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민요라도 '성음'따라 각각 달라
우리는 주변에서 '바이엘', '체르니' 등의 교재를 통해 피아노를 배우는 아이들의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피아노를 얼마 동안 쳤니?" 라는 물음에 "나는 체르니 30번을 쳐"라는 대답을 흔하게 들을 수 있다. 또한 '바이엘'의 교재를 가지고 공부하는 아이는 '체르니'를 공부하는 아이보다 수준이 낮다는 것도 금방 알 수 있다.
이와 달리 "너는 우리 음악을 얼마나 배웠니?"라고 물으면 "민요 배워." 혹은 "산조 배우고 있어." 라는 대답을 한다. 그러나 민요를 배우는 사람이 산조를 배우는 사람보다 수준이 낮다고 서양 음악처럼 쉽게 말하기가 어렵다. 왜냐하면 민요와 산조가 음악을 구분하는 단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민요나 산조를 배움에 있어 "나는 민요를 20곡 연주할 수 있어, 너는 5곡 밖에 연주를 못 하니 내가 수준이 더 높아."라고 하는 것도 어리석은 말이다. 많은 곡을 연주할 수 있다고 수준이 높은 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 우리 음악의 수준을 결정하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 음악의 수준을 결정하는 것으로 많은 내용이 있을 것이나 그 중 중요한 것이 성음(聲音)이라 여겨진다. 성음의 사전적 뜻은 '목소리'를 뜻하나 우리 음악적 의미는 조금 다른 것 같다. "그는 목구성이 좋고 성음이 맑아 듣는 이들을 편안하게 해 준다." 산조를 듣고서 "대금 성음이 좋다"와 같이 목소리의 의미뿐만 아니라 악기가 갖고 있는 제각기 소리를 의미하기도 한다. 우리 음악을 많이 배울수록 소리가 달라지고 음빛깔인 성음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우리 음악을 1년, 10년, 20년 동안 공부한 세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이들 세 사람 모두가 잘하는 '아리랑'을 똑같이 노래하거나 연주한다고 해도 그 소리에 있어 성음이 다르다. 세 사람 모두 잘하는 '아리랑'도 배움의 세월만큼 성음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듣는 사람들에게는 다르게 느껴지게 한다.
요약해 보면, '민요에 비해 음악의 수준이 높다 하여 산조를 연주하는 게 수준이 높다.'라고 말할 수 없으며, '양적으로 많은 곡을 연주하니 수준이 높다.'라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음악을 하는 많은 분들은 처음 배울 때도 민요를 배우고 20년이 지난 뒤에도 민요를 배우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우리 음악을 배운 지 1년밖에 안 된 사람도 산조를 배우고 평생 동안 우리 음악을 한 사람도 산조를 배우는 것이다.
이렇듯 서양음악과 달리 우리 음악의 수준은 음악이 표현하고자 하는 연주자의 내면을 담은 성음이 중요하다. 그러므로 서양 음악적 시각에서 '바이엘'을 배운 다음엔 '체르니'를 배운다는 시각으로 우리 음악을 하는 아이를 봐서는 안 될 것 같다.
"우리 아이는 3년 동안이나 매일 똑같은 설장구만 연주해, 첫 해 이후 더 배운 게 없어."라는 말로 더 이상 우리 음악을 평가해서는 안 될 것이다.
김신표(대구동평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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