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폭락 農心 긴 한숨…축산농들 대책회의

입력 2007-04-04 09:45:27

농업 비중이 다른 지역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경북지역은 한미FTA 타결로 한우, 양돈, 과일 등 농민들이 큰 시련을 안게 됐다. 반면 수출을 주력으로 하는 포항 구미 산업단지는 미국의 관세 장벽이 없어지면서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며 생산 설비 증설 등 후속 조치 마련에 분주하다.

"1만 원 하던 돼지고기가 하루 만에 8천500원으로 뚝 떨어졌어요. 이게 무슨 마른 하늘에 날벼락입니까?"

3일 오후 영주의 한 축산영농조합법인 사무실에서 축산농가와 유통회사, 관계 공무원 등이 한자리에 모여 한미 FTA 타결에 따른 비상대책회의를 벌였다.

"어떻게 하면 좋겠어요? 무슨 대책이 나와야 될 것 아닙니까? 출하 가격을 낮추던가, 아예 문을 닫던가…."(유통회사 사장)

"그렇다고 사료값도 안되는 가격에 무작정 팔 수도 없고…. 유통회사에서 좀 손해보지? 아님 정부에서 보상해 준다니 모두 반납하던지."(영농법인 대표)

이런저런 푸념을 늘어놓던 농민들과 유통회사 직원들은 결국 대책이 없다는 듯 멍하니 천장만 쳐다보았다.

'가격폭락'이란 FTA 폭탄에 맞은 축산농가들은 충격이 가시지 않은 듯 얼굴이 붉게 상기됐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걱정이지요. 이제 겨우 자리 잡아 먹고살 만하다 싶으니…. 예측은 했지만 이 정도까지 충격이 올줄은 몰랐어요."(축산농 권영흠 씨)

축산물 유통회사를 운영하는 김모(45) 씨도 "가격하락도 문제지만 당장 소비자들이 수입산 고기를 찾는데 더 문제가 있다. 전문매장에서는 수입산 축산물과 경쟁을 하려는 유통업체들이 국내산끼리 경쟁을 벌이는 바람에 가격하락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축산물유통업체 난립 때문이다."며 한숨만 내쉬었다.

경북도 축산기술연구소 김병기 박사는 "생산이력제는 내년부터 전국적으로 시행돼 경쟁력을 갖추는데 미약하다. 경북 축산물의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고품질 상품 생산만이 살길이다."며 "시대에 순응하며 슬기롭게 대처해 나가는 지혜를 발휘하자."고 당부했다.

짧은 시간에 FTA 타결에 따른 확실한 대책을 강구할 수는 없었다. 문을 박차고 나가는 농민들의 뒷모습에서 활기를 찾아볼 수 없었다.

영주·마경대기자 kdm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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