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광장] 바이오 에너지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입력 2007-03-19 07:40:56

'바이오 에너지'란 식물과 동물 그리고 미생물로 대별되는 생물로부터 얻는 연료라고 할 수 있다. 전후 세대인 우리네 어린 시절만 해도 도시에서는 화석 연료로 분류되는 연탄이 주로 사용되기도 했지만, 시골에서는 눈에 보이는 식물이나 그 부산물이 모두 바이오 에너지였다.

볏짚이나 등겨, 솔방울이나 소나무 갈비, 싸리나무나 산에서 벌채한 나뭇가지, 심지어 말린 옥수수나 수숫대 그리고 휴지나 톱밥 등 불에 타는 모든 것들이 난방이나 취사용 연료였다. 호롱불을 밝히는 아주까리기름 역시 훌륭한 연료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이제는 급속한 산업발전의 원동력이 된 원유(화석에너지) 그 자체가 돈이며 우리 생활과 떨어질 수 없는 필수품으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또한 에너지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원유의 사용으로 지구가 병들어가고 있다는 인식을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최근 들어 엄청난 자연 재앙을 경험하면서 선진국 주축으로 지구 온난화 방지를 위한 온실가스 배출을 규제하는 내용의 교토 의정서(Kyoto Protocol)를 제정하고, 2005년 2월부터 일부 발효되기 시작했다. 그 궁극적인 목적이 대체 에너지의 개발을 통한 화석 연료의 사용량을 줄임으로써 더 이상 지구가 황폐해지는 것을 막아보자는 것이어서 모든 국가에서 당연히 받아들여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다만, 세계 4위의 원유 수입국이자 하루 소비량 세계 7위를 기록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감안할 때 교토의정서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에 대해 이제는 심각하게 고민해 보아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얼마 전에 '산업자원부 주도로 정유사와 바이오 디젤 제조업체가 자발적인 협약을 맺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주요 내용은 우리나라 유휴지에 유채를 심거나 폐유를 정제해 바이오 디젤을 생산하겠다는 내용이었는데, 에너지 정책은 국가의 흥망이 달린 문제일 수 있다는 관점에서 내심 풀리지 않는 의문이 가슴 속에 자리하고 있다.

식물에서 생산되는 바이오 에너지의 가격은 식물의 에너지 생산성에 정제 비용을 추가함으로써 어느 정도 계산이 가능하다. 개발 의지가 강한 국가의 경우 세금 감면 등의 조치를 취하고는 있으나 곡류로 만드는 바이오 에탄올의 가격이 원유의 약 2배, 대두나 땅콩 혹은 유체에서 생산된 바이오 디젤이 원유의 3배인 점을 감안할 때, 국제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좀 더 체계적이고 심도있는 접근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나라와 3모작, 심지어는 4모작이나 5모작을 할 수 있는 인도네시아·필리핀·태국 등 동남아 지역에서의 식물 생산성을 염두에 두고, 단위 식물에 대한 에너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장기적으로 품종 개량이나 농업 폐기물에 대한 이용 가능성에 대한 연구에도 눈을 돌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특히 국토의 65% 이상이 산악지대이며, 산지의 95% 이상이 녹화되어 있고, 경제림 조성을 위해서 이제는 주기적인 간벌이 필요한 시점에 처한 우리나라의 경우 셀루로오스나 리그닌를 이용한 에너지 개발도 고려해 봄직하다. 이런 기술은 단순히 에너지의 자체 수급 차원을 넘어 기술 판매를 통한 엄청난 외화를 획득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브라질의 경우, 전 세계 에탄올 연료의 약 50%를 사탕수수를 발효해 만들고, 자국 내 에너지의 25% 이상을 바이오 에탄올로 대체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옥수수로 생산한 에탄올이 이미 연료로 자리 매김을 하고 있다. 또한 1ℓ의 바이오 디젤유로 100km를 주행하는 자동차 시제품을 생산하고, 2020년에는 전 세계 운송수단의 20%가 바이오 에너지로 대체될 것이란 신문기사도 읽은 적이 있다.

문득 이 시간에도 약 8억 대의 자동차가 세계를 누비고 있다는 생각이 떠오른다. 그 20%에 해당하는 에너지의 대부분이 곡물 등으로 만든 바이오 에너지로 대체된다면, 곡물의 가격상승과 더불어 20억 명으로 추정되는 절대 빈곤층의 기아 문제는 어떻게 될까 싶은 우려가 든다.

미래에는 환경친화적이고도 지속가능한 연료로 바이오 에너지가 보편화될 것으로 믿고 있다. 그럼에도 수력·풍력 등의 청정에너지의 개발과 위험성을 어느 정도는 내포하고 있지만, 원자력이나 수소 에너지가 바이오 에너지와 조화를 이루면서 청정한 환경과 식량문제 두 가지를 해결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손 성 호(동양대 생명화학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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