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낯설게 보기

입력 2007-03-13 07:02:37

철학적인 사고의 출발과 문학작품 창작의 시작은 '낯설게 보기'라고들 한다. 익숙한 것에 대해 있는 그대로만 바라보지 않고 새로운 시각으로 의미를 추구할 때 비로소 나의 존재 의미와 나와 타인과의 관계, 나와 자연과의 관계 등을 탐구하고 표현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된다는 의미일 것이다.

철학, 문학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창조적인 행위의 시작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익숙함이란 것은 편안함과 안락함, 여유로움이라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익숙함을 위해 노력하고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부정적으로 보면 개인적인 나태나 방종일 수도, 공무원들의 복지부동, 무사안일일 수도, 어려운 이들의 자포자기, 절망의 연속일 수도 있다.

본격적인 봄을 맞이하는 길목, 신천의 개나리 노란 꽃들이 툭툭 터져 나오는 이 즈음에 '나'와 '가족'과 '이웃'의 익숙함에 대한 '낯설게 보기'를 제안해 본다. 이번 봄도 그저 '작년에 왔던 각설이가 또 온 것'이 아니길 바라는 마음으로....

'나'는 모든 존재 의미의 기본단위이다. 모든 시작의 시작이 될 수 있다. '나'를 새롭게 확인하고 내가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살피고, 행할 수 있는 힘을 가져보자! 그 힘을 바탕으로 가족을 새롭게 바라보자!

가족의 소중함은 공기처럼, 물처럼 늘 가까이 있기에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가족 안에서의 무관심, 대화 부족, 이해 부족, 이로 인한 가족 해체 등은 심각한 문제이다. 그러나 각 가족 구성원의 존재는 바로 그 안에서 인정받고 위로 받고, 쉴 수 있다. 새로운 관심을 가지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이웃을 새롭게 대해 보자! 이웃은 관계 맺음을 통해 나와 내 가족의 삶을 보다 의미있게 만들어 주는 소중한 존재들이다. 그저 나의 주변을 장식하는 무의미한 존재들이 아니다.

서로를 살피고 함께하고, 나누고, 위로하고, 소통할 수 있을 때에 서로 존중할 줄 알고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그저 살아지고, 살아져 가야만 하는 것이 삶이 아니라, 새로운 희망과 용기를 가질 수 있는 그런 따뜻한 삶과 따뜻한 이 봄을 위해 나와 가족과 이웃을 '낯설게' 보자!, '새롭게' 보자!

조현제(고서·고미술 종합경매 '한옥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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