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벌적 과세 성격" "집값 안정 효과적"
올해 전국의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 과세 대상자가 50% 가까이 늘어나고 세 부담도 작년보다 68%나 오를 것으로 추산되면서 '세금 폭탄' 논란이 재현되고 있다. 지난해 집값이 크게 오른 데다 공시가격을 시세의 80%까지 끌어올리면서 대상자와 세금 규모가 커진 데 따른 것이다. 고가 주택 보유자들의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는 노릇. 논란은 당장 올해 말 대선에서 이슈로 제기될 가능성이 크고, 공시가격이 100%까지 오르게 되는 2009년까지 되풀이될 여지도 있다.
종부세는 주택 가격 안정을 위해 거래세를 낮추고 보유세를 높이자는 취지에서 도입된 것이다. 고급 주택, 다주택 소유자에 대한 세금 부담을 높여 집값을 안정화하는 한편 서민층의 내집마련을 돕자는 뜻도 담겨 있다. 학생들이 주목해야 할 부분은 당장의 종부세가 얼마냐가 아니라 자본주의 사회에서 보유세가 가지는 의미와 우리나라 경우 어떻게 이를 적용하는 게 바람직한가에 대한 이해다.
▶종합부동산세란
부동산 과다 보유자에 대한 과세 강화, 부동산 투기 억제 등을 위해 2005년부터 시행된 제도로 재산세를 내는 부동산 공시지가의 범위 이상에 물리는 세금을 말한다. 2006년의 경우 주택은 공시지가 6억 원 초과분, 토지(나대지)는 3억 원 초과분에 물린다. 6억 또는 3억 원까지는 재산세를 내고 넘는 범위에서는 종부세를 내는 것이다. 전년도 각각 9억 원, 6억 원이던 기준을 3억 원씩 떨어뜨리는 바람에 지난해 헌법소원, 조세저항운동 등 반발이 심했으나 연말 자진신고가 98%에 이르면서 기세가 꺾였다. 올해는 공시지가의 시세 반영 비율을 10% 높이면서 대상 인원이 지난해 34만 1천 세대에서 50만 5천 세대로 늘어 다시 논란이 일고 있다. 그러나 정부 분석에 따르면 종부세 대상자의 94%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으며 대상자의 63.5%가 두 채 이상의 집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포퓰리즘적 '세금 폭탄'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해 거래세는 낮추고 보유세는 높여야 한다는 기본 방향에 대해서는 대체로 동의하는 분위기다. 논란의 핵심은 종부세 과세 대상을 어느 범위로 잡느냐다. 너무 넓게 잡으면 뜻하지 않은 피해자가 양산되는 세금 폭탄이 되고, 너무 좁게 잡으면 실익이 없어진다.
'세금 폭탄' 논란은 지난해 종부세 과세 대상이 크게 늘면서 한동안 제기됐으나 올해는 범위가 더 늘어도 용어 자체는 사용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지난 연말 자진신고율이 엄청나게 높았던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올해 과세 대상이 늘어난 것을 두고 비슷한 논리의 지적들이 쏟아지는 것은 세금 폭탄론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다.
우선 대상자의 94%가 수도권에 집중됐고 63.5%가 두 채 이상의 집을 보유했다는 발표와 맞물린 주장을 보자. '종부세가 부동산 부자를 겨냥한다는 당초 취지는 실종됐다. 올해 종부세 납부 대상자 중에 1주택자의 비중이 36.5%나 된다. 버블 세븐 지역이 아닌 인천 부산 대전 대구 광주와 경기 고양시 일산 같은 곳에서도 종부세 대상이 증가했다. 대상자의 31.1%가 공시가격 6억 원 초과∼7억 원 이하에 몰려 있다. 집 한 채 갖고 열심히 산 중산층이 투기 잡기 위한 징벌적 세금을 맞은 것이다.'(신문 사설)
부동산 투기를 목적으로 하지 않은 억울한 소수가 포함됐다는 점도 비판의 중요 부분이다. 이들은 특히 한 집에서 수십 년 살아 현실적인 이익이 발생하지 않았는데도 지나친 종부세를 물어야 하는 은퇴자 등의 답답한 사정에 관심을 보인다. '이 가운데는 엄청난 규모의 고가 주택을 한 채 보유한 사람도 있을 것이나, 30평형대 아파트 한 채를 마련해 수십 년을 살아온 사람도 있다. 바로 이런 유형의 소유자나 고령자에게는 날벼락이다. 참여정부가 이름 붙여준 버블 세븐 지역의 정보를 미리 알고 이사 간 사람도 아니고, 이리저리 옮겨다닌 투기꾼도 아니다. 더구나 퇴직해 한 푼이 아쉬운 상황에 처한 이들의 볼멘 전화가 연일 울려대는 것은 당연하다.'(신문 칼럼)
