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서부도서관 독서 마라톤 우승 서도초교 김소연 양

입력 2007-03-20 07:43:24

지난해 3월 중순 출발 3개월 보름만에 258권 독파

'42.195'. 마라톤을 완주해본 사람들이라면 잊을 수 없는 숫자다. 이 거리를 끝까지 달린 이들은 자신의 한계를 경험했고 이를 넘어서는 인내를 통해 무한한 성취감을 느꼈을 터이다. 올해 초등학교 5학년인 김소연(서도초교·11) 양에게도 '42.195'는 뜻깊은 숫자다. 김 양은 대구 서부도서관이 주최한 '책읽기 마라톤 대회'에 출전, 4만 2천211페이지를 완독해 지난 14일 도서관으로부터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지난해 3월 중순 힘찬 출발을 한 이후 3개월 보름 만에 258권의 책을 읽어 치웠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점점 더 속도가 붙었어요. 함께 대회에 나온 친구들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경쟁심도 생겨 더 열심히 하게 된 것 같아요."

김 양이 독서 마라톤에 지원하게 된 것은 어머니의 권유 때문. 초등학교 입학 때부터 공공도서관 이용과 독서를 생활화해 온 김 양은 도서관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가해보자는 생각에 참가 신청서를 냈다.

경주가 시작된 이후로는 하루 평균 2, 3권의 책을 독파했다. 학교 자습시간에도, 쉬는 시간에도, 집에 돌아와 잠자리에 들기 전에도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자연히 TV나 컴퓨터와는 멀어졌다. 어머니와 아버지도 함께 책을 읽으면서 김 양의 레이스를 격려했다. "처음에는 단어 한 자, 한 자씩 읽다가 어느 순간부터 문장이 통째로 보이기 시작했어요. 집중하는 힘이나 각 문단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속도도 빨라졌어요."

대회 규정상 단순히 빨리 읽는 것으로는 부족했다. 도서관 사서들은 참가 선수들이 책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건성으로 페이지만 넘겼는지 매번 확인했기 때문이다. 다 읽은 책을 반납하면 간단한 감상평을 적은 독서 기록장을 매번 제출해야 했고 책 내용에 대해 질문도 받았다. 도서관 반납대에는 선수들의 경주 상황을 하트 모양 스티커로 표시하는 현황판이 붙어 있어 경쟁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창작동화나 역사, 과학 동화를 가장 좋아한다."는 김 양은 "평소 읽고 싶은 책이 있으면 도서관에서 먼저 찾아보고, 없으면 책을 사서 읽었다."고 말했다. 어머니, 아버지도 주말이면 도서관을 찾을 정도로 가족 전체가 독서에 푹 빠져 있다. 지난 겨울방학에는 도서관에서 주최한 NIE수업, 영어동화 교실에도 주 3일씩 참가했을 정도로 김 양에게 도서관은 '제2의 학교'다.

다독(多讀)은 학교 공부에도 큰 도움이 됐다. 과학, 사회 성적이 안 좋을 때는 과학, 사회 관련 책을 읽었고, 국어 성적이 안 좋을 때는 또 해당 분야의 책을 찾아 읽었다는 것. 덕분에 교내 글짓기 대회나 독서 성취 대회에서 연거푸 상을 탔다. 성적도 반에서 1, 2등을 한다. 김 양은 "쉬는 시간에 책을 읽고 있으면 선생님이 '소연이처럼 책 좀 읽어라.'고 반 친구들에게 얘기한다."며 쑥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김 양은 이번 독서 마라톤을 계기로 책을 더욱 좋아하게 됐다고 말했다. 두꺼운 책일수록 읽고 나면 해냈다는 만족감이 높았고, 어떤 책이든 읽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는 것. 책 읽기를 싫어하는 친구들에게 조언을 부탁하자, "일단 도서관에서 하는 작은 프로그램이라도 참가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러면 자연스레 책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될 것"이라고 제법 어른스런 표정을 짓는다.

한편 서부도서관은 2회째인 이번 대회에서 풀코스 완주 3명을 비롯해 하프코스, 10km, 5km 등 모두 21명의 초등학생들에 대해 시상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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