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교육 환경론 서설

입력 2007-03-19 07:30:38

지난 주 월요일 출근길. 동명휴게소에서 '"학교 돕자." 학부모, 기업이 나선다.'는 3월 12일자 신문 헤드라인 기사를 읽다가 왈칵 눈물을 쏟아냈다. 부분적으로 숨길 수 없는 현실이며, 돕고자 하는 분들의 진정성이 가슴에 와닿았기 때문이리라.

다음은 기사의 일부다. '비 새는 교실, 컨테이너 도서실, 가고 싶지 않은 화장실, 낡은 책걸상, 폐기 직전의 컴퓨터, 난방비가 무서운 추운 학교, 급식비도 못 내는 아이들…. 기사를 통해 참담한 학교 현장을 접한 기업과 개인들은 저마다 '충격적'이란 반응과 함께, "가난한 학교와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도우면 되느냐."며 잇따라 문의해 오고 있다.'

70년대 추억 속의 학교로 되돌아간 느낌이 들었다. 학교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기사는 궁핍한 측면을 지나치게 조명하고 있다. 교육의 물리적 환경은 상당히 개선되어 가고 있다. 특히 ICT 환경은 세계적인 수준이다.

추워서 공부를 못할 지경은 아니며, 여러 지원 채널을 통해 점심을 굶는 학생은 거의 없다. 학교의 재정이 학부모와 기업의 적선이 없으면 쓰러질 지경에 이른 것은 아니다.

한때 폐교 논의가 있었던 특수 사정이 있기는 하지만, 우리 학교의 환경은 상대적으로 매우 열악하다. 교무실과 행정실 이외에는 에어컨이 없다. 컨테이너 체육실에 조잡한 간이화장실. 낡은 알루미늄 홑창문 틈으로 찬바람이 드나든다.

그러나 눈물겨운 상황은 아니며, 조금씩 개선해 나가고 있다. 우리 학교뿐만 아니라 모든 학교의 환경은 지속적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학부모와 기업이 학교를 돕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다.

학생들은 물리적 환경(하드웨어)과 지식 환경(소프트웨어), 인적 환경(휴먼웨어) 속에서 성장하고 있다. 이 3대 교육 환경 가운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두 말할 나위 없이 교사를 중심으로 한 인적 환경이다. 교육 환경에서 인적 환경이 차지하는 비중은 대략 70%를 넘어선다는 게 일반적 시각이다.

현재 가장 시급한 것은 가장 중요한 인적 환경에 무게 중심을 둔 교육 환경 어젠다를 제시하고, 국민적·사회적 관심을 기울여 나가는 것이다.

학생들은 우리의 미래이며, 학교는 그 미래를 담보하고 있는 가장 핵심적인 제도이다. 국가와 사회가, 학부모와 기업이 학교와 교사에게 돌려줄 것은 동정과 자선이 아니라, 교육 주체로서의 권위와 긍지여야 하지 않겠는가.

김선굉(시인·의성 단밀중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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