억울한 소수를 과세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종부세 폭탄을 피해갈 수 있는 퇴로 정도는 마련해줘야 한다는 지적이 당연히 뒤따른다. '무엇보다 은퇴자들처럼 집 한 채를 가지면서 선의의 피해를 입는 계층이 없도록 해야 한다. 나아가 1가구 1주택 실수요자가 주택매매 차익도 발생하지 않았는데 단지 시가가 올랐다는 것 때문에 엄청난 세금을 무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종부세를 감당하지 못하는 계층에 탈출구를 마련해 주는 것도 시급하다. 적어도 1가구 1주택자에 대해서는 양도소득세를 대폭 낮춰줘야 한다. 그래야 고가의 집을 팔고 다른 집을 사는 것이 용이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신문 칼럼)
이와 함께 종부세 부과 공시가격 기준을 현행 6억 원에서 더 올려야 한다는 주장, 종부세를 많이 내면 다른 세액을 줄여주자는 주장 등과 함께 대선 주자들이 종부세에 대해 유연한 공약을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한 핵심
종부세 부과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확고하다. 공시가격 기준을 올리지도, 은퇴자 등에 대한 혜택을 주지도, 양도세 인하 등 퇴로를 만들어주지도 않겠다는 것이다. 종부세를 도입한 지 겨우 2년이고 지난해 부과로 겨우 부동산 시장에 영향력이 미치는 판에 정책 기조를 바꿀 수는 없다는 것이다. 2009년까지 공시지가 반영 비율을 100%로 올리겠다는 입장도 변동이 없다.
찬성하는 쪽의 입장은 보유세 강화가 부동산 시장 안정화의 필수 요건이라는 점이다. '거래세를 낮추고 보유세를 높이는 것은 주택거래를 활발하게 하는 동시에 다주택 보유에 대한 부담을 강화하여 주택가격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다. 부동산 가격이 올라 세 부담이 늘었다면 집값 안정화 정책을 더욱 철저하게 집행하여야 한다. 만에 하나 과표 조정이나 세율 인하 등 잘못된 정책이 시장에 나온다면 겨우 안정되어가고 있는 부동산 가격은 다시 들썩일 것이다.'(참여연대 논평)
종부세 과세 대상이 일부에서 지적하는 정도로 많지 않다는 통계는 분명하다. 또한 집값이 오른 데 비하면 종부세가 늘어난 것은 극히 미미하다는 계산도 나온다. '공시가격이 지난해 6억 원에서 올해 9억 원으로 오른 집은 종부세를 포함해 보유세가 148만 원에서 444만 원으로 뛴다. 세금 부담이 갑자기 불어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 또한 부동산 보유과세를 외국 수준으로 현실화해 감으로써 집을 투기 대상으로 삼기 어렵게 하자는 우리 사회의 합의를 반영한 것임을 이해해야 한다. 9억 원짜리 집의 시장가격은 11억 2천만 원 정도고 보유세가 444만 원이면 실효세율은 0.4%가량이다. 세금이 집값의 1%에 이르는 미국의 절반에도 아직 못 미친다.'(신문 사설)
이들은 세금 폭탄론에 엄중한 경고를 보낸다. '이번 공시가격 발표로 세금 폭탄론이 다시 고개를 들 가능성이 있다. 일부 고가주택 보유자들의 반발 심리를 부추겨 세제를 다시 손보자는 의도일 것이다. 그러나 온 국민이 부동산 투기 광풍에 휩쓸려 엄청난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을 반성해 가며 어렵게 마련한 사회적 합의를 깨려는 시도는 부질없다.'(신문 사설)
종부세 도입 초기에 포퓰리즘적인 정책이라고 비난받은 바 있지만 지금은 종부세 찬성론자들이 오히려 정치권의 포퓰리즘적 접근을 우려하고 잇다. '한 가지 변수가 있다면 대통령 선거를 앞둔 정치권의 움직임이다. 인기에 영합하려는 정치인들이 종부세 완화를 들고나올 수 있다. 몇몇 주택 건설업자와 보수 언론은 벌써부터 이를 부추기고 있다. 이는 우리 사회를 다시 혼란에 빠뜨리는 일이다. 나라의 장래를 생각하는 정치인이라면 당장의 인기보다 10년, 20년 뒤를 내다보는 주택 정책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신문 사설)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 생각해보기
지난 100년 동안 세계의 부는 평균적으로 증대되었지만 분배의 불균형은 어느 시기보다 심각해졌다. 이에 따라 세계 인구의 상위 20%가 전체 부의 80%를 향유하는 반면 하위 20%는 1%도 차지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성장 중심의 경제 속에서 분배가 소홀했다는 지적이 있었으나 장기적인 경제 위기로 논란에 빠진 상태다. 정책 추진에 있어서 성장과 분배 가운데 어느 쪽에 치중해야 하는지, 성장과 분배를 조화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이야기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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