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미의 영화속 이야기] 바람피기 좋은 날

입력 2007-03-15 07:45:26

봄바람이 새차게 부는 오늘 같은 날이 바람피우기 좋은 날일까. 이 영화는 인간의 욕망분출의 가장 효과적인 소재가 되는 유부녀의 불륜을 그리고 있다.

요즘은 애인과의 갈등으로 상담하러 오는 사례가 많다. 애인이 다른 여자와 바람피우는 것 같다며 애인의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인터넷으로 감시하며 아슬아슬한 외줄타기에 지쳤다고도 하고, 애인과 성적 만족감이 없다고 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 치료자는 심각한 판단의 기로에 놓인다. 애인과 원만한 관계로 발전하도록 도와주어야 할 것인지, 모든 부정적인 관계를 정리하고 가정으로 돌아가라고 해야 할지 말이다.

'작은 새'라는 닉네임을 가진 주인공(윤진서)은 인터넷 채팅으로 6개월간 대화를 나눈 남자를 만난다. 채팅은 팽팽한 긴장감과 기습적인 성적 흥분을 선사한다. 길바닥에 팽겨쳐진 펄펄 뛰는 싱싱한 물고기를 살리기 위해 온몸이 흠뻑 젖도록 내달리는 그녀는 이런 땀내음이 필요했을까. 하지만 그녀는 쾌락의 취기로 빠져들수록 불안해진다. 가스 불에 압력밥솥을 올려 두지나 않았을까, 남편이 먼저 집에 돌아오지나 않을까 불안감이 엄습한다. 그런데도 바람을 피우는 이유는 육체 안으로 파고드는 남성적 결합보다는 환상의 세계를 통해 외로움을 채우려는 의도이다.

'이슬'(김혜수)이 앞머리가 엉성한 중년 남편과는 대조적인 10세 연하의 대학생과 대담한 외도를 가지는 이유는 애욕적인 갈망보다는 친구 같은 부부관계를 원했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아줌마들이 '바람아 멈추어다오'를 부르며 경쾌하게 율동을 하는 모습은 주인공이 강렬한 리비도(인간의 근원적 욕구)의 감각적 해소를 넘어서서 현실적응적인 쾌락적 전략으로 전환시켰다는 의미일 것이다.

여자에게 외도는 종종 자기 존재 전체를 거는 비장한 사건이 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도로 치닫는 것은 왜일까. 첫째 일상을 탈피해 상상의 세계로 도피하고자 하는 욕망 때문이다. 둘째 남편의 외도, 장기출장이나 무관심으로 아내를 소외시키는 경우이다. 여성의 삶의 조건이 억압될수록 솟아오르는 리바운드는 강렬할 수밖에 없다.

마음과마음정신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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