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볕이 따스했다. 들에는 쑥과 머구(머위)가 고개를 내밀었다. 봄내음에 욕심 많은 아낙들의 손길이 분주했다. 머잖아 쑥국과 머구무침이 식탁에서 가족들의 혓바닥을 농락할 터.
길섶에 활짝 핀 벚꽃에 눈이 부셨다. 꽃잎은 바람에 나뒹굴었다. 봄눈이었다. 개나리와 목련도 색을 한껏 뽐냈다.
직지사 들머리에도, 경천대 가는 길에도 벚꽃은 흐드러졌다. 남장사 내리막길로 페달을 힘껏 밟았다. 자전거 바퀴가 놀랐다. 맞바람에 가슴이 확 트였다. 봄의 향기가 코를 찔렀다. 김천 직지사에서 상주 용유계곡까지 수도권 관광객 20여 명과 함께 진한 봄내음을 맡았다.
직지사에 채 발을 들여놓기도 전에 벚꽃과 조형물이 어우러진 직지문화공원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봄볕과 꽃구경 나들이객들이 붐볐다. 인공폭포 앞에서 물장구치고, 잔디밭에 뒹구는 아이들 앞에 봄은 성큼 와 있었다.
직지사에서는 문화유산해설사의 구수한 입담이 귀를 즐겁게 했다. 조선 정종과 절친했던 주지 스님이 왕에게 직지사 감을 진상했다. 그 맛이 너무나 감칠맛 나 이후 '직지사반시진상법'이 제정됐단다. 직지사 감은 조선조 말까지 왕의 식탁에 올랐다.
한낮에 불공을 드리다 주지 스님이 잠들었다. 용이 일주문 옆 은행나무를 감싸고 있는 꿈을 꾼 뒤 그곳에 가보니 열다섯 살 사명대사가 낮잠을 자고 있었다. 사명대사는 주지 스님에 이끌려 결국 직지사에서 출가했다. 1천590년 이어진 고찰에도 개나리, 벚꽃, 목련이 봄 향을 물씬 풍겼다.
상주 사벌면 경천대(擎天臺). 황토와 나무계단을 밟고 올랐다. 가파른 오르막길 양 옆으로 돌탑이 줄지어 나들이객을 맞았다. 300m쯤 오른 경천대 전망대. 분홍빛 진달래 사이로 금빛 모래사장을 끼고 굽이쳐 흐르는 낙동강이 눈앞에 펼쳐졌다. 하늘로 치솟은 기암절벽과 솔숲이 넓은 회상들판을 품에 안은 낙동강을 받치고 있었다. 경관이 빼어나 하늘이 스스로 만들었다고 해 자천대(自天臺)라고도 불리는 경천대. 1천300리 물길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꼽힌다. 경천대 주변에는 야외수영장과 눈썰매장, 놀이공원을 갖춘 '경천랜드' '맨발 체험장' '산악자전거 코스' '토끼 관찰장' '초가(草家) 드라마 세트장' 등이 풍성한 볼거리와 놀거리를 제공한다.
상주는 쌀, 곶감, 누에를 자랑하는 '삼백의 고장'에다 국내 최초의 자전거박물관이 있는 자전거의 고장. 상주 남장동 곶감마을은 자전거타기의 즐거움과 곶감 맛을 함께 누릴 수 있는 곳이다. 마을 초입의 자전거박물관에서 자전거의 역사와 문화, 이색 자전거로 눈요기를 한 뒤 무료로 빌려주는 자전거를 타고 남장사까지 5㎞를 달렸다. 봄바람을 가르며 멀리 노악산(露嶽山)의 풍광을 희롱했다. 국내 최초로 불교음악(범패)이 보급된 남장사는 바람결 풍경소리 고즈넉한 고찰이었다.
청화산(靑華山)이 뒤를 받치고, 용유계곡이 앞을 흐르는 성주 화북면 병천마을(우복동). 산에는 진달래와 동백, 들에는 쑥과 머구가 봄을 노래하고 있었다. 수도권 나들이객들은 농촌체험마을로 이름난 이곳에서 봄나물을 뜯느라, 쑥떡과 진달래 화전을 만들어보느라 여념이 없었다. 장독 안에서 익어가는 구수한 전통된장도 서울내기들의 눈길을 빼앗았다. 조선시대 청암 이중환이 아름다움을 극찬했던 청화산 자락에 자리한 병천마을은 그렇게 빼어난 자연경관과 맑은 물, 동물농장(사슴, 토끼, 염소)이 어우러져 있었다.
*이번 주 여행코스:김천 직지사(직지문화공원)-상주 충의사-경천대-임란 북천전적지-자전거박물관(곶감마을)-남장사-병천농촌체험마을
*'어서오이소' 다음(14, 15일) 코스는 '문경새재와 조선 막사발 빚기-문경' 편입니다.
김병구기자 kbg@msnet.co.kr 김천·강병서기자 kbs@msnet.co.kr 상주·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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