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 코너] 부유세 폐지·부활

입력 2007-04-03 08:14:44

"투자 않고 국부 유출"-"빈익빈 부익부 심화"

서구 선진국들이 부유세 폐지 또는 부활 문제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독일이 부유세를 부활했다거나 유럽 제일의 복지국가로 꼽히는 스웨덴이 부유세를 폐지하기로 했다거나, 프랑스의 유명 가수가 세금 때문에 스위스로 거처를 옮겼다는 뉴스가 지속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도 성장과 분배 가운데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종합부동산세가 일종의 부유세로 평가되면서 뜨거운 논의를 부르기도 했다.

학생들은 부유세의 의미와 기능,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을 꼼꼼히 짚어보고 각국이 폐지 또는 부활을 선택한 이유와 우리나라의 경우 어떤 입장이 바람직할지 등에 대해서도 정리해볼 필요가 있다.

▶부유세 폐지-분배보다 성장

부유세 폐지가 당연하다는 입장에서는 스웨덴의 폐지 결정에 박수를 보내며 그 의미가 국가의 부를 지키고, 서민층을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주장한다. '부익부(富益富)를 막아 평등을 이룬다는 취지로 1947년 부유세를 도입했지만 이 때문에 세금을 피해 해외로 빠져나간 국부(國富)가 5천억 크로나(약 67조 원)나 된다. 자국(自國) 안에 있었다면 생산에 투자돼 알토란 같은 일자리를 만들었을 자본이다.(중략) 투자건, 소비건 자국 내에서 도는 돈이 줄어들면 어떤 일이 벌어지나. 큰 부자들처럼 재산을 해외로 내가지도 못하고 실업수당조차 받지 못하는 근면한 중산층과 그 아래 계층이 주로 피해를 본다. 스웨덴이 부유세를 없애기로 한 이유도 부자를 위해서가 아니라 중산·서민층을 걱정해서다.'(신문 칼럼)

이는 부자와 기업에게 세금을 덜 내게 해야 한다는 논리로 이어진다. '기업이 세금을 덜 내는 만큼 투자를 늘리면 일자리와 국민소득이 늘어난다. 이게 진정한 복지이고, 분배다. 고소득층이 국내에서 살면서 더 왕성하게 소비와 투자를 하도록 만들면 그 혜택이 더 많은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것이다.

스웨덴 경제의 문제점을 부각시키면서 평등주의가 가져올 수 있는 위험에 대한 경고도 잊지 않는다. '스웨덴은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이상을 실현한 복지국가로 찬사를 받으면서도 그 이면에는 기업가 정신 퇴조, 자본의 국외 이탈, 유럽 최고의 실업률이라는 심각한 부작용을 겪고 있다. 평등주의에 치우쳐 세금을 과도하게 물리고 기업에도 지나친 복지혜택을 요구한 것이 이런 결과를 빚은 핵심 요인이다.'(신문 사설) 이 역시 우리 정부에 대한 충고로 이어진다. '스웨덴의 변화는 최상의 복지정책이 결국 분배보다 성장을 앞세운 일자리 창출에서 나오는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 정부는 변화하는 스웨덴의 모습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신문 사설)

그러면서 종합부동산세를 필두로 부자와 기업에게 부담이 되는 국내 정책에 칼을 휘두른다. 부유세의 교훈을 거론하는 건 물론이다. '노무현 정부는 2%의 부자를 때려 98%를 위하겠다며 종합부동산세를 도입했고, 올해 세액은 작년의 3배에까지 이르고 있다. 이것은 한국판 부유세다. 문제는 정부의 선전대로 98%에게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데 있다. 세금이 적정수준을 넘어서면 소비 위축, 부담 전가(轉嫁) 등의 현상이 반드시 나타난다.'(신문 칼럼)

아울러 부자와 빈자의 편을 가르고 거기에 편승하는 포퓰리즘적인 정치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현 정부를 비판한다. '역사상 국민을 소득계층으로 갈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시도는 결국에는 정권도 나라도 망치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렇기에 종부세로 뭘 이루겠다는 발상은 접어야 한다. 세금은 아무리 잘 거두어도 최종 부담은 반드시 모든 국민들의 몫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신문 칼럼)

