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가 빛나는 밤…아파트 야간조명

입력 2007-04-05 09:49:15

도심의 밤이 달라지고 있다.

주상복합 등 최근 입주를 시작한 고층 아파트 단지들이 야간 조명을 이용한 '화려한 밤 치장'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차별화된 단지 외관'에 대한 입주민들의 높아지는 요구와 투자액 대비 탁월한 '브랜드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주택업체 이해가 맞물리면서 단지마다 '튀는 아파트 밤'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경쟁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달라진 밤 풍경.

중구 반월당 수성교 주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도심 중심가 빌딩들이 내뿜는 형광등 불빛이 약해지면서 '침침한 동네'로 통했다. 하지만, 지금 수성교를 양편에 두고 대봉동과 수성 3가동은 밤 풍경이 180도 바뀐다.

지난해 입주한 태왕 아너스 클럽이 야간 조명을 시작한 데다 이달부터 입주를 시작하는 경남기업의 센트로팰리스 단지가 야간 조명등을 켜기 시작한 때문.

주상복합인 두 단지 모두 옥탑 부분과 단지 외벽 등에 수십여 개에 달하는 야간 조명등을 설치해 세련된 단지 외관을 뽐내고 있다.

태왕의 제승호 이사는 "원형으로 된 옥탑 부분에 초록색과 파란색 컬러 등을 설치했다."며 "옥탑마다 6~8개의 투광 등을 이용, 밑에서 상단으로 빛을 쏘는 간접 조명 방식을 사용해 은은한 색깔을 내도록 고려했으며 입주민들의 반응도 상당히 좋다"고 밝혔다.

최고 높이 43층의 탑상형 건물 8개 동이 들어서는 센트로팰리스는 밤이 되면 지나가는 시선을 잡아끈다.

멀리 떨어진 위치에서도 옥탑 부분 조명이 선명하게 노출되는 데다 동수가 많아 단지뿐 아니라 도심 밤의 '분위기'를 한층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경남기업 관계자는 "야간 조명 설치를 위해 입소문이 난 서울과 부산 지역 단지를 다 둘러봤다."며 "8개 동 중에서 컬러 조명은 2개 동만 설치해 전체적으로 화려한 느낌보다는 은은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고 말했다.

야간 조명은 이제 아파트 단지의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입주를 앞둔 단지마다 주민들의 단골 민원 사항이 됐을 뿐 아니라 건설사 입장에서도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릴 수 있는 탓이다.

화성산업 김재엽 기술개발팀장은 "야간 조명에 대한 입주민들의 요구가 높아지고 있으며 일부 지자체는 야간 조명 설치를 의무화할 정도"라며 "업체 입장에서도 단지뿐 아니라 브랜드 홍보 효과가 뛰어나 튀는 야간 조명을 위해 상당한 노력을 쏟아붓고 있다."고 했다.

특히 대구시가 도심 경관 디자인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한 데다 2011년 세계 육상 대회 등을 앞두고 있어 아파트 단지들의 '밤 화장'은 더욱 세련될 것으로 보인다.

◆보기는 좋지만 전기료에 불끈 단지도

단지 야간 조명은 크게 위치에 따라 4가지로 구분된다.

고층 아파트의 경우 헬리포트장이나 옥탑 부분과 지붕 처마선, 단지 외벽과 지상 조명 등이다.

옥탑과 지상 조명은 주황색 빛을 띠는 투광 등을 벽체에 쏘는 간접 조명 방식을, 지붕 처마선과 건물 외벽은 LED 램프를 사용한다.

LED 램프는 반 영구적이며 투광 등은 통상 수명이 4천 시간 정도라는 것이 업체 측의 설명.

주택업체 관계자는 "수도권에서는 최근 들어 발코니가 있는 건물 정면에 라인선 조명을 사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며 "조명 컬러도 갈수록 다양해 지는 추세"라고 밝혔다.

그러나 '미'를 추구하는 데 들어가는 돈도 만만치 않다.

주상복합 건물의 경우 한 개 동 조명을 설치하는 데 드는 비용은 최소 1천500만 원 정도. 이달 말 점등식을 갖는 수성구 두산동 대우트럼프월드의 경우 6개 동 조명을 설치하는 데 투입된 돈은 5억 원, 한 동당 8천만 원 이상이 들어간 셈이다.

대우건설 측은 "헬리포터 상단과 옥탑 라인, 건물 외벽을 비롯해 지상 5층 상가를 잇는 브리지에 라인 조명을 넣었고 1층 상가 외벽에도 상하 조명을 설치했다."며 "19일로 예정된 점등식이 끝나면 대구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야간 조명'의 가장 큰 문제는 전기료.

설치비는 시공사에서 부담하면 되지만 입주 후 전기료 부담은 만만치 않다.

한 동 옥탑 조명만 적게는 10만 원에서 50만 원까지 드는 데다 시공사 이름이나 단지 명 등을 넣은 로고 조명등을 유지하는 데 단지마다 30만~50만 원의 비용이 나온다.

이렇게 따질 경우 300가구 정도 주상복합 아파트가 '괜찮은 수준'으로 밤 조명을 밝히는데 드는 돈은 최소 월 200만~300만 원 수준이다.

주택회사 관계자들은 "통상 입주 후 1, 2년 정도는 시공사에서 부담을 하지만 이후부터는 회사 로고 조명을 빼고는 관리비에서 조명비를 부담하게 된다."며 "이 탓에 입주 후 주민대표회의에서 야간 조명을 끄는 단지들도 적지 않게 생겨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구시 관계자는 현재 입법 예고된 도시경관 기본법이 통과되면 아파트를 비롯한 민간 건물들의 전기료 지원 문제도 본격 논의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재협기자 ljh200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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