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향숙의 고민 지우개] 50대 퇴직 남성...뭘 시작하려니 두려워

입력 2007-03-15 16:43:25

*고민있어요

산업현장에서 퇴직한 50대 후반 남성입니다. 젊은 시절부터 식구들 부양하는 책임감에 쉼없이 앞만 보고 달려왔습니다. 덕분에 퇴직 후에도 경제적으로는 그다지 어려움이 없지만,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기엔 적잖은 나이 때문에 망설여 지기도 하고, 무력감이 들기도 하여 힘든 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어떡하나요?

*이렇게 해보세요

예전의 은퇴는 주로 물리적 나이가 듦에 따라 직무 수행의 역할에서 부양의 대상자로 전환되어 직장에서 물러나는 것이었지만 평생직장이란 용어가 고전처럼 느껴지는 요즘은, 주변의 여러 정황들에 의한 타협과 암묵적 동의로 조기에 직장을 퇴직하는 일도 흔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이는 단순히 일터에서 소외됨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그 주변인들과의 단절을 초래할 수도 있기에 당사자가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은 더 할 것으로 사료됩니다. 은퇴라는 현실앞에서 개인적으로 느껴지는 공허감에 몹시 힘들어 하시는 것 같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나라경제의 초석에 일익을 담당한 산업의 역군이셨고, 개발시대의 주역으로, 주린 배로 허리띠를 졸라매던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 지금의 풍요와 안정을 이끈 시대의 산 증인이십니다. 님처럼 쉼없이 앞만 보고 달려오신 분들의 세월을 딛고 오늘이 있을 수 있었음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중국의 사상가 이탁이 공자의 그늘에서 벗어나 독자적 사유로 명성을 얻은 때는 하늘의 뜻을 알고 순응한다는 지천명(知天命)을 넘기고 관직에서 은퇴한 후였고, 조선의 문인 김득신은 58세가 되어서야 어렵사리 과거에 급제했다고 합니다. 또 91세에 법학사학위를 취득한 호주의 노학자는 은퇴는 일몰이 아니라 일하는 시간이 줄고 쉬어야 하는 시간이 늘어나는 시점이라고 주장합니다.

준비되지 않은 노후로 경제적 고통을 겪는 은퇴세대가 드물지 않은 세태에 비추어 볼 때, 다행히도 님께선 중요한 과제중 하나는 어느정도 해결되었으므로, 지금부터는 그동안 시간에 쫒겨 못했던 자기계발이나 부부만의 취미생활에 시간을 할애하는 것도 좋을 듯해요.

지금까지의 삶이 가족을 부양하기 위한 충실한 가장의 역할에 목표를 두었다면, 이제는 눈을 밖으로 돌려, 배우고 얻은 것을 이웃과 사회를 위해 환원하는 시기로, 배려하고 더불어 사는 삶에 의미를 둔다면 은퇴는 상실과 소외가 아닌 또 다른 기회의 시작일 수 있답니다. 실제로, 은퇴 후 더 활발하게 이웃을 위해 묵묵히 나눔의 삶을 살며 빛이 되어 어두운 곳을 환하게 밝히는 아름다운 분들을 우리 주변에서 많이 찾을 수 있지요. 집 없는 이들에게 집을 지어주는 해비탓 운동을 펼치는 미국의 前대통령 지미 카터, 은퇴 후 자연과 생명에 대한 일깨움을 주는 '숲 해설가'로 나선 분들, 독거노인을 위한 집수리 봉사에 열정을 쏟는 봉사자들이 바로 나눔을 실천하는 분들이지요.

맥아더 장군은 사람은 오래 살아서 늙는 것이 아니라 꿈을 잃어버릴 때 늙는다고 충고합니다. 인생의 2막을 올리려는 지금, 실버인생에서 골드인생으로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키는 것은 바로 자신의 능력이고 몫이랍니다. 늦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이른 시기이며, 나이는 정말 숫자에 불과한 것 아닐까요?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