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공대 입학한 김동하군 어머니 정로미씨

입력 2007-03-15 16:41:50

"스스로 전공을 택했어요.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전부 의대나 법대 가는 것이 그리 반길만한 현상은 아니라고 봐요. 아이도 성격이 워낙 내성적이고 조용하다보니 연구직이 적성에 맞겠다 싶었고, 무엇보다 자기가 좋아하는 공부를 해야죠."

대륜고를 졸업한 뒤 서울대 재료공학과에 입학한 김동하 군의 어머니 정로미(47) 씨는 아들이 영남대 의대에 합격해놓고도 공과대학을 택한데 대해 아무런 아쉬움도 없다고 했다. 동하의 아버지 김흥곤 씨는 영남대 교육대학원에 근무하고 있다. 만약 영남대 의대를 택했더라면 교직원 자녀로 등록금 면제 혜택도 누릴 수 있었다. 하지만 아들의 선택에 대해 부모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이런 말씀 드리면 어떻게 생각할 지 모르지만 동하는 학원, 과외는 단 한번도 받아본 적이 없어요. 6살 때 학습지를 시작했는데 고 2때까지 같은 학습지를 꾸준히 받아봤으니까요. 영어는 중 2때 과정을 모두 마치는 바람에 다른 학습지로 바꾸었지만 수학은 무려 13년간 받아본 셈이었죠. 얼마 전에 학습지 회사 직원들이 찾아와 동하 이야기를 다루겠다며 촬영해 가기도 했어요."

어쩌면 입시생 자녀를 둔 부모로서 지나치게 무심하다 싶을 정도다. 대신 동하는 책을 무척 좋아했다. 어렸을 적 이웃집에 놀러가도 장난감보다는 책에 관심이 많아서 책장 앞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앉아있곤 했다. 딱히 장르 구별도 없이 닥치는대로 읽었다. 백과사전도 즐겨봤다. 덕분에 초등학교 시절에는 상식이 워낙 풍부해 선생님과 친구들이 '박사'라는 별명을 붙여줄 정도였다.

"4살 때 아파트 상가에 있는 미술학원에 잠시 보낸 적이 있었는데 그 때 한글을 익혔어요. 그 이후로는 알아서 책 읽고, 학습지 오면 그날 그날 알아서 풀더군요. 그래도 우리 아이가 특출하다고는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사실 중학교 때까지 성적도 그다지 두드러지지 않았고. 책 읽고, 컴퓨터 게임하는 게 전부였으니까요."

동하는 집에서는 전혀 공부를 하지 않는다. 고등학교 들어와서도 마찬가지다. 중학교 시절 반 석차는 5등 정도. 그러다가 고등학교 올라가면서 반 석차 2, 3등으로 뛰었고, 고 2때부터 반에서 1, 2등, 전교 10등 안팎을 차지했다. 집에서 워낙 공부를 하지 않고, 환타지 소설이나 만화영화 보는데 몰두해 있다보니 걱정이 된 어머니는 담임 선생님과 면담에서 "제발 주말이라도 집에서 공부하라고 타일러 주세요."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선생님은 "학교에서 그만큼 열심히 하는데 집에선 쉬어야죠."라고 답했단다. 그만큼 공부할 때는 집중적으로 몰두하고, 쉬어야겠다고 생각하면 아예 책 근처에도 가지 않을 정도로 철저히 시간을 관리했다.

"선행학습이라는 걸 해본 적이 없어요. 학습지는 그냥 교과과정에 따르기 때문에 중학교 시절에 고등학교 과정을 공부하지도 않거든요. 중학교 때 실컷 놀았으니 고등학교 때 공부 좀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나봐요." 학원은 수능을 마친 뒤 구술시험 대비를 위해 한달 정도 다닌게 전부다. 그 전에는 학교측이 2학년때부터 외부 강사를 초빙해 심화반 구술 준비를 도왔다.

동하 어머니는 오히려 무심했던게 아이에게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가뜩이나 내성적인 성격인데, 거기에다 집에서 공부 스트레스까지 줬더라면 지금보다 훨씬 나빠졌을 거라고 생각한다. 조용히 혼자서 몰두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대학 졸업 후에도 기업체보다는 연구를 계속하기를 바란다. "공부는 스스로 그리고 꾸준히 하기 나름인 것 같아요. 옆에서 닥달한다고 해서 되는 것도 아닌것 같고..." 어머니는 동하 아이큐를 모른다고 했다. 아울러 알려고 물어본 적도 없다고 했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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