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산호초

입력 2007-04-09 10:59:56

우리나라 옛 여인들은 머리 멋내기에 많은 신경을 썼다. 裝身具(장신구) 중 머리 장식품이 유난히 다채로웠다. 치마'저고리 일색의 단조로운 복식에서 뭔가 남다른 멋을 부려보고 싶은 女心(여심)의 발로였을까.

삼단 같은 머리에 동백기름을 바르고 정성들여 쪽을 찌고 비녀를 지르면 고아한 기품이 넘쳤다. 거기다 쪽 한귀퉁이에 참한 뒤꽂이를 살짝 꽂으면 한결 멋이 도드라졌다. 또한 궁중 여인이나 대갓집 마나님들은 큰머리나 어여머리 떨잠을 꽂았는데 움직일 때마다 파르르 떨리는 모양새가 화사하기 이를 데 없었다.

우리 옛 여인들의 몸치장거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산호'다. 분홍'빨강 등 알록달록한 색감도 그러려니와 바다를 떠올리게 하는 신비로움이 한층 멋스러움을 더해준다. 산호는 현대 여성에게도 여전히 장신구로 사랑받고 있다.

서양에서 珊瑚礁(산호초)는 매력적인 관광 상품이다. 호주 동북부 해안을 따라 2천km 길이로 펼쳐진 산호초 군락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Great Barrier Reef)'는 세계적인 관광 명소다. 태평양상에는 낙원 같은 산호섬 나라들이 여럿 있다.

이런 세계적인 산호초들이 위기를 맞고 있다.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경우 산호초들의 白化(백화)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한다. 해양 생물학자들은 이미 1980, 90년대에 처음으로 산호의 대량 폐사를 예견했다. 1997, 98년에는 전세계 산호의 16%가 사멸되기도 했다. 설상가상으로 규모 8.0의 강진과 쓰나미가 몰아닥친 태평양의 솔로몬 諸島(제도)에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산호초 군락이 해수면 위로 떠올라 말라 죽어가고 있다 한다.

산호초는 해양 생물의 보금자리로서 어업과 관광산업에 매우 중요한 영향력을 미친다. 산호초의 죽음은 곧 해양 생태계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 일으킬 前兆(전조)가 되고 있다. 백화 현상 등의 원인은 명확히 규명되지 않고 있지만 과학자들은 지구 온난화가 주원인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해수면 기온상승으로 스트레스를 받은 산호가 플랑크톤을 토해내면서 하얗게 변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우리가 알게 모르게 이미 수백 종의 생물이 지구상에서 사라져 가고 있다. 전대미문의 생태계 붕괴가 진행되고 있다.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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