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유치와 평창의 2014년 동계올림픽 유치 경쟁은 어떤 함수 관계에 있을까? 평창 때문에 대구 유치가 힘들 것이라는 게 그간의 중론이었다. 또 대구 유치가 성사되면 평창에는 오히려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나왔다.
그러나 대구의 유치 성공에 깊숙이 관여한 국제스포츠계 고위 소식통은 다른 견해를 내놓았다. 그는 "먼저 우리나라와 러시아가 두 대회 개최 경쟁에서 모두 강력한 라이벌이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집행이사회가 2011년과 2013년 대회 개최지를 동시에 결정하기로 한 점 역시 주요 변수"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대구가 2011년 대회를 개최하게 된 것이 평창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그 이전에 평창을 향한 범정부적인 유치전이 대구에는 어떤 역할을 했을까?
먼저 평창으로서는 대구의 유치 성공이 반작용으로 나타날 수 있음을 우려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시각은 근시안에 불과하다는 것이 그의 분석.
2011년 대구, 2013년 모스크바의 순서로 육상대회 개최지가 결정된 것은 '2011 모스크바, 2013 대구'라는 조합보다는 평창에게 훨씬 반가운 소식이라고 했다. 즉, 2013년 8월 모스크바에서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개최한 러시아가 불과 6개월 뒤인 2014년 2월 소치에서 동계올림픽을 여는 모습은 국제스포츠계에서 긍정적으로 비쳐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를 근거로 우리 정부도 대구가 2013년 보다는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유치하는 것이 2014년 동계올림픽의 평창 유치에도 긍정적이라는 외교·정보 분야의 정세 분석을 한 뒤 유치전 막판에 적극적인 자세로 전환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 소식통은 "막판에 대구에 큰 힘을 실어준 노무현 대통령의 16일 대구 방문과 월드컵 경기장 에서의 "대구 파이팅" 구호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했다. 정부가 평창이라는 한 마리 토끼에 주력하려던 자세에서 벗어나 대구라는 다른 토끼까지 한꺼번에 잡으려는 작전으로 전환했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동계올림픽 유치전에서 다른 도시보다 앞서 나간다는 평가를 받던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가 주민들의 반대 여론으로 주춤하고 있다는 점도 평창에 다시 힘을 실어주는 계기가 됐다.
결국 평창에 대한 정부의 강력하고도 다방면의 지원 의지가 직접 경로는 아니라고 해도 결과적으로 대구의 유치 성공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다시 평창으로 하여금 힘을 내게 하는 자극제로 되돌아간다는 설명이다.
이를 종합하면 대구의 2011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유치 성공은 결과적으로 평창의 동계올림픽 유치전과의 상호작용 산물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독립변수가 아니라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 종속변수라는 것이다.
정경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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