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와 자동차부품 등 지역의 주력산업이 한미FTA를 통해 큰 이익을 얻는다며 일부에서 크게 기대하고 있지만 차갑게 분석을 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 우리의 상황을 전혀 인식하지 않은 득실 계산은 전혀 무의미한 것입니다."
대구·경북지역 학계에서 FTA전문가로 손꼽히는 손병해(국제경제학회 회장) 경북대 교수는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고, 냉철하게 대비해야할 때"라고 강조했다.
"분석부터 해야합니다. 지역 주력산업인 섬유를 예로 들어볼까요? 섬유산업은 이미 10년 전에 수출 경쟁력을 상당 부분 상실했습니다. 중국, 동남아시아 등지에서는 우리나라 임금의 3분의 1 이하로 섬유제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관세가 사라졌다고 수출경쟁력이 획기적으로 나아지지 않습니다. 섬유부분은 우리나라가 1980년대에 미국과 FTA를 맺었다면 대단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불행하게도 상황이 그러하지 못합니다. 이미 생산시설 대부분이 해외로 빠져나갔습니다. 지역민들이 잘못된 인식을 갖고 '이제 대구섬유가 살판났다'며 한미FTA를 잘못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그는 우리나라 자동차산업도 자칫 잘못하면 우리 시장의 문만 활짝 열어줄 가능성이 있다고 경계했다.
"우리가 미국에다 연간 우리나라차 70만 대를 팔고, 미국산 차 5천 대를 들여옵니다. 그런데 FTA가 체결되면 우리가 더 많이 팔 수 있을까요? 국내 완성차업체 가운데 선두주자인 현대차는 노조원들이 매년 파업을 합니다. 이런 식의 행태가 반복된다면 관세를 없애버렸을 때, 현재 수출입 구조가 뒤바뀔 수 있습니다. 우리가 5천 대를 팔고, 미국이 70만 대를 팔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는 지역 주력산업인 자동차부품산업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완성품에서 부품단계로 내려갈수록 관세가 갖는 경쟁력효과가 낮은데 평균 2.5%에 불과한 차부품 수입관세가 사라졌다 해서 획기적으로 경쟁력이 나아진다고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너무 우울한 얘기를 계속하나요? 하지만 현실입니다. 현실을 분석하지 않고는 대응책을 만들 수 없습니다. 농업도 사정이 다르지 않죠. 우리가 FTA하면 농업이 다 죽는다고 하지만, FTA 안 하면 농업이 삽니까? 이미 우루과이라운드 이후 개방은 가속화됐습니다. 언제 닥치느냐, 시차의 문제일뿐이었습니다."
그는 이번 FTA협상을 볼 때, 정부가 실책한 점은 여러나라와 동시다발적 FTA를 진행한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미국뿐 아니라 여러나라와 동시다발적으로 FTA협상을 진행하다 보니 미국과의 협상에서 많은 것을 잃어버렸다는 것.
"우리나라는 미국과 대등한 협상력과 정보력이 없습니다. 여러 나라와의 동시다발적 협상은 결국 미국과의 협상에서 시장정보능력의 약화를 가져왔고, 협상능력의 저하도 만들었습니다. 후회해도 늦었지만 이 점은 향후 정부 관계자들이 반드시 유념해야 합니다."
그는 중앙정부가 이후에는 다른 나라보다 앞서 한국과 중국, 일본을 동시에 묶는 FTA협상을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현실적으로 3개국의 무역밸런스가 FTA를 하기에 가장 좋다는 것.
"우리 지역기업들도 앞으로 나아갈 바가 무엇인지 깨우쳐야 합니다. 이제 FTA시대가 왔습니다. 특히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인 중국을 끼고 있는 동아시아의 시대가 닥치게 됩니다.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그는 세계 경제에 '공정의 분업시대'가 닥쳤다고 했다. 특화된 공정에 한해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
"특정 완제품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아니라, 특별한 공정에 특화된 부품을 만들 수 있는 '최고의 부품·소재 생산기술'을 가진 기업이 향후 FTA시대에 승리하는 회사입니다. 지방정부도 우리 지역 기업들이 이런 길을 갈 수 있도록 대비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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