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교사론 서설

입력 2007-03-26 07:03:30

한때 교직을 떠나려 한 적이 있었다. 글쓰기로 전업을 해볼까, 출판사를 낼까 망설이기도 했으며, 대학으로 옮길까 하기도 했다. 그러나 우여와 곡절을 거치면서 아이들과 함께 보낸 세월이 33년을 넘어서고 있다.

그때 교단을 떠났더라면, 아이들 곁에서 누리는 현재의 행복은 나의 것이 아닐 것이다. 떠날 생각을 했던 사람이 교사론 운운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지만, 지난날의 반성과 반평생을 교단을 지킨 사실을 면죄부로 삼아 몇 마디 할 수도 있으리라.

교사는 커서 뭐가 될지도 모르는 학생들을 감화시키고 가르치는 인생의 지도자이다. 교사의 기본 책무는 전공 분야의 최근 연구 성과를 교육과정에 접목시켜 학년성에 맞게, 학생 수준에 맞게 가르치는 것이다. 여기에다 성장기 인격 형성과 가치관 정립을 위한 감화(感化)의 책무를 생각하면, 교육자로서의 교사의 비중은 대학 교수보다 훨씬 더 크다. 그래서 스승 사자를 써서 교사(敎師)라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교사들은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 법정 시수를 훨씬 넘어서는 수업, 정면으로 마주서야 하는 생활지도. 열악한 연구 환경. 밀려오는 업무. 호소력 없는 개혁 피로감에다 승진 스트레스까지 겹쳐서, 고유 업무인 연구와 교수-학습 활동에 전념하기조차 쉽지 않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교사에게 전문직으로서의 권위와 긍지를 부여하고, 사회, 경제적 지위를 보장해 주는 것이다. 민감한 현안 중의 하나인 교원평가도 이런 토대 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 평가를 근거로 우수한 교사에게는 인센티브를 주고 부적격 교사는 교단을 물러나게 해야 할 것이다.

그 인센티브의 하나로 교사 연구년제를 생각해 본다. 조선시대에 임금이 신하에게 1년 정도 글을 읽을 수 있도록 휴가를 주는 사가독서(賜暇讀書) 제도가 있었다. 이 제도는 뛰어난 인재들에게 재충전의 기회를 주었으며, 결과적으로 정책과 행정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현대에 와서 사가독서의 성격을 띠고 있는 제도는 대학에서 시행하고 있는 연구년제이다.

이 제안의 취지는 우수한 연구 성과나 정책 개발 가능성이 기대되는 중견 교원을 대상으로, 엄격한 심사를 거쳐서 6개월 내지 1년 정도의 연구년을 부여하자는 것이다. 이 제도는 교사에게 자부심과 긍지를 불어넣어 줄 수 있을 것이며, 예비 교사들에게는 현장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간제 복무 기회를 부여하면서, 고급 청년 실업 해소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선굉(시인·의성단밀중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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