▶조세제도의 허점과 부유층의 의무

성장보다 분배의 정책을 중시하는 입장에서는 스웨덴의 부유세 폐지를 우려스런 눈길로 쳐다본다. 성공에 대한 확실한 전망도 없는데 복지 정책만 후퇴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도 널리 알려진 스웨덴의 전통적인 사회복지제도가 상당 부분 축소되리라는 것도 분명하다. 예컨대 실업보험의 축소, 노동조합기금과 보살핌 노동에 대한 지원 삭감 등이 뒤따르리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부유세를 내지 않던 나머지 계층에게 더욱 세금이 높아지는 결과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인터넷신문 칼럼) 부유세 폐지를 반기는 분위기 이면에 노동자층과 취약계층이 삶의 질 하락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다는 사실도 당연히 언급된다.

스웨덴이 부유세 폐지를 통해 얼마나 국가 경제를 되살리고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어떤 성과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도 불투명하다. 문제는 그럼에도 북새통을 떠는 우리나라 여론이다. 복지국가의 대명사인 스웨덴이 부유세를 폐지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성장 중심의 정책이 세계적 대세라며 밀어붙이는 우리 현실이 더 문제인 것이다. '한국처럼 국민소득 대비 사회복지가 매우 취약한 국가에서는 스웨덴의 유턴 움직임이 악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어느 나라 못지않게 부자와 해외투기자본, 그리고 외국 기업에게 관대한 한국에서 이번에 스웨덴 의회에 상정된 법안의 원인과 결과를 제대로 해석하려는 노력은 필수적이다.'(인터넷신문 칼럼)

종합부동산세를 두고 '세금폭탄'이라는 표현을 서슴없이 쓰는 우리 언론이고 보면 걱정은 당연해 보인다. 더욱이 우리처럼 조세제도에 허점이 많은 나라에서 부유층에 관대해지기를 요구하는 여론은 심각한 문제다. '8만 6천700명의 백만장자들이 보유한 금융자산 규모가 2천300억 달러, 230조 원에 이르고 있지만 이 어마어마한 규모의 금융재산에 대하여는 한 푼의 보유세도 부과할 수 없도록 되어 있는 것도 한국의 조세제도가 유달리 부유층에 관대한 또 하나의 증거인 것이다.'(민주노동당 논평)

그럼에도 한국의 부유층들이 부와 소득에 걸맞은 노력은커녕 세금 납부나 법률 준수의 의무조차 회피하고 있다는 사실은 평등을 위한 인위적 정책의 필요성을 입증하는 것이다. 스웨덴과 반대의 경우 역시 선진국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고 제시된다. '신자유주의의 원조로 불리는 영국의 대처 정권조차도 1980, 1990년대 공공기업의 대규모 민영화를 진행하면서 인수 기업들의 천문학적 수익에 대해 횡재세를 신설, 52억 파운드를 징수했다. 거둬들인 세금은 사회복지 재원에 충당했다. 보수 정권이 들어선 독일도 1997년 폐지한 부유세를 2007년부터 부활하기로 했다. 현재 프랑스 스웨덴 노르웨이 룩셈부르크 등 많은 유럽 국가들이 부유세를 시행하고 있다.'(신문 사설)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생각해보기

프랑스의 인기 가수 조니 알리데가 이슈의 중심에 놓였다. 조니 알리데는 올해 63세로 40여 년 동안 1억 장 이상의 앨범을 판 프랑스의 국민 가수다. 존경받는 프랑스인 순위에서 4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런데 그의 순위가 최근 17위로 떨어졌다. 정치권에서는 그의 행위를 두고 설전이 벌어지고 있다.

이유는 지나친 세금을 피하기 위해 스위스로 거처를 옮겼기 때문이다. 그는 수입의 70% 가까이를 매년 세금으로 낸 것으로 알려진다. 부유세 때문이다. 그런데 스위스에서는 15분의 1만 내면 된다고 한다.

부유세를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에서는 그의 행위가 주장의 좋은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부유세를 도입하는 데 반대하는 사례로 인용될 수도 있다. 우리는 그의 행위를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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