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005년도에 1억 이상 연봉을 받은 사람이 5만3천 여명으로 그 전해보다 28.9% 늘었다는 국세청 자료가 발표됐다. 또 통계청은 2006년 가계수지 동향 조사결과 지난해 상위 20% 가구의 평균 소득이 하위 20% 가구 소득의 7.64배가 되는 등 조사를 시작한 2003년 이래 빈부격차가 매년 커지고 있다는 자료를 내놓았다.
우리나라는 OECD국가 중 멕시코 다음으로 가장 소득이 불공평한 나라가 되었고 빈곤층은 700만 명이 넘었으며 서울의 경우 5%의 인구가 사유지 96.6%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이제 한국의 빈부격차는 심각할 정도를 넘어 가공할 정도가 돼버렸다. 정말 공산주의가 다시 무덤에서 살아 나오지 않을까 두렵다. 항간엔 대한민국은 국민의 국가가 아니라 5%의 부자들, 그들의 국가라는 비판의 소리가 높다.
우리 사회의 양극화 病(병)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고 치유 불가능 상태로 치닫고 있다. 여기에는 근본적으로 잘못된 국가정책에서 기인한 바가 크다. 하지만 사회구조적인 문제점도 없지 않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뿌리박히기 시작한 1등 지상주의가 단단히 한 몫 하고 있는 것이다.
작금의 시장 경제는 그 명분은 그럴싸하나 실제 경쟁에선 1등은 2등보다, 2등은 3등보다 앞선 것만큼만 더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1등이 혼자 다 먹어 치우는 불공정한 게임이다.
경제에서 1등이 다 가져가는 것은 미국에서 비롯됐다. 1980년대 중반 경제불황으로 기업의 효율성을 중시하기 시작하면서부터 경영진과 직원간 임금 격차가 벌어졌고 원가절감을 위한 인력감축의 악역을 떠맡은 경영진에게 고액연봉이 주어졌다. 경영진의 고액연봉은 하늘높은 줄 모르게 치솟다가 엔론사의 회계부정 사건 등으로 문제점이 불거지자 메스가 가해졌고 점차 진정됐다고 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그게 아니다. 수십 억원의 연봉자들이 속출하고 얼마전 한 대기업에선 성과급으로 엄청난 돈잔치를 벌이기도 했다. 물론 한국의 자랑이자, 세계 유수의 대기업으로 성장한 이들 기업들의 경영성과를 임직원들이 나눠 갖는다는 데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이런 모습을 지켜보는 대다수의 국민들은 착잡하기만 하다. 축하보다는 시샘하는 이들이 더 많지 않았나 생각된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1등지상주의는 대한민국을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올려놓는데는 큰 역할을 했을진 모르지만 사회 양극화의 고질병을 초래한 주범이기도 하다. 우리 사회 곳곳에 팽배한 '한건주의'와 '대박'에 매달리는 풍조도 그 뿌리는 1등지상주의라 할 것이다.
한 때 '꼴찌가 아름답다'며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는 꼴찌에게 모두들 박수를 보내며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 등의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꼴찌 신드롬'을 일으킨 적이 있었다. 꼴찌를 너무 미화하고 희화화 해서는 곤란하겠지만 이젠 1등만을 추구하는 악습에서는 벗어나자. 1등에게만 모든 것이 돌아가는 사회가 되어선 양극화의 한국병만 더 깊어질 뿐이다.
2등도 대우받고, 3등에게도 그만큼의 몫은 돌아가야 한다. 고루 평등하자는 얘기는 아니다. 서울대를 나와야만 출세를 할 수 있고 모든 이들이 대학을 졸업해야만 한다면 건설 현장과 농어촌은 어떻게 할 것인가. 소위 3D업종을 떠맡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모두 떠넘길 것인가. 그 것은 아니다. 그들이 우리 경제를 끝까지 지탱해 줄 수는 없다. 모두가 자기 위치를 찾고 그 자리에 맡겨진 일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그런 사회가 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지도자들부터 바뀌어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우리 국민과 지도자들이 국가 사회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 지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때다.
홍종환 대구신문고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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