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그냥 이유 없이 노는 남자가 사상 처음으로 100만 명을 넘어섰고, 일할 능력과 생각은 있으나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구직을 단념한 남성도 6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이 기사를 보면서 지역의 일자리와 경제활성화를 도정의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도지사로서 일자리 창출을 위해 서울로, 해외로 동분서주하면서 기업인과 나눈 대화가 떠오른다.
기업과 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해외에 나가 CEO를 만나 지역의 장점과 잠재력을 설명하면 으레 "인천공항에서 얼마나 걸리냐?"는 질문이 날아든다. 이 질문을 받고나면 항상 얼굴이 화끈거린다. 한번쯤 지방에서 인천공항을 통해 해외를 다녀온 사람이라면 왜 얼굴이 달아오르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인천공항, 서울역, 동대구역, 다시 승용차로 갈아타기. 불편하기 그지없음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열악한 접근성 속에서도 경상북도는 지역 잠재력을 철저히 분석해 전략산업을 선정하고, 이를 위한 산업인프라를 지속적으로 보강해 나가면서, 전략산업과 연계되고 지역경제 파급효과가 큰 국내외 기업을 찾아 유치활동을 벌인 결과, 지난해 현대모비스(주)의 김천공장투자 등 약 7천억 원에 이르는 유치성과를 거두었다. 매우 값진 결과다.
국내외 기업유치의 파급효과가 어느 정도인지는 구미시의 10여 년 성장과정을 보면 확인할 수 있다. IMF시절 모두가 공장 문을 닫을 때 당시에는 다들 무모하다고 했지만 구미시는 과감한 결단력으로 200만 평에 이르는 구미 국가4공단을 조성해 풍부한 산업입지를 공급했다. 또 끈질긴 유치활동으로 아사히글라스, 도레이 등 첨단 외국기업을 유치하는 성과도 거뒀다. 10년이 지난 지금 구미시는 IMF를 보란 듯이 극복했고, 1년에 1만 명씩 인구가 증가하는 '성장하는 도시'로 탈바꿈했다.
이런 지방의 눈물겨운 유치노력과 달리 수도권의 여건은 공장입지를 찾지 못해 동분서주하는 기업들로 넘쳐난다. 특히 수도권은 공장입지를 찾고자 하는 기업인들 문의 때문에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라는 행복한 푸념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그들은 수도권 규제를 대폭 완화해 달라고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이 좁은 땅덩어리에 이렇게 아이러니한 현상이 있을까? 한 쪽은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눈물겨운 활동을 벌이고 있고, 한 쪽은 공장부지를 찾고자 하는 사람들로 넘쳐나는 이 불합리함을···.
이유는 자명하다. 그것은 외국의 CEO도 잘 알고 있듯 지방의 경제인프라가 수도권에 비해 열악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접근성이 떨어지고 인적·물적 자원, 그리고 정보력에서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열악한 환경을 바꿔보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 바로 참여정부의 행복도시, 혁신도시 조성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수도권 규제를 완화하기에 앞서 수도권과 공정한 경쟁을 펼칠 수 있도록 지방의 산업인프라를 획기적으로 개선해 달라는 게 지방 전체의 공통된 주장이다.
글로벌 접근성이 가능하도록 동남권 신공항을 건설하고, 저렴하고 잘 짜인 대규모의 국가공단을 추가로 조성하며, 지역별로 특색 있는 고급인력 양성과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교육인프라를 확충하는데 정부 차원의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재원이 필요한 균형발전대책과 더불어 재원이 없어도 기업과 자본 유치에 큰 도움이 되는 것은 각종 규제의 대폭 완화다. 2천만 명이 모여 있는 수도권에 대한 도시 규제와 2만 명이 조금 넘는 지방에 대한 규제를 중앙정부가 일괄적으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 손쉬운 방식으로 수도권 규제를 완화할 것이 아니라 지방에 대한 규제를 완전히 없애 기업이 지방으로 눈을 돌리도록 해야 한다. 수도권 규제 완화는 일시적인 기업 유치에 도움이 될 수는 있으나 장기적인 국가발전에는 더 이상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자명하다.
지방이 없는 나라, 균형발전이 없는 나라에는 미래가 없다. 수도권의 과밀 비용과 지방의 소외감 비용은 선진국 진입을 앞둔 대한민국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앞으로 지방의 산업인프라를 획기적으로 개선하여 국내기업이나 외국 기업이 자유롭게 지방을 선택하고 일자리가 있는 지방, 활력이 넘치는 지방이 되어 '그냥 놀 수밖에 없는 지방 사람들'이 없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다.
김관용 경상북도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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