제 적용해도 가격 하락은(?)

상한제 적용 공공택지 아파트 가격 수준이 수요자들의 기대 심리에 미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수도권 위주 부동산 정책' 탓이란 논리를 펴고 있다. 안아주 단지에서 분양가에서 택지비를 제외한 금액은 460만 원 정도.

주택업체 관계자들은 "민간 택지에서 역외 1군 업체가 고급 마감재로 시공을 할때 상한제 항목으로 공사비를 적용하면 450만 원 정도 수준이며 지역 업체가 시공에 나서면 20만~40만 원 정도 낮아지게 된다."며 "상대적으로 공사비가 비싼 수도권에서는 가격 인하 효과가 있지만 지방에서는 오히려 가격 상승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즉 획일적인 표준 공사비를 적용할 경우 공사 부대 비용이 적게 들고 마감재 수준이 떨어지는 단지도 정부 표준 공사비를 적용한다면 '가격 정당성'을 얻을 수 있는 모순 구조가 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구조 탓에 실제 공공택지에서 '상한제 가격'보다 값 내린 단지도 등장하고 있다.

지난 1월 경산 사동 택지지구에서 아파트를 분양한 화성산업은 상한제 적용 금액보다 평당 분양 가격을 50만 원 내렸다.

화성산업 관계자는 "정부가 제시한 표준 건축비를 그대로 분양가에 산정하면 평당 분양가격이 670만 원 수준이었다."며 "분양성을 감안해 분양 가격을 자율적으로 내렸다."고 밝혔다. 경산 사동 화성 단지의 평당 분양가 610만 원 중 택지비가 차지하는 금액은 210만 원. 결론적으로 땅값을 제외하고 정부가 제시한 표준 건축비 460만 원 중 50만 원의 공사비 '거품'을 뺀 셈이다.

지난해 10월 같은 지역에서 분양한 대동 다숲 25평형의 경우도 평당 분양가격이 544만 원으로 경산 시청에서 승인받은 금액보다 분양가를 10% 정도 내렸다.

◆상한제 외곽 공공택지 서민주택 가격은 올리고 도심지는 공급 부족

향후 주택 공급에 있어 또다른 문제는 해마다 상승하는 공공 택지비. 화성산업이 지난해 분양받은 북구 칠곡 매천 지구 내 평당 택지비는 460만 원으로 시행사들이 사들인 인근 민간 택지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

올 상반기 매천 단지를 분양할 계획인 화성은 상한제 적용 금액보다 분양가를 낮출 예정이지만 평당 700만 원 중반대로 주변 민간 아파트 분양가와 비슷한 수준이 될 전망. 또 앞으로 공급될 공공 택지 내 땅값도 계속 상승할 것으로 보여 '상한제 시행'이 돼도 민간 택지 중소형 아파트 분양가 인하는 크게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외곽 공공택지 중소형 아파트 가격은 올라가는 반면 주거 선호도가 높은 도심지 내는 사업성 악화로 공급이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높다.

도심지 내 민간 분양 단지도 공사비로만 따지면 상한제 적용 금액으로 이윤 확보가 가능하지만 땅값이 감정가로만 인정되고 사업 추진에 필요한 제 경비와 부지 확보 작업을 맡는 시행사 이윤이 인정되지 않아 '상한제 시행' 이후에는 도심지 내 민간 택지 분양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탓이다.

건설사 관계자는 "지역적 특성이나 업체별 시공능력, 단지 차별화 등을 무시한 '상한제 시행'이 오히려 시장에서 역기능을 가져올 수도 있다."며 "상한제 실시를 위해 준비 중인 시행 규칙 등에 있어 가격 및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이재협기자 ljh200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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