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기업들 새 생존전략 '글로벌 인재 키우기'

입력 2007-04-04 11:02:07

시장 경계가 허물어진 FTA시대, 기업들이 '글로벌 인재 확보'에 온힘을 기울이고 있다.

외환위기 직후 자본이동의 빗장이 풀린 데 이어 FTA로 인해 상품이동의 경계가 완전히 붕괴, 외국기업과의 정면대결 체제가 시작됨에 따라 '내수 전용 인재'로는 외국기업과의 싸움에서 백전백패할 수밖에 없다는 인식에서다.

대구·경북지역 대기업 가운데 삼성전자는 이미 전세계를 상대로 인재를 뽑는 '글로벌 인재 채용'을 시작했으며, FTA로 직수출 확대 기회를 잡은 지역 차부품업체들도 올해부터 신입사원 채용시는 물론 기존 인력에 대해서도 '글로벌 역량'을 측정하고 있다.

삼성전자 구미공장을 이끌고 있는 장병조 부사장은 매년 2차례씩 해외 우수인력 유치를 위해 직접 나선다. 어차피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해야 하는 만큼 창의력을 갖춘 해외 우수인력 확보가 필수적이라는 것. 이 회사는 현재 2천 명 수준인 연구인력을 5천 명 규모로 늘리는 계획을 수립, 인재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연구개발인력도 외국어 능력이 필수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차부품업체인 평화정공은 올초 3명의 신입 연구인력을 뽑으면서 종전과 달리 실제 영어능력을 측정했다. 토익성적만 본 것이 아니라 면접현장에서 회화능력을 점검한 것.

대구지역에서 네 번째로 미국 수출을 많이 하는(직수출 기준·한국무역협회 집계) 회사 관계자는 올해부터는 기존 사원들에 대해서도 외국어능력을 측정한다. 이 회사에 따르면 이명현 대표가 직접 "기존 사원들도 외국어능력이 '적합한 수준'에 올라오지 않으면 퇴출도 각오해야 한다."는 '엄명'을 내렸다는 것.

대구의 기업 중 지난해 대미 수출 2위인 한국델파이 역시 연평균 20여 명의 연구원을 세계 최대 차부품업체인 미국 델파이에 보내 연수를 시키고 있다. 회사로서는 고액 연봉자들인 연구원들에게 급여를 2년간 정상적으로 지급하며 연수를 시켜야 해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지만, 이들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는 한국델파이의 기술혁신을 선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회사에는 미국 연수를 다녀온 연구원 숫자가 200여 명이 넘는다.

제조업뿐만 아니다. 금융권도 '글로벌 인재'를 키우기 위한 노력을 가시화하고 있다.

이화언 대구은행장은 지난해 3천170명, 전직원에게 대형 여행가방을 선물했다. 선물의 목적은 모든 직원들이 이 가방을 들고 해외로 나가보라는 것. 여행이든, 연수든, 어떤 목적을 세워서라도 해외 체험 기회를 늘리라고 이 행장은 지시했다.

이 행장의 지시가 떨어지자 지난해 대구은행에서는 모두 548명의 직원이 해외연수를 다녀왔다. 직전해(494명)에 비해 10% 이상 해외 연수자가 늘어난 것. 장기간 해외에서 공부를 한 인력도 지난해 5명(미국 3명, 중국 2명)으로 전년(미국 2명)보다 크게 늘었다.

한편 최근 영남대학교에서 강연한 김지완(경북 경주 출신) 현대증권 사장은 "지금까지 국내에서 경쟁했던 기업들조차 이제 해외로 뻗어나갈 수밖에 없고, 이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며 "이러한 기업의 변신을 밑받침하기 위해서는 국내 모든 대학생들이 2개 이상의 외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할 수 있는 실력을 반드시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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