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진 곳에 빛을 밝히는 의사들
그늘진 곳에서 빛을 밝히고, 때론 동료 의사들의 따가운 시선을 무릅쓰고 소수의 목소리를 내는 의사들의 모임이 있다.
대구·경북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공동대표 한동로·김진국). 1995년 6월 초대 대표 여운제(내과전문의) 씨 등 의사 136명이 만든 진보적 의사 단체이다. 주로 학생회나 동아리 활동 경험이 있는 의사들이 주축이 됐다. 설립 당시 목표는 소외계층에 대한 진료 및 건강교육, 지역실정에 맞는 보건의료정책 개발, 의사 윤리의 제고, 사회적 책임의 강화 등이었다.
하지만 10여 년이 지나면서 어엿한 시민단체로 성장했다. IMF 이후 불거진 노숙자 문제, 그리고 외국인 근로자까지, 인의협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곳들이 많아지고 있다. 심지어 대구시의 보건행정 사업에도 동참할 정도이다. "우리가 가진 역량을 넘어서 사회가 인의협에 요구하는 것들이 많아져 버겁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할 수 있는데까진 해 봐야죠." 대구적십자병원(신경과 과장)에 근무하는 김진국 대표는 "인의협은 의료를 시장논리에 맡기려는 신자유주의의 흐름에 반대하며, 그래서 인의협의 사업도 의료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정책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고 했다.
인의협은 한때 회원 수가 200여 명에 이르렀으나 2000년 의약분업을 둘러싼 의사파업시 상당수 회원들이 이탈하는 시련을 겪기도 했다. 당시 인의협은 파업의 부당성을 비판, 파업을 주도한 의사협회와 갈등을 빚기도 했다. 여기에 사람들이 '경제 마인드'로 무장해 가는 세상 풍토 속에 '외롭고 돈 안 되는 일'은 무기력해지기 마련. 하지만 지난해부터 10여 명이 새로 가입하면서 현재 회원은 60여 명. '새로운 피'가 들어오면서 모임이 활기를 띠고 있다.
초대 사무국장을 지낸 임재양(외과전문의) 씨는 "사람들이 삶에 대한, 사회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싫어하는 세상이 돼 가고 있어 안타깝다. 전문가 사회에서도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다양성이 있어야 전문가 집단도 발전하지 않겠냐."며 인의협이란 존재의 당위성을 말했다.
인의협은 누군가가 해야 하지만, 쉽게 나설 수 없는 일에 열정을 쏟았다. 한·미 FTA 협상의 문제점을 제기하기 위해 토론회와 순회 강연회를 마련했으며, '황우석 박사 배아줄기 연구 파동' 때는 긴급 토론회를 열고, 입장을 밝기기도 했다. "과학만 발전해서 인류의 행복이 증진될 수 없고 다른 분야의 도움 없이 과학만 발전할 수도 없다."
4월 1일엔 '사업장'을 하나 더 마련한다. 경산 이주노동자 무료진료소. 수성구의사회도 뜻을 함께 해 금전과 인력을 지원키로 했다. 성서 이주노동자 무료진료소에 이어 두번째이다.
김진국 대표는 "이주노동자 무료진료소는 진료만 하는 곳이 아니다. 하루에 20여 명이 진료를 받지만 항상 붐빌 정도로 '그들의 공동체'가 되고 있다."며 "무료진료소에는 의사 뿐만 아니라 대학생, 노조원, 간호사, 대구외국어고 학생 등이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고 했다.